역시 해외건설이 효자

「한국경제의 효자는 역시 해외건설」.계속된 경기침체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까지 가세해 총체적 위기에 몰린 한국경제에 있어 해외건설은 그나마 우리경제를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건설업계는지난달 18일 선경이 멕시코에서 25억달러짜리 석유화학플랜트공사를 수주한데 이어 대림도 인도네시아에서 23억달러짜리 정유공장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대규모 해외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는 개가를 올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요즘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금싸라기 같은 달러는70년대 한국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담당하며 벌어들이던 외화보다 값어치가 크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올들어 한국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을 보면 67개업체가 45개국에 진출, 모두 1백55건에 1백7억달러(11월19일 현재)어치의 공사를 따냈다. 금액면에서 지난해의 수주실적인 1백8억달러와 맞먹는 액수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1백50억달러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는게 건설업계에서 자신있게 내놓는 말이다.이는 이제껏 가장 많은 액수의 수주기록으로 지난 81년 중동건설붐을 타고 올렸던 1백37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수주실적의증가로 세계건설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도 지난해의 세계 7위에서 5위로 두계단 올라설게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리비아대수로 1·2차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동아건설이 30일에 발표되는 8억달러 규모의 3단계공사까지 무난히 따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외에서 수주가능한 대형공사가 많아 한국해외건설업의 앞길은 일단「파란 불」이 켜진 상태다.◆ 올해 150억달러 수주 무난지난 93년부터 해외건설부문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에서는70년대 중동특수에 이은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있다. 그 예로 인용되는 것이 연도별 수주실적이다. 91년 30억달러를 수주했다가 이듬해에 27억달러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해외건설은 93년 들어서면서 51억달러로 급증했으며 94년 74억달러, 95년85억달러, 96년 1백8억달러로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이러한 수주증가는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부실공사와 한보우성 등 굵직한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에 뒤이은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수 있다. 사실 그동안 악재가 이어지면서 해외건설공사의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는게 업계 주변의 일반적인 예상이었다.더구나 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중국 등 후발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일본 미국 유럽 등 자금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선진국들과의 경쟁등 모든 불리한 여건을 감안할 때 이러한 뛰어난 수주실적은 기대밖의 성과라고 할수 있다. 이는 그만큼 한국건설업체들의 해외경쟁력이 건실해졌음을 나타내는 증거다.이처럼 한국건설업체들이 기록적인 수주실적을 올린데에는 △ 세계각국의 건설시장개방 및 △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라 건설수요가 폭증한 동남아건설시장의 확대와 같은 외적인 여건, 그리고 △ 국내건설업체들의 기술·역량축적과 시장개척노력이라는 내적인 요인들이 결합되어 일궈낸 결과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해외건설협회(회장 김대영)의 손문덕업무진흥실장은 『해외진출을 처음 시작한 65년 이후 32년간 국내외 각종 건설공사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기술, 국내 노동임금의 상승에 따른 건설업체들의 해외현지인력활용과 그에 따른 해외현지인력관리의 노하우축적, 업체와 협회가 하나로 뭉친 시장개척노력, 건설업체들의 활발한 연구·기술개발투자등과 같은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2의 ‘중흥기’… 기술·금융 강화 절실그러나 한편에서는 잘 나가는 해외건설이 명실상부하게 한국경제의간판스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도 많다는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기술능력과 금융능력.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의 종합건설기술을 1백점으로 했을 경우 93년을 기준으로 한 한국건설업체들의 기술수준은 평균 70점 정도. 그러나 엔지니어링분야와 금융조달능력은 선진국의 30∼35%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기술개발투자가 더욱 요구된다는 얘기다.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종합건설(EC)화도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손실장은 『해외건설은 덩치가 큰 총체적 기술집약형산업으로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종합건설화와 대규모화에 따른 막대한 자금수요의 특성상 파이낸싱을 담당할 금융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배재성선임연구원도 『수익성이 높은 투자개발형사업확대에 따른 자금조달능력과 최근 환위기처럼 환차손을 대비한 헤지능력을 갖춘 금융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연구원은 또 『정부에서도 건설업체의 재원확보를 위해 연불금융이나 경협자금 등을 확대하고 수출보험·외국환관리·해외부동산개발제도 등의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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