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행 동남아 진출사례

지난 12월12일 법정관리를 신청, 제3자 인수가 거론되고 있는 동서증권은 국내 4대 증권사중 하나.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동서증권의주가는 2천원대. 액면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이다. 주식시장만회복된다면 언제라도 알토란같은 기업이 될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에 너무 싼 값에 매물로 나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를 입증하듯 동서증권이 좌초하자 미국의 씨티은행이나 JP 모건증권 등이 매수를 위한 물밑교섭에 나섰다는 정보가 금융권에 나돌고 있다.최근 IMF 구제금융 시대를 맞아 아시아 지역에선 동서증권과 같은금융기관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덤핑가격으로 나온 아시아 금융기관들을 M&A(인수합병)하기 위해 공격자세를 가다듬고 있는 것.이미 태국에선 M&A공세가 가시화됐다.아시아 금융위기의 출발점이었던 태국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58개나 되는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거래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 거래정지명령을 받은 금융기관중 자력으로 회생할 수 있는 곳은불과 서너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게 현지의 전망.◆ 서방 자본, 일본도 노린다이런 상황에서 퍼스트방콕시티은행(FBCB)이 처음으로 선진 외국금융기관에 넘어갔다. 지난 9월말 현재 4백92억바트에 달하는 외채를짊어지고 있는 부실 은행인 FBCB의 지분 50.1%를 씨티은행이 인수키로 결정한 것. 이들 회사는 지난 11월26일 의향서를 체결하고 앞으로 3개월 동안의 자산실사를 통해 구체적인 인수금액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태국의 파이낸스원도 유럽계 은행의 인수타깃이 됐다. 거래정지된 태국 금융기관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파이낸스원은 최근 독일의 베스트도이체란데스방크와 구체적인 인수 교섭을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약 5천만달러(현금 2천1백만달러와 주식) 정도로 논의되고 있다. 태국정부도 부실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매각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25%로묶여 있는 외국회사의 태국 금융기관 소유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그런만큼 선진 외국 금융기관들의 태국 금융기관 매수는 꼬리를 물 예상이다.물론 태국이외에 IMF구제금융 이후 금융기관이 서방 금융기관에 팔린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동남아 금융기관 M&A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골드만 삭스증권, 이탈리아 부호인 아그넬리가(家), 유럽금융회사인 ABN암로은행 ING그룹 코메르츠방크 취리히그룹 등은 이미아시아 금융기업 사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관측이다. ABN암로은행의 아시아자산운용매니저인 리처드 쉬나이더는 『우리는 항상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며 『M&A는 물론 지분출자 등 모든 분야에서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서방 금융기관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곳은 세계 최대 무역흑자국이면서도 금융부문이 취약한 일본시장이다. 지난달 도산해 세계 금융가를 술렁이게 했던 야마이치증권은 계열사인 투자자문의 주식 90%를 일본기업과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에 균등분배해 팔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의 금융기관이 적자 투성이인 야마이치투자자문에경영참여를 결정한 배경은 바로 내년에 개방되는 일본의 뮤추얼펀드(투자신탁)시장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4천50억달러 규모의 일본투자신탁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야마이치투자자문을 접수했다는 얘기다.이들은 지금을 아시아 진출의 호기로 보고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가 금융기관 M&A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외국 금융사를 바라보는 아시아의 투자자나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잇딴 총회꾼 사건, 부실화된 채권투성이로 국민부담만을 키우는 금융기관들을 믿을 수 없게 되자 투명한경영을 강조하는 외국사에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서방 금융기관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진출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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