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입'들이 움직인다

교육시장에는 불황이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별난교육열을 빗댄 표현이다. 먹을 것은 못먹어도 일단 자식들은 가르치고 보자는 것이 우리네 부모들의 한결같은 심정이다. 물론 이는외국어 관련 출판물과 외국어학원이 중심을 이루는 어학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들어서는 초등학교 어린이들 사이에 외국어 열풍이 불기도 한다.이러한 실상을 입증이라도 하듯 국내 어학시장은 지칠줄 모르고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90년대 들어 승진시험이 치열해지고 입사시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어학 관련 학원이나 책을 찾는 손길이 부쩍 늘고 그에 따라 공급도 크게 증가했다.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이 시기를 전후해 외국어학원이 5백여개에서 1천7백여개로 급증했다. 또 어학교재를 만드는 출판사도 1백여개사에서 5백여개사로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최근 들어 외국어 학원가를 중심으로 과열경쟁이 빚어지고 일부 업체들이 도산하는 것도 이렇듯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외형적인 시장규모도 엄청나게 팽창했다. 출판물의 유통구조가 얽히고 설켜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보호원 등의자료를 종합하면 대략 1조2천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치원 교육비를 합해 약 13조원으로 추산되는사교육비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강사 모시면 수강생 50% 늘어어학시장의 외형만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작은 규모의 외국어학원이나 외국어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늘면서 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고 기존의 유명 업체들은 신진세력의 새로운 도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프랜차이즈형식의 학원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채롭고 대학들이 학교의 이미지를 무기로 캠퍼스 밖에서 외국어학원을 운영하며 교재를 펴내는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강남의 일부 외국어 학원들은 호텔 뺨치는시설로 학생들에게 손짓하기도 한다. 하나같이 이전에는 생각하기힘들었던 새로운 모습들이다.그러나 그보다 최근 몇년 사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스타강사들의 급부상이다. 몇몇 유명강사들은 자신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강단을 박차고 나와 여러 사업을 벌이며 어학시장의 새로운강자로 떠올랐다. 선두주자격인 민병철씨를 비롯해 오성식, 곽영일, 이익훈씨 등이 이런 예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한결같이 방송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탄 후 어학시장에서 자신들의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학시장을 이들 스타강사 출신들이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만큼 이들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증거다.이들의 활약상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학과 관련이 있다 싶으면 어디든 뛰어들어 활약하고 있다. 출판가와 방송가 뿐만 아니라학원가에서도 자신들의 이름 석자를 무기로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파고들고 있다. 보통 2~3개의 관련 업체를 거느리고 있고 매출액만도 연간 수십억원~수백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특히 학원사업과 관련해서는 최근 2,3년 사이 유명세를 최대한 활용해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많은 학원을 두고 있다. 물론 일부 학원에 대해서는 직영을 하기도 한다.반면 기존의 어학 관련 출판사나 학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영어전문 업체인 시사영어사 등 극히 일부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스타강사들의 무차별 공격에 맥을 못추고 있다. 그나마 시사영어사도 올해는 매출이 지난해의 8백억원대서 7백억원대로 10% 가량 줄어드는 등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불황도 한몫했다. 시사영어사의 정춘섭상무는 『기존 업체들의 위상은 많이 떨어진 반면 스타들을 앞세운몇몇 출판사와 학원들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는 스타를 거의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신세대들의 취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물론 이들 스타강사 군단도 한편에서는 고전하는 면도 있다. 오성식씨의 경우 얼마전 자신의 저서를 일부 출판해온 고려원의 부도로적잖은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민병철씨도 한때 상당히 고전했다.그러나 단지 입 하나로 어학시장을 뒤흔드는 그들의 영향 만큼은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K외국어학원의한 관계자는 이들 빅4의 경우 수강생 동원능력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이들의 이름을 학원간판에 넣을 경우 수강생이 줄잡아 30~50%는늘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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