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 / 두산그룹

주력사업분야도 미련없이 처분두산그룹 임직원들은 요즘 격세지감을 느끼는 듯하다. 불과 2년전만 해도 그룹 전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있었으나이젠 상당히 여유가 있는 표정이다. 물론 그룹 기조실의 실무자들은 우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재계 사람들은 두산이 다른 그룹에 앞서 구조조정 작업을 시작한 덕에 요즘과 같은 경제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두산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나선 것은 지난 95년 11월이었다. 당시 두산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그룹의 핵인 OB맥주는하이트맥주의 돌풍에 힘없이 무너져 있었다. 특히 선진외국에서 경영실적의 지표로 많이 이용되는 ROIC(투하자산 수익률)를 산출해본결과 각 계열사의 연관성이 너무 커 발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룹 내부로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팽배했음은 물론이다.두산은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수익률 제고를 그 핵심으로 삼았다.여기에는 기존의 외형성장 일변도의 전략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담겨 있었다. 아무리 매출이 많아도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하면 기업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두산은 이과정에서 가능한한 많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들어 두산이 캐시플로(Cash Flow, 현금흐름)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이유에서다.두산은 먼저 유사, 중복 사업의 일원화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해 자산매각과 한계사업철수를 단행했다. OB맥주 영등포 공장,두산상사 냉동공장 등 각 계열사의 보유부동산을 대거 처분했다.또 두산기계의 자판기 및 상업용냉장고 사업정리 등 적자를 내거나부가가치가 낮은 사업도 일괄적으로 정리했다. 이와 함께 네슬레와3M, 코닥 등 경영권이 없는 회사의 지분을 팔았다. 특히 두산은97년 11월에는 그룹의 노른자위라 할수 있는 OB맥주의 음료사업부문을 미국 코카콜라사에 4천3백22억원에 매각,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2년후부터 효과두산의 자구노력은 이렇듯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그룹의 핵심사업부문도 과감하게 도려냈다. 물론 그룹 내부에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가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핵심 경영진은 이를 밀어붙였다. 가업으로 내려온 사업이나 수익성이 좋은사업도 필요하다면 시장에 내놓았다. 이는 우리에게 별볼일 없는사업은 남에게도 마찬가지라며 매입자에게 입맛이 당기는 「쓸만한것」을 주어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두산의 구조조정은 시작한지 2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확실하게나타나고 있다. 부채비율이 95년 하반기만 해도 6백80%에 이르렀으나 최근 5백%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룹측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99년에는 3백%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이자율이높은 종금사의 단기부채를 많이 갚아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에서 15%로 낮췄다. 물론 전체적인 외형은 적잖이 줄어들었다. 계열사수가 29개에서 23개로 줄었고, 재벌그룹 순위에서도13위에서 14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들은 대단히 만족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적자행진을 멈추고 97년 기준으로 2천5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간판인 OB맥주도 다시 일어서고 있기 때문이다.구조조정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박용만 기조실장은 『97년까지의1차 구조조정은 상당히 만족스럽다』며 『98년에는 2단계 작업인핵심사업 확장에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앞으로집중투자할 주요 사업군으로 생활문화, 기술소재, 정보유통 등 3개분야를 선정해놓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