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돌파 경영

국가 경제가 금방 숨이 넘어갈 것처럼 위태롭다. 「총체적 위기」란 말이 전혀 과장되지 않다. 국가 부도 사태까지 거론될 정도니기업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이제 사실상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까지 말한다. 이미 기업이 살고죽고는 한 기업의 경영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정부가 할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IMF(국제통화기금)와 선진국들이 돈을 빌려주기를 바랄 뿐이다.단순한 어려움과 위기가 다른 점은 예측 가능성 여부에 달려있다.단순한 어려움은 그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어느 정도는 예상된다.어려움에 직면해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사태가 어떻게진전돼 갈지 전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기는 갑작스럽고 사태 진전이 급격하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발전해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방법을 찾기도 힘들다. 이것이 위기의특징이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다.위기는 예측도 어렵고 해결 방법도 거의 없어 사실상 위기에 처한당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제한돼 있다. 현재 한국 정부와기업처럼 말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냥 주저앉을 수는없다. 결과가 어떻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바로 「위기관리」가 필요한 것이다.위기를 관리하는 첫번째 단계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구분,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정신을 차리고 할 수 있는 일을 골라내는 작업도 쉽지는않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이 그렇게 무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실상부터 파악해야 한다.현재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는 정확히 지적하자면 「외환위기」다.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KPMG산동컨설팅의 김영효사장은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나 태국과 같이 금융위기를 겪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그 국가들과 달리 실물경제는 탄탄한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의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수출강국」 중의 하나다. 자랑할만한 첨단기술과 생산설비,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단지 외환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지면서 경제전반까지 위기로 몰고 갔을 뿐이다.그러나 외환위기의 실상을 파고 들어가보면 문제의 근저에는 국내기업들의 고질적인 병폐인 「차입경영」이 있다. 기업이 능력 이상으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한계에 부딪혀 결국 연쇄부도 사태에 빠지게 됐다. 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기업에 돈을 빌려준 국내 금융기관은 터무니없이 부실해지고 금융기관 부실은 한국의 해외 신인도를 추락시켰다.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 역시 바닥으로 떨어져 외환위기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결국 현재의 위기가 외환위기, 다시 말하자면 금융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주력산업과 기업 역시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경쟁력이 회복된다고과거처럼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입경영과 과잉투자로 멍들어있는 산업 전체의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위기의 본질부터 파악해야여기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과 기업이 해야할 일이 나온다. 정부는일단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대외 신인도 하락을 회복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위기극복 마스터플랜을 세워 선진국들에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 해외 투자자와 정책결정자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불신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한국 경제는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고 한국 경제가 위기에빠지면 세계 경제도 함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이와함께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있다해도 불안하고 혼란할 때는 「나부터 살고보자」는 이기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수입품을 사재기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다. 궁극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은행 예금 인출사태나 사재기 등을 막기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상황을 이해시키고 협조를 구하는데도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기업이 현재의 외환위기에 대해서 할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위기를 몰고온 근본 원인인 차입경영과 과잉투자를 개선하는 노력은 할 수 있다. 당장 하루 하루의 부채를 갚기도 힘겨운위기상황에서 기업의 근본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무리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기관리경영에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위기는 사람의 병과 똑같다. 이미 걸린 병은 정도를 밟으며 고치는 것이 최선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병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의지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원칙대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이 때도 「신뢰」만이 어려움을 헤치고 나가는 「동력」이라는 사실은 잊지말자. 직원과 소비자와 투자자에게서 신뢰를 잃어버린 기업은 「장수」하기 힘들다. 이런 기업에는 어떤 「특효약」을 써도소용이 없다. 종업원과 소비자, 투자자에 대한 적극적인 「기업 알리기」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위기관리는 손해를 「없애는」 기법이 아니라 손해를「최소화」하는 기법이다. 이미 일어난 위기는 어쩔 수 없다. 이미닥친 피해를 수습하는 한편 위기가 증폭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으로 위기가 확산되지 않게 하려면 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위기는 손쓸 수없을 만큼 빠르게 다음 국면으로 발전될 수 있다. 최악의 사태에서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유비무환」의 정신은 신뢰 다음으로위기관리에 필요한 항목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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