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일본

일본의 자원활용이나 쓰레기 처리 및 재활용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쓰레기를 감시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일명「고미 오바상(쓰레기 아줌마)」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개 40대후반의 주부들로 가정살림에 철저한 프로의식을 지닌 전업주부가대부분. 이들은 육아에서 해방돼 여유시간이 생긴 연령층이라는 면도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학력을 불문하고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왠만한 대학교수에 버금가는 이론과 실생활에 있어서의 경험을지니고 있다는 것이다.주택가에 사는 「사카이」 주부는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뜻밖의 손님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삿짐을 정리한 후 버린 쓰레기를 어느날 고미 오바상이 들고 찾아온 것. 음식물 쓰레기에 알루미늄캔이 서너개 섞여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 동네에서 수년전부터 환경감시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옆집 아주머니는 알루미늄캔이 재활용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한참 설명한 끝에 사카이주부가 마음으로부터 납득했다는 표시를 하고서야 돌아갔다.이런 환경감시꾼들은 어떤 보수가 있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살고 내 후손이 살아갈 이 땅을 잘 보존해야겠다는 사명감에서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법적으로는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지만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환경운동 캠페인도 벌이고 서로간의 지역활동 정보도 교류하고 있다.이런 환경감시꾼들은 단독주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단지와 연립주택단지 등 주거 밀집지역에도 존재한다. 도시의 아파트단지 등에서는 특정 인물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주택가와는 달리 순번을 정해 의무적으로 돌아가면서 「쓰레기 감시 당번」을 맡는 등환경 감시 활동이 좀더 조직화돼 있다.이번 달들어 화요일마다 옆집과 한조가 돼 쓰레기 당번을 서고 있는 키무라 주부는 매주 화요일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쓰레기 수거장에 나가 아침 출근길에 쓰레기를 들고 나오는 동네 사람들과 부드럽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눈으로는 매섭게 쓰레기 봉지들을 체크한다. 이 작업은 쓰레기 수거차가 오는 오전 9시까지 쉴새없이 계속된다.도쿄 시내의 경우 쓰레기 분리 수거는 요일별로 이뤄지는데 일반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는 주 3회, 재활용품은 주 2회, 세탁기 냉장고등 대형 쓰레기는 주 1회 수거한다. 대형 쓰레기는 사전에 구청에신고하고 처리비용을 지불하도록 의무화돼 있다.환경감시꾼과 더불어 일본의 쓰레기를 줄이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는 것으로 알뜰시장을 들 수 있다. 구세군 등의 종교단체에서 일정한 장소를 정해 상설 알뜰시장을 열기도 하고 재활용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점도 동네 곳곳에 있지만 볼거리가 많은 곳은 역시동네에서 열리는 알뜰시장이다. 특히 봄 가을이 되면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을 빌려 작은 규모로 자주 열리는데 일상 생활용품에서부터 식품류에 이르기까지 별별 것을 다 가지고 나와 팔고흥정하는 모습이 여간 재미있지 않다.알뜰시장은 대체로 열리기 한 달전쯤부터 장소와 시간, 출품 회망자에 대한 안내가 배포돼 아파트를 중심으로 회람판이 돌려진다.이때도 각 가정마다 안내광고를 넣는 대신 A4크기의 회람판에 안내문을 붙여 각 가정이 봤다는 사인을 하고 옆집에 넘기는 방식을 취한다. 종이도 절약하고 이 기회에 옆집 사람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집에선 어떤 물건을 내놓을건지,저집은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를 알아내는 것이다.일본의 재활용운동이 뿌리내리게 된데는 환경문제를 꾸준히 보도하면서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공사례를 소개해온 공영방송과 신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NHK는 고리타분할정도로 환경문제에 매달려 이를 과학적으로 심층분석하는 프로부터시작해 선진국의 모범사례 등을 내보내고 있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볼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송 시간대를 다양하게 편성, 거의매일 2∼3편씩의 프로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물론 최근들어 일본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회용품에 대한 선호도가 늘고 잦은 거주지 이동으로 인한 이사 쓰레기 등으로 쓰레기 문제에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쓰레기를 줄이려는 사회 전반적인 노력은 확실히 우리보다 앞서 있는게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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