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업, 폐기물에서 '제3 자원' 캔다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피땀 어린 기술개발로 쓰레기를 「또다른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이들은 무심코 버려진 생활 쓰레기나 폐기물을 재활용해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쏟아낸다. 쓰레기는 제3의 자원이란 사실을 몸으로 입증해 보여주고 있는 셈. 물론 쓰레기 재생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인데다 기술수준도 걸음마 단계이다. 그런만큼 쓰레기 재활용으로 아직 큰 돈을 벌어 들이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불황의 시대에 남들이 버린 쓰레기로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이들이야말로 경제회생의 주역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쓰레기를 원료로 제3의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는 성공 사례들을 소개한다.◆ 페트 병으로 옷을 만든다삼양그룹의 삼양사는 버려진 페트(PET)병을 활용해 옷감을 만드는데 최근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음료수병 등으로 사용이 크게 늘면서 주요 오염원으로 등장한 페트병을 잘게 잘라 그것으로 실을 만들고 직물을 짜는 데 성공한 것. 삼양사는 이 섬유로 실제 등산복등 점퍼를 만들었고 앞으로 수요를 보아가며 생산량을 늘려갈 예정이다.페트병의 경우 폴리에스터 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섬유로 재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무성하긴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실현시킨 것은국내에서 삼양사가 처음. 삼양사는 페트병으로 만든 점퍼가 특히땀 배출이 잘 되고 보온성도 높아 등산복으로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등산복용 점퍼 한벌을 만드는데는 14개의 페트병이 들어간다.삼양사는 페트병에서 뽑은 실로 만든 옷이 기존 섬유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해 사업성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연간 1만개 정도의 페트병을 생산하고 있기도 한 삼양사는 지난 95년부터 페트병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모범 재활용 업체. 이 회사는당시 미국의 PTI사로부터 첨단 페트병 재생기술을 이전 받아 이불솜 쿠션 포장재 등을 이미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수익성이 낮은 재활용 제품들이어서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재활용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개발된게 페트병을활용한 옷이다. 이 회사 재활용팀의 유창현 과장은 『페트병을 생산하는 업체가 이를 수거해 재활용함으로써 국내에선 유일하게 생산 유통 재활용의 완벽한 리사이클을 형성했다』며 『앞으로도 페트병을 이용한 제3의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사는 페트병 재활용 사업으로 올해 40억원 정도의 매출을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폐유리를 인조대리석으로경기도 양주에 있는 주식회사 세호는 버려진 유리조각들을 잘게 부숴 합성수지와 혼합, 고품질 인조대리석을 탄생시켰다.세호는 한때 폐유리로 놀이용 유리구슬을 만들던 중소기업. 이 회사 강신종 사장은 놀이용 유리구슬의 수요가 사라지자 대체상품 개발에 몰두했다. 처음엔 직경 1mm의 유리알을 만들어 도로 표지선을긋는 도료에 섞어 야간에 자동차의 헤드 라이트에 반사 빛이 나는특수 도료를 개발했다. 지금도 전국 도로의 노란 중앙선을 그리는페인트엔 어김없이 세호의 유리알이 들어간다.강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유리알 직경을 미크론 단위까지 작게 만들어 아예 유리분말을 생산해냈다. 이것을 합성수지에 혼합해새로운 신소재를 생산해 냈고 이것으로 인조대리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세호는 이 인조대리석으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내고있다. 벽재를 비롯해 바닥재 싱크대 테이블소재 등 30여가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판매중이다.◆ 폐타이어로 도로를 포장한다승용차 보급확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폐타이어는 그동안 마땅한재활용 제품이 개발 안돼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한 중소기업의 재활용 의지로 쓸모없는 폐타이어가 도로 포장용 아스팔트로 변신했다. 폐타이어를 아스팔트로 재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주식회사유닉스라바. 이 회사는 최근 미국 ISS사로부터 고무아스팔트 접합재 생산기술을 도입해 충북 제천에 생산설비를 갖췄다.고무아스팔트는 기존의 아스팔트에 폐타이어 가루를 섞어 아스팔트의 단점을 크게 보완한 것. 일반 아스팔트의 경우 최대 약점은 온도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스팔트 도로는 불볕 더위의 여름엔 아스팔트가 녹아 바닥이 다소 물렁해지고 추운 겨울엔크게 수축돼 도로 표면이 갈라지기 일쑤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심한 곳에선 아스팔트의 수명이 길지 않다. 그러나 폐타이어 고무가 섞인 고무 아스팔트는 고무의 특성 때문에 기온변화에 따른 팽창과 수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게 최대 장점이다. 그만큼 아스팔트 도로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이 회사 원충희 사장은 『고무 아스팔트가 많이 보급된 미국에선고무 아스팔트 도로가 기존 아스팔트 도로보다 수명이 2배 이상 길다는 게 입증됐다』며 『여름과 겨울이 뚜렷한 한국에서야 말로 고무 아스팔트를 많이 쓰는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닉스라바가생산한 고무 아스팔트는 이미 △남해고속도로 △충남 홍성의 지방도로 △서울시 구파발 박석고개 도로 등에 시험 포장돼 현재까지는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단 고무아스팔트의 가격이 일반 아스팔트보다 15% 정도 비싸다는 게 흠으로 지적되지만 도로 수명이연장되는 걸 감안하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게 유닉스라바의 설명이다.◆ 첫발을 내디딘 업체들아직 재활용 제품을 본격 생산하거나 사업성을 확보하진 못했지만재활용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 쓰레기 비즈니스의 꿈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은 수없이 많다.동양스치로폴이란 회사는 폐목재와 폐플라스틱을 혼합해 건축용 합판을 생산하는 기술과 설비를 지난 4월부터 과학기술개발원과 공동개발중이다. 또 능전개발은 해안오염의 원인이 되는 굴 고막 바지락 등 패각(貝殼)을 원료로 사용해 고순도의 경질성 탄산칼슘(경탄)을 생산하는 설비를 개발중. 경탄은 종이 고무 치약 식품첨가물플라스틱류 등에 충전재(充塡材)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제품이다.인천제철의 경우 전기로에서 나오는 찌꺼기에서 철분을 뽑아낸 후골재로 상품화하는데 성공, 조만간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한편 현대정공이 최근 벨기에로부터 음식물 쓰레기 바이오 퇴비화기술을 도입해 각종 폐기물의 자원화 사업에 본격 진출키로 하는등 재활용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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