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쯤 국내 신약 1호 탄생할 듯

「신약 개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제약업계에 내려진 지상 과제다. 국내 제약시장은 대략 4조원.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인 글락소 웰컴의 지난해 매출액이 1백16억달러(약 17조4천억원, 1달러=1천5백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시장은 일개 제약회사의 매출액보다도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지 않다. 4조원 시장에 무려 3백50여개의 업체가 몰려들어 「제 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데문제가 있다. 작은 시장에서 수백개의 업체가 경쟁하다 보니 제약기업은 영세성을 면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은 꿈도 못 꾸고 있다.물론 우리 손으로 개발한 약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진정한 「신약」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신약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새로운 물질로 만들어진 신약 △기존에 나와있던 물질을 합성, 새로운 임상실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개량신약 △기존 약과 성분은 똑같지만 제조방법이 다르거나 특허기간이만료돼 기술만 있으면 다른 회사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제네릭 △적은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한 복제품(me-too제품) 등이다. 이 중에서 진짜 「신약」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은 물질 특허를 받은 신물질로 만들어진 신약과 새로운 임상실험을 거쳐 약으로 허가를 받은개량신약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물질로 만들어진 신약은 커녕개량신약마저도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네릭이나 다른 회사의복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해왔던 결과다.4조원 시장에 3백50여개 업체 경쟁물론 제네릭의 경우 신약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박성현 종근당 과장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제네릭의 경우 한 품목 시장이 연간 1조∼2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 시장의10%만 차지한다고 해도 연간 1천억∼2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수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한다. 박과장은 또 『신약 개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며 『경제적인 효과를 고려해볼 때 제네릭이 가져오는 효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인다.국내에서 개발된 대표적인 제네릭으로 종근당의 「오엠피」를 들수 있다. 「오엠피」는 스웨덴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의 위궤양 치료제 「로섹」의 제네릭이다. 종근당은 83년부터 10년간2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 성분은 아스트라의 「로섹」과 같은 오메프라졸이지만 제조방식은 다른 「오엠피」를 개발해냈다. 박과장은『로섹은 2000년 예상 매출액이 36억달러로 단일 품목으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릴 것으로 보이는 유망한 약품』이라며 『오엠피는 로섹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또다른 제네릭으로한미약품이 지난해에 10년간 5백60억달러를 받기로 하고 스위스의노바티스에 기술 수출한 「마이크로 에멀전」을 들 수 있다. 한미약품은 「마이크로 에멀전」을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하나만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데 성공했다.제네릭으로 거둬들인 이런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제약산업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역시 신물질로 만든 신약이라고 할 수 있다. 제네릭의 경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존 제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제약업계에서는 세계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물질 특허 보호를 받으며 독점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신약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 제약기업의 적대적 M&A(기업인수 합병) 위협이 커지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김지형 대웅제약 이사는 『신약 개발에 대한 장단기 실적을 산출함으로써 주가를 올려야만 외국 기업의 적대적 M&A에 대항할 수 있다』며 『효율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를 위해 국내 기업끼리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지면서 제휴를 맺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과 동아제약이 신약 개발을 위해 공동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기로한 것이대표적인 예. 몇년전에 제일제당과 녹십자가 연구 부문에서 전략적제휴를 선언한 이후 제약업계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로 결정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양행과 동아제약은 각자가 축적해온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연구 효율을 높이고 신약 개발의 기간을 단축하고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 위해 업체간 협력도 고려해야조윤정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외국의 경우 신약후보물질이 전임상과 임상실험 각 단계에서 성공할 때마다 주가가2∼3배씩 오른다』며 『외국의 제약기업들은 주가 상승으로 연구에필요한 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게 되고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조 애널리스트는 또 『제약산업에서 앞서느냐 뒤지느냐는 일차적으로 신약 개발에 달려 있는만큼 외국 기업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대규모M&A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국내 제약기업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것은 10여년전부터다. 