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 집중경영

『물줄기를 한곳으로 모아라』.21C 무한경쟁체제를 맞아 경제전문가들이 기업들에 띄우는 98년 경영메시지이다. 자를 것은 과감히 잘라내고 경쟁력있는 분야에는 모든 자원을 집중, 세계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라는 주문이다. 패러다임의 혁명적인 변화를 기하라는 것이다.이른바 핵심역량(Core Competence) 집중경영을 경제전문가들은IMF경제체제에서 기업생존조건으로 제시한다. 핵심역량 집중경영이란 기업내에서 경쟁력있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이것을 집중육성하고 이와 연관된 서비스와 기술 등을 연결시켜 새로운 역량을 만들어내는 경영기법으로 이미 선진국 기업에서는 보편화돼 있다.불행하게도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 성장논리에만 집착, 몸집부풀리기에 혈안이 돼 왔고 돈이 된다하면 핵심역량과 관련이 없으면서도 일단 뛰어들고 보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관행이었다.대마불사라는 논리에 사로잡혀 너나없이 사업다각화를 펼치는 한편첨단산업진출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비관련사업 다각화에도 열을 올렸다. 수익성 위주의 경제논리보다는 경쟁기업에 비해뒤떨어지면 안된다는 경쟁논리만 지배했다.이런 우리 기업들의 관행을 고려대 경상대학 이광현교수는 「떼거리 경영」으로 표현한다. 기업이 갖고 있는 핵심역량을 파악, 집중하기보다는 외부의 환경변화에 따라 우르르몰려 서로 아귀다툼을벌인다는 것이다.올해초 과열진입경쟁을 벌였던 정보통신사업분야가 대표적인 예이다. 기업들은 정보통신분야가 미래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자 별로핵심역량과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사업인가를 신청하는 과열양상을보였다. 수익성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 결과는 시티폰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이 이 사업이 별로 영양가가 없는데다 무리한투자로 인한 경영압박이 가중되자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로 이어졌다.유통업 진출다툼도 좋은 본보기이다. 기업들은 유통업이 장차 전망이 좋은 것으로 예상되자 건설이 주력인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렸다. 결국에는 유통업에 진출한다며 사놓은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돌변하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도산하거나 도산직전의상황에 처해있다. 핵심역량이 무엇이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모르고 부화뇌동한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것이다.그러나 선진국 기업들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 세계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제너럴 밀즈의 경우 핵심역량의 재정의를통해 식료품분야를 제외한 전 사업(매출비중 35%)을 매각했다. 사업구조를 핵심역량을 공유할수 있는 사업중심으로 집약화한 것이다.◆ 선진국 기업은 이미 보편화미국 GE사례도 우리 기업들에 던지는 의미는 크다. 이 회사는 다른회사들이 정보산업을 21C 유망산업으로 선정하고 앞다퉈 진출할 때이를 과감히 포기했다. 유망한 사업임에는 분명하지만 자신들이 공유하고 있는 핵심역량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우리 기업들이 정보통신분야에 줄줄이 진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정을 내린셈이다.일본 운송업체인 야마토의 경우에는 선물배달이나 이삿짐사업이라는 핵심역량에 정보통신과 물류시스템을 접목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작은 짐을 개별적으로 신속하게 배달할수 있는 택배업으로 변신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이와함께 소니사는 트랜지스터나 워크맨생산과정에서 쌓은 소형화핵심역량을 바탕으로 CD플레이어와 소형TV를 개발,큰 성공을 거뒀다.60여대의 항공기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싱가포르항공도 핵심역량 집중경영의 좋은 사례에 속한다.이 회사는 항공사의 경우 핵심역량은 다른 무엇보다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고객서비스개선에 만전을 기했다.이로인해 싱가포르항공은 지금 세계유수의 항공사를 제치고 최고의수익성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런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호텔사업, 외식사업, 관광레저사업분야에 활발한 진출을 하고 있다.◆ 핵심 분야 골라내기 쉽지 않아핵심역량 집중경영에 따른 문제점도 많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기업들은 너무 많은 분야에 진출하고 있어 어느 분야가 핵심역량인지를 골라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핵심역량에 대한내부의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이런 과정을 거친 뒤 핵심역량에 대한 시너지를 극대화할수 있는사업진출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아무리 첨단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이라고 해도 핵심역량과 관련이없는 사업분야는 과감히 포기하고 버릴 사업이 있다면 미련없이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고려대 경상대학 이교수는 『우리 경제가 IMF 규제를 일일이 받게되면서 개방화가 더욱 가속화,헤비급 플라이급 할 것없이 세계적인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교수는 이에따라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의 실천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90년초이후 대기업들은 한계사업을 정리한다고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면서 과감한 한계사업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업다각화의 세련화도 이뤄져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석진연구원은『우리 기업들은 수직계열화가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인양 알고 있다』며 수직계열화는 고부가가지 분야에 경영자원을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지금 선진국 기업들은 핵심역량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세계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핵심역량에 기반을 두고 관련사업분야에 사업의 중점을 이동시키는 집중화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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