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궁 당하는 일본

「현재 아시아 국가들은 정맥주사를 맞고 있는 환자와 같다. 아시아 곳곳에 꽂힌 정맥주사는 하나의 굵은 생명선으로 연결돼 있다.이 생명선은 이 지역의 금융 중심지 도쿄에서 뻗어 나온다. 생명선은 무역 투자 차관 원조 관광 등 모든 종류의 돈을 운반한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사이에 이 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아시아는 상상하기가 힘들다」.(타임 2월16일자)미국의 시사주간지 지는 최근 「일본이 아시아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아시아 위기에 대한 일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뤘다. 일본은 아시아 급성장의 「주역」이자 위기의 「주범」이라는게 주요 논지였다. 아시아 위기에 대한 일본 책임론은 비단지만의 주장은 아니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서방 국가들은 「일본은 아시아 위기의 일부가 아니라 일본자체가 아시아 위기」라고 비판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윌리엄데일리 미국 상무장관은 『아시아 경제는 일본 경제의 건전한 성장없이 회복될 수 없으며 일본의 경제 성장은 건전한 아시아 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고 강조했다.아시아 위기와 관련된 일본의 책임론은 90년대초 일본의 버블(거품)붕괴가 아시아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버블경제 붕괴로 국내 부동산과 주가 등 자산 가격이 폭락하자 수익률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려 투자를 급속히 확대했다. 94년만 해도 일본의 동남아 지역에 대한 대출규모는 4백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년후인 96년에는 2천6백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이 결과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투기성 투자가 크게 확대돼 경기과열과 버블 팽창이 나타났다. 이 버블이 꺼지면서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촉발됐다는게 일본책임론의 주요 내용이다.일본이 촉발시킨 아시아의 경제 위기는 「부메랑」이 돼 다시 일본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 일본의 대아시아 수출입 의존도는 거의 50%로 일본 경제 자체가 아시아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 아시아위기로 심화되는 일본의 경기 침체는 또다시 동아시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대일본 수출입 의존도 역시 13.4%와 20.6%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경기 침체와위기의 악순환 고리가 일본과 아시아 사이에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일본 거품경제가 위기의 발단서방 전문가들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고 또 끊을 책임이있는 장본인이 바로 일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위기해결책은 「아시아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일본이 내수 경기부양책과 수입 확대를 통해 성장의 엔진을 가동시켜야만 한다」(프레드 버그스텐 워싱턴 국제경제 연구소)는 것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일본의 위기로 전세계가 불황의 늪에 빠지는 사태를 우려하면서 일본에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세우도록 압력을 가하고있다.강두용 산업연구원(KIET) 일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경기 침체와 아시아 위기가 악순환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경기 침체를 계속 방치할 경우 아시아 경제 전체가 급격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며 『일본이 내수 부양으로 아시아 경제 수출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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