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구제금융 신청으로 기업들이 대량감원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도입이 또다시 노사간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경영계는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선 99년까지 유보된 정리해고제를 조기에 실시하고 그동안 미뤄진 근로자파견제도 즉각 도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경제위기를빌미로 경영계가 근로자들을 무차별적으로 해고하기 위한 「음모」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논쟁은 지난해부터 추진된 노동관계법 개정때 달궈질대로 달궈졌던 것. 바로 그 논쟁의 불꽃이 최근 대기업들의 긴축경영 조치와 맞물려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시대에 노사간 다시 떠오른 해묵은 노동관련쟁점들을 정리한다.◆ 정리해고제최근 대기업들의 인원감축 조치에 따라 경영계와 노동계 간에 핵심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기업들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최악인만큼 지난해말과 같이 한가롭게 명예퇴직을 실시할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적지 않은 기업들은 명퇴 대신 권고퇴직 등 정리해고로감원을 추진할 전망이다. 경영계가 오는 99년초까지 유보된 정리해고제를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현재도 대법원 판례상 정리해고가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정리해고가제도로서 뒷받침돼야 근로자들의 반발도 무마되고 보다 쉽게 감원을 단행할 수 있다는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그래서 경영계는 일단정부에 정리해고제의 조기 시행을 건의하고 있다.이에 대해 노동계는 극력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정리해고제 시행을오는 99년 3월까지 보류키로 이미 법 개정이 돼 있는 마당에 경영계가 이를 조기에 시행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노동계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리해고제가 조기 시행되면 근로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해고가 자행될 것이란 점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리해고제의 시행은 당초 계획대로 보류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어쨌든 경영계는 정리해고제의 조기 시행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현행 법원 판례에 따라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자세를견지하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시기와 무관하게 산업계에 정리해고의 찬 바람이 불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얘기다.◆ 근로자파견제경영계의 요구로 근로자파견법의 제정이 현재 추진중이다. 이 법에선 용역회사들이 기업체에 근로자들을 파견하는 것을 법으로 인정하고 파견업체 사용업체 파견근로자 등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를규정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이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제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정상 내년 상반기로 법 제정시기가 연기됐다. 이 제도도 노동관계법 개정작업 때 노사간 대립이 심각했던 것 중 하나다.경영계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전문 기술분야나 일시적인 인력수요 부문에 정규직 보다는 임시로 파견근로자를 활용하는 게 세계적추세라며 근로자파견법 제정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또 현실적으로용역업체 등 근로자파견업체들이 성업중인만큼 하루빨리 근로자파견법을 제정해 제도로서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근로제를 법으로 인정할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견지했다. 기업 입장에선 임금도비싸고 각종 복리후생비 교육훈련비 등 비용이 많이드는 정규직 보다는 노조도 없고 값싼 파견근로자를 선호해 대거 활용할 것이란우려 때문이다.이같은 논쟁에 따라 정부는 일단 근로자파견법을 제정하되 파견근로자의 노조설립을 허용하는 등 노동권을 보장하고 파견근로회사를허가제로 운영한 뒤 장기적으로 신고제로 완화한다는 쪽으로 법 제정 방향을 잡았다.한편 근로자 파견법이 아직 제정되진 않았지만 이미 업계에선 파견근로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현재 국내의 근로자파견업체 수는 모두 4천개를 넘었으며 파견근로자수는 약 2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파견근로자들은청소나 경비용역 뿐 아니라 생산보조 비서 경리 영업판매 등 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들 파견근로자를 쓰고 있는 회사는 4천개사에 달했다. 특히 지난 92년과 비교할 때 인력파견업체 수는 3배,파견근로자는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어서 최근 파견근로자의 급속한 팽창추세를 보여줬다. 이들 파견근로자들은 정규직 사원들에비해 임금을 10%이상 적게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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