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인원감축 계획

현대 삼성 등 간판 대기업 그룹들을 중심으로 감원 한파가 몰아쳐업계는 지금 꽁꽁 얼어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초긴축경영이 불가피한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인원감축에 착수하면서샐러리맨들은 그 어느때 보다 추운 겨울을 맞았다.이번 감원 한파는 지난해말 한차례 불었던 명퇴 등 감원 바람과는찬 기운의 정도가 다르다. 당시엔 그래도 명예퇴직이란 명목으로희망자에 한해 퇴직금에 명퇴금까지 얹어 주고 내보내는 식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기업들이 거의 사활을 건 감원을 단행함에 따라 본인의 희망 여부와는 무관하게 월급쟁이들은 퇴직금만 쥐고 회사에서 쫓겨날 판이다.그 규모도 지난해 명퇴 수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다. 일부에선 올해안에 30대 그룹에서만 3만~4만명 정도가 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젠 명퇴나 해고가 중소기업이나 일부 부실기업들만의얘기가 아니게 됐다. 안전한 직장의 대명사였던 대기업 그룹의 샐러리맨들에게도 공포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IMF구제금융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는 대기업 감원의 첫 신호탄은 현대자동차가 쏘아 올렸다. 현대자동차는지난 11월10일 전체 임원중 3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연말안에 36명의 현대자동차 임원이 옷을 벗게 됐다. 현대자동차는또 일반 직원들도 3년안에 5천명 정도를 감원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직원수는 이에따라 현재 4만5천명에서 오는 2000년 4만명으로줄어들게 된다.현대자동차는 이같은 감원계획을 발표하며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배경 설명을 달았다. 하지만 부도위기에 몰린 부실기업도 아닌, 그것도 국내 최대 그룹의 수석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나선 것은 재계 전체에 쇼크, 그 자체였다.현대자동차가 감원계획을 발표하자 다른 대기업들도 너도 나도 인력 축소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라, 97년내 50% 축소한라그룹의 한라중공업은 올해 안에 임직원의 절반을 자르겠다는폭탄선언을 했다. 이 회사는 현재 6천55명인 임직원 수를 3천여명으로 줄이기 위해 우선 명예퇴직자와 자연감소로 인원을 어느정도줄인후 정리해고를 단행할 계획이다. 전체 인원의 50%를 내보낸다는 얘기는 감원대상이 임원이나 간부에서 평사원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한라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라중공업의 경우 조선 플랜트 중장비 등 3개 사업부문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부채비율이 1천%를 넘는 등 재무구조가 극히 취약한 회사. 최근엔 생산직근로자들에 대한 월급 날짜를 못 맞출 정도로 자금사정이 어려운업체로 알려져 있다.감원 태풍은 삼성그룹에서도 예외없이 불었다. 삼성은 지난 11월26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조직 30% 축소 등 「경영체질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삼성은 조직 축소를 통해 대사업부제 대팀제로전환한다는 계획이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잉여인력은 감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실제로 연말 임원인사에서 대량 학살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그룹관계자는 『임원수를 현재의 1천3백명 수준에서 동결한다는게 그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부장에서 이사급으로 승진하는 수만큼의 기존 임원들은 옷을 벗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매년 임원 승진자가 1백명을 넘는만큼 그 정도의 임원 감축이 예상되는 셈이다.◆ 감원단행 불가피 ‘성역없다’대우그룹은 올 연말 인사를 시작으로 3년동안 전체 임원의 절반인6백명을 해외본사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는 임원수를 그만큼 줄이겠다는 의지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LG그룹도 분위기가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에 명퇴 바람이 불던 작년말 구본무 회장이 『사람은 안 자르겠다』고 천명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워낙 악화돼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그룹 관계자는 『당장은 정리해고등 일방적인 감원보다는 인력재배치를 통한 구조조정에 주력한다는방침』이라면서도 『재계 전반에 감원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뭐라 확언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여기에 다른 30대 그룹들도 연말 임원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감원을포함한 감량경영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계에 불어닥친 감원한파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사실 30대 그룹중 대부분의 그룹이 잉여인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된 설문결과에 따르면25개 그룹이 스스로 자체 인력규모가 적정수준보다 10~20% 정도 많다고 답했다. 이는 연말 대기업들의 대량 학살이 임박했음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특히 재계 전체에 감원 태풍이 유행처럼번질 경우 감원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부도를 낸 한보 기아 진로 대농뉴코아 등으로부터 자의반 타의반 감원된 인원과 여타 그룹들의 감원 계획을 모두 합치면 올해 30대 그룹으로부터 잘려나오는 인원은최소한 3만에서 최대 4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실제로 올초 부도를 낸 한보그룹에서만 지금까지 2천2백여명이 나왔으며 기아그룹에선 9천여명이 감원됐다. 진로의 경우 1천7백여명이 잘렸고 삼미에선 2천2백여명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5백여명의 인원을 줄인 뉴코아그룹은 연말까지 1천여명을 더 감원할 예정이다. 다른 부도 그룹들도 추가 감원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따지면 벌써 올들어 현재까지 30대그룹 임직원중 2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감원된 셈이다.한 대기업 그룹 임원은 『국가경제가 부도 위기에 몰려 IMF로부터돈을 빌려오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책인 감원을 단행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인원조정 계획은 30대그룹 모두에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물론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감원에 대해 각 기업 노조는 『경영부실의 책임을 전적으로 근로자들에게만 돌리는 경영진의 무책임한처사』라며 강력 반발할 움직임이다.그러나 일단 현대 삼성 등 국내 간판 그룹들이 총대를 메고 나선감원작업은 30대 그룹 전체는 물론 국내 업계 전반에 급속히 확산될게 뻔하다. 월급쟁이들 입장에선 올해 겨울이야 말로 감원공포에잔뜩 움츠린 추운 겨울이 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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