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업체/선경건설

『로이스트(lowest)가 됐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성화빌딩내 선경건설 본사에는 멕시코지사로부터 급전이 날아들었다. 선경건설은 물론 그룹전체가 수주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멕시코 국영석유회사(PEMEX)가 발주한 25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공장 건설공사의 최저입찰자로 결정됐다는 팩스였다. 입찰에 뛰어든지 1년2개월만에 일본컨소시엄을당당히 물리치고 초대형 해외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다 .국내에서 수주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김재명전무는 출근과 동시이 낭보를 접하고 최종현그룹회장과 정순착사장에게 즉각 보고했다. 실무진들에게는 보도자료준비를 지시했음은 물론이다. 이 빅뉴스는 이날짜 석간을 시작으로 각 언론에 큼지막하게 보도됐다. 달러가 거래중단사태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에서 한 건설사가 해외에서 대형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것은 낭보중의 낭보였기 때문이다.선경건설이 이번에 PEMEX로부터 수주한 석유화학공장 공사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총공사금액은 25억달러로 국내 건설업체가 올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로서는 최대규모이다. 순수공사비는 17억달러이고 8억달러는 미국 금융기관의 융자금에 대한 이자이다.◆ 미국은행서 공사비 융자 받아금액 못지않게 공사규모 또한 대단위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멕시코북부 몬테에리시 인근 석유화학공단인 카데레이타지역에 청정연료를 생산하는 정유컴플렉스를 건설하는 것으로 총 29개 유닛(Unit)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 4만배럴 생산규모의 수첨공장과 하루 4백80t 생산규모의 유황회수공장등 모두 9개 공장을 신규로 건설하고일산 15만5천배럴 원유정제공장등 14개 공장에 대한 개보수 및 현대화공사도 포함돼 있다. 이와함께 카데레이타-마타모로스(2백70Km), 카데레이타-미나티틀란(1천30Km) 두 구간을 연결하는 총 연장1천3백Km에 달하는 송유관공사도 포함돼 있다.이 모든 공사는 선경건설(지분 75%)이 리더가 되고 멕시코 트리바사그룹(지분 10%), 독일 지멘스사(지분 15%)가 공동참여한 컨소시엄에 의해 올해 연말 착공돼 2000년 6월 완공된다.이와함께 선경건설의 대형프로젝트 수주는 꺼져가는 우리 경제에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한국경제는 올해초 한보사태이후 잇달아 대기업들이 좌초하면서 휘청거렸고 금융공황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급기야는 IMF 구제금융요청까지 하기에이르렀다. 한국경제가 송두리째 법정관리에 들어간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진 선경건설의 대형프로젝트 수주는 회사차원은 물론 국가경제의 재도약 전기를 마련하는 일대사건으로 봐도 큰 무리는 없다고 재계관계자들은 지적한다.선경건설이 멕시코 국영석유회사로부터 수주요청서제출을 요청받은것은 지난해 9월. 다른 국내 건설업체와는 달리 멕시코에 일찍이진출했던 선경은 PEMEX로부터 입찰요청을 받고 사실 난감했다.공사에 필요한 금액을 시공자가 파이낸싱을 통해 조달해 모든 공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벅찬 부대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등 선진업체들은 이미 파이낸싱을 통한 해외대형공사 수주노하우가 많았으나 선경건설은 그렇지가 못했다. 특히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멕시코등 남미지역에 차관을 제공하여 기업들을 측면지원하는한편 일본건설업체들 또한 「시공자 파이낸싱」 노하우가 많았다.자칫했다간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컸다.◆ 팀원 전원 3개월 밤샘그래서 선경은 속마음을 발주처에 드러내놓지는 못하고 공사를 5억달러규모로 나눠서 입찰에 부치도록 멕시코 국영석유회사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 국영석유회사가 그동안의 관계를 고려,선경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이를 거절했다가는 향후 공사수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그저 난감할 뿐이었다고 선경건설 김전무는 회고한다.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멕시코 국영석유회사는 선경건설은 물론이탈리아 스냄프로세티사등 유럽건설업체에도 응찰을 요청했다. 그래야만이 저렴한 공사비로 대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럽업체들 역시 파이낸싱의 어려움을 들어 발을뺐다. 초대형 프로젝트는 자칫 일본 미쓰비시종합상사가 리더가 된일본컨소시엄이 독식할 가능성이 커졌다.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었다. 미국은행권에 파이낸싱가능성을 타진중이던 (주)선경미국지사가 현지 유수금융기관인 BTAB(Bank Trust Alex Brown Co.)로부터 공사비융자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때가 지난 6월. 멕시코프로젝트팀은이 낭보를 접한 뒤 곧바로 비상체제에 들어가 3개월만에 입찰서를만들어 발주처에 제출했다. 40여명의 팀원이 이기간동안 밤샘을 했음은 물론이다.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멕시코 프로젝트는 수주에 성공했다.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프로젝트를 따냈고 그것도 자신만만해하던 일본업체에 역전승을 거뒀다는데에 선경건설은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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