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 사례/(주)대현

의류업계도 기나긴 불황을 체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섬유산업의 특성상 부가가치가 낮은데다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까닭이다.그동안 국내 의류업계를 이끌어온 대기업들이 지난 2~3년간 정체를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부도업체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도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느 분야나 그렇듯 다른 한편에서는 고속성장을 하는 업체도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이페페(PEPE)나 나이스크랍(NICE CLAUP), 주크(ZOOC) 등의 브랜드로유명한 (주)대현이다. 올해로 창립 20년째를 맞고 있는 의류전문기업으로서 지칠줄 모르는 청년의 패기로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대현의 고속질주는 외형적인 성장세를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있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 94년 1천6백억원이던 것이 95년 2천3백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3천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3천9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어림잡아 최근 4년간 평균 35%대의 성장을 계속했음을 알수 있다.특히 이러한 수치는 한주통산 뱅뱅 유림 논노 등 지난 20여년간 대현과 경쟁관계에 있던 기업들이 최근 몇년 사이 하나둘씩 쓰러졌던사실에 비춰볼 때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벌 기업들이무리한 사업확장 등의 여파로 업계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사이 치밀한 경영전략으로 의류시장을 공략, 업계의 정상에 우뚝 선 셈이다.그렇다면 대현이 의류시장에서 지난 20여년간 롱런하며 히트메이커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단 한마디로 그 이유를대기란 쉽지 않다. 어느 한 요소에 의해 오늘의 대현이 존재하기보다는 몇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그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역시 한눈을 팔지 않고 외길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대현은 의류전문기업이다. 의류로 시작해 성공을 거둔 업체들이 건설 등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는 것에 비해 대현은 외곬으로 한길만 걷고 있다. 특히 오너인 신현균회장은 업계에서 경영인이라기보다는 패션인으로 통할 정도로 애착이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4년간 평균 35% 대 성장대현은 지난 94년 패션유통업에 진출했다. 일부에서는 성장가능성을 내세워 종합유통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전문성을높인다는 차원에서 의류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패션전문백화점 앤비(ENVY)를 출범시켰다. 지금은 1호점인 대전점 외에 명동점과 분당점을 갖고 있다.소비자의 욕구변화와 패션의 흐름을 읽는 안목도 대현이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간판으로 자리잡은 페페를 시작으로 엠즈마르조, 씨씨클럽, 나이스크랍, F.O.9, 주크 등의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브랜드를 절묘한 시점에 출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오고 있다는 평가다. 20년전 하이패션장르를 개척했던 페페와 지난 87년 캐릭터캐주얼을 표방한 마르조가 대성공, 대현의 기반을 잡아주었고 이어 90년 여성의류 시장에중저가 바람을 몰고온 영캐주얼 씨씨클럽을 내놓아 역시 대히트를기록했다. 또 95년에는 18~22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트리트패션나이스크랍을, 지난해에는 X세대 캐주얼 주크를 들고나와 신세대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두 브랜드 모두 출시 1년만에 연매출액 5백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의류업계에 거센 바람을 몰고왔다.여기서 특히 나이스크랍의 성공은 대현의 경영전략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의류업계는 그동안 보통시즌 시작 전에 모든 제품의 컨셉과 디자인을 완성해 제품을 만든다음 계절에 맞춰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대현은 나이스크랍을기획하면서 이런 패턴에 일대 변화를 주었다. 주간 단위로 제품의디자인을 바꿔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매주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해 이를 제품의 디자인과 판촉전략에 적절하게반영했던 것. 예상했던대로 새로운 것에 목말랐던 소비자들의 호응은 대단했고 매출액도 수직 상승했다.◆ 물량보다 질 중요시대현의 6개 브랜드는 각기 특징이 뚜렷하다. 패션이미지나 소비자연령대 등 모든 면에서 어느 것 하나 겹치는 브랜드가 없다. 물론이는 회사측의 경영전략이 낳은 결과다. 유통형태와 판매과정 역시이런 차이를 반영, 구분이 잘돼 있다. 예를 들어 페페와 마르조는신용판매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마케팅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반면중저가를 표방하는 씨씨클럽은 물량을 많이 풀어 대량판매 위주로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신세대풍의 나이스크랍과 주크는 물량을최대한 조절하며 프랜차이즈점을 통한 소매에 중점을 두고 있다.기발한 광고전략도 대현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현은가급적 TV광고는 자제하고 있다. 광고비가 비싼 점도 있지만 광고효과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대신 광고의 주력을 패션전문지에 돌려놓고 있다. 신세대들에게 인기있는 전문잡지를 골라 광고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있다.여기에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한차원 올리기 위해 해외의 대중매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홍콩의 스타TV로 지난해주크를 내놓으면서 이 TV와 계약을 맺고 광고를 띄웠다. 물론 국내에서 스타TV를 보는 시청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있었다. 그렇지만 수적으로는 적지만 이들 시청자들의 대부분이 주요 소비계층인데다 외국 TV에 한국의 제품이 나올 경우 자연스럽게입선전이 돼 제품의 이미지를 올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측은 현재 이 광고전략이 크게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또 일본의 세계적인 패션잡지 논노에도 자사의 제품을 알리는 광고를 싣고 있다. 이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일본과 국내의 잠재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한 포석이다. 대현은 광고비나 판촉비를 결코 많이쓰지 않는다. 다른 대형 의류업체들이 보통 매출액의 10% 안팎을쓰는데 비해 그 절반인 5% 정도만을 지출한다. 그럼에도 광고전에서 밀리지 않는 것은 이런 차별화된 광고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대현은 업계로부터 결코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다. 하나의 브랜드를 내놓더라도 충분한 검토를 거친 끝에 결정을내려 실행에 옮긴다. 또 외형을 중시하지도 않는다. 물량보다는 질을 중요시한다는 얘기다. 할인판매도 자주 하지 않는다. 특히 20년간 의류업을 해오면서 딸린 계열사가 내년에 본격 출범하는 대현양행 한군데밖에 없을 정도다. 하지만 끊임없는 도전으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신회장 역시 패션은 도전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도전없이 패션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현은 오는 2002년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물론 지금처럼 한눈 팔지 않고 의류 하나로 도전할 방침이다.★ 인터뷰 / 조소도 대표이사 사장▶ 대현은 의류사업만을 고집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우리는 원래 의류회사로 출발을 했고 예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의의류전문 회사를 만드는게 꿈이다.▶ 다른 업종으로 다각화하는 의류업체들이 많은데.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업체들과 우리는 갈 길이 분명히 다르다.▶ 일각에서는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그렇지 않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전문화다. 너도나도 한눈을 팔면 우리의 패션산업은 누가 지키겠는가. 또 외국의 세계적인 의류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 경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구상하고 있는 것은.우리 회사는 그동안 사업부를 조정하면서 인력문제를 자연스럽게해결했다. 한때 1천5백명이던 직원수가 지금은 1천1백여명으로 줄었다. 앞으로도 인위적인 방법보다는 인력재배치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영전략은.우리는 브랜드 다변화 전략으로 갈 것이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브랜드를 그때그때 분석해 신제품을 꾸준히 발표할 방침이다.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캐주얼스포츠웨어 스포츠리플레이나 유니섹스 스타일의 도니라이크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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