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연구 / 포철

돈 안되는 사업 과감히 잘라낸다포철은 최근 포스코개발 포스틸 등 출자회사들과 함께 대대적인 자산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실사의 목적은 노는 땅과 경제성이떨어지는 설비를 골라내기 위한 것. 포철은 이렇게 찾아낸 유휴 부동산과 설비를 내다 팔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키로 했다. 이미 포스코개발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그린관광호텔은 처분 대상 1호로 찍혀 매물로 나와 있다.「IMF 불황」에도 흔들림이 없는 초우량 기업 포철이 왜 갑자기 유휴자산 정리에 나섰을까. 그것도 부실 기업들의 자산매각 러시로부동산 등의 매기가 바닥인 지금 시점에서….그 이유는 포철이 내년부터 본격 도입키로 한 EVA경영에 숨어있다.EVA란 기존의 회계장부에서 나타나는 순이익보다 훨씬 엄격한 개념의 이익. 세후 영업이익에서 영업활동에 들어간 외부자본 비용(차입이자)과 자기자본의 기회비용(기대수익률)까지를 뺀 후의 이익을말한다. 따라서 EVA는 손익계산서상의 당기순이익보다 실질적인 의미의 이익 개념인 셈. 포철이 이처럼 단순히 매출을 늘리고 순이익을 내는 게 아니라 투자한 자본의 기회비용보다도 높은 이익을 내자는 개념의 EVA경영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일단 기본 베이스인 자산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하기 시작한 것이다.포철은 일단 회사 자산을 줄이는 데까지 줄인 다음 생산성 등을 끌어올려 투자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개별 프로젝트도EVA에 기초한 수익성을 철저히 따져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일부 사업을 아예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더 나아가 선계열사 제철소 개별공장 단위로 EVA를 산출해 실적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성과급 등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수익성을 경쟁적으로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한마디로 이젠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사업을중심으로만 투자하고 그렇지 못한 부문은 과감히 잘라내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최근엔 포철을 비롯한 출자회사 포항과 광양제철소, 77개 개별 공장별로 96년과 97년 EVA를 산출해 평가하고 내년도 EVA를 전망해 임원회의에서 논의하기도 했다.포철이 아직 한국에선 생소한 EVA를 주요 경영지표로 삼기로 한 것은 지난 95년부터. 지난 94년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해 몸집을 크게 줄였던 포철은 다음 목표인 수익 극대화를 위해 미국의선진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EVA를 도입키로 했다. 여기에 국제적경영감각을 갖춘 김만제 회장의 의지와 결단이 주효하게 작용했던건 물론이다.포철은 일단 EVA를 도입키로 결정한 후 미국 미시간대 김응한 교수를 팀장으로 국민대 김명균 이재경 교수 등과 산동컨설팅의 컨설턴트들로 외부 태스크 포스를 구성, 기초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팀에선 EVA의 개념설정 산출방법 적용시스템 등을 정했다. 외부 자문그룹의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포철은 최근 EVA경영 도입 준비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가장 우선적인 경영방침으로 추진키로 했다.포철이 이처럼 EVA경영을 비교적 「순조롭게」 도입할 수 있었던 건 기본적인 수용여건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EVA경영 도입을 위해선 경영효율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선진화된 경영시스템과 그 평가를 수용할 수 있는 경영진의 마인드가필수적이다. 포철의 경우 2005년까지의 장기비전을 마련한 지난94년부터 인력 감축과 재배치, 경영위원회 구성, 사외이사 및 감사제 도입, 경제성마인드운동 실시등 경영혁신을 강력히 추진했다.이 과정에서 27개였던 계열사를 16개로 줄이고 재무구조를 탄탄히다졌다. 게다가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모든 경영진들이 확고한 의지와 지속적 관심을 갖고 선진 경영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적응해왔다.바로 이런 두가지 바탕이 포철의 EVA경영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포철의 김진주 부사장은 『IMF구제금융이후 초긴축 시대에 기업이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실질적인 수익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며 『외형과 성장 중심에서 질과 가치중심으로의경영시스템을 바꾸는 EVA경영이야말로 IMF시대 기업 생존의 열쇠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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