지난해부터는 10여년 투자의 결실이 나타나면서 조만간 국내에서도 「신약 1호」가 탄생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기술을 인정받아 전임상이나 임상실험 중에 수출된 신약후보물질도 10여가지에 달한다. 현재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 중인 업체는 대략 30여개사. 이들이 내놓은 신약후보물질은 약 1백98개 정도다. 이 중 10종은 사람을 대상으로한 임상실험에 들어갔고 72종은 동물을 대상으로한 전임상 단계에 있다. 한국신약개발조합의 자료에 의하면 내년까지 28개의 개발신약이 상품화되고 내년 하반기에는 신물질로 만들어진 국내 신약 1호도 상품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 이종욱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아스트라의 로섹이란 위장약이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40억달러 이상 팔렸습니다. 유한양행이 국내에서도 시판하는 이 제품의 연구개발비(R&D)가 3억달러였으니 얼마나 효과적인 투자입니까. 국내업체가 한정된 예산과 인원으로 신약개발에 착수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이종욱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이 밝히는 신약개발의 경제적 의의다. 비록 오랜 연구시간과 거액의 연구비가 투자되지만 성공만 한다면 한순간에 「황금 노다지」를 캘 수 있다는 얘기다. 이소장은회사측이 IMF한파에도 불구하고 1백20여명의 연구인력을 유지하고85억원의 연구개발비 예산을 책정한 것도 이같은 측면을 이해하고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5억원은 회사 전체 매출의액 5%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이소장은 그러나 이같은 연구비가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제약업계 선두업체의 매출이 기껏해야 3천억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R&D 비용을 책정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안으로 『제약업체간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산과 인력을 공동으로 투자해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도똑같이 분배하는 것이 국내 제약업체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소장의 이같은 바람은 실현됐다. 동아제약과 2001년까지 1백억원을 공동으로 투자해서 골다공증치료제를 개발하기로한 것. 『동아제약의 연구경험과 기술력 등을 신뢰했기에 전략적제휴에 합의했습니다. 예산을 전액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였다면 아마 거절했을 겁니다.』이소장은 국내업체의 영세성으로 신약개발을 임상단계까지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얘기한다.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을 실험하는 임상실험을 하기에는 예산이나 인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설명이다. 국내 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신약개발 기술을 외국업체에판매하는 것도 이같은 사정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소장은 또국내 제약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갖출때까지는 중도수출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소장은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임상실험 단계까지 진척된 것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간장치료제「YH-439」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특정환자를 대상으로 안정성과 유효성검사를 진행중이다. 내년부터 2년간에 걸쳐 다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할 계획. 이소장은 임상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회사에 수천억원의 이윤을 남겨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화재의 신약 개발 현장/SK(주)SK(주)가 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임상실험 1상을 성공적으로 마침에따라 세계적인 신약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SK는 특히 국내 최초로미국 FDA의 허가를 받고 미국내에서 임상실험을 시행하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YKP10A는 SK의 미국 의약개발센터와 SK대덕연구원이 93년부터 2백억원을 투자, 연구 착수 4년만에 개발한 우울증 치료제로 기존 제품에 비해 구토와 두통 수면장애 심장질환 어지러움증 등의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은 것이 특징이다. SK는 93년에 사업다각화를 위해의약연구팀을 구성, 신약 개발을 시작해 94년에 항우울제 화합물인YKP10A를 발견했다. 이후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97년4월에는 선진적인 연구기법을 배우고 임상실험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미국 뉴저지에 의약개발센터를 개설하고 임상실험에 들어갔다.YKP10A의 임상실험 1상은 미국의 전문 임상실험기관인 IBRD에서 건강한 사람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실험 결과 인체흡수율이 기존 제품의 15∼60%에 비해 현저히 높은 90%로 나타난 반면 독성 및부작용 발현 가능성은 기존 제품보다 2∼3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실험을 담당했던 IBRD의 로치맨 박사와 펜실베이니아대학정신과센터 소장인 슈바이처 박사는 『기존 제품은 하루 4백50㎖이상 복용시 간질 심장질환 고혈압 등이 유발되는데 반해 YKP10A는1천2백㎖이상 복용해도 독성이 발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전한다.SK는 1단계의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함에 따라 올 상반기 중에 IBRD와 2단계 임상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SK는 2, 3단계 임상실험에서 우울증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부작용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2002년부터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신약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보고 있다.최용문 SK의약개발센터 소장은 『우울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25%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2000년에는 1백70억달러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YKP10A는 현재 미국 일본 유럽등에서 특허 출원 중인데다 임상실험 1상까지 성공함에 따라 신약으로 상품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에서가장 많이 팔리는 우울증 치료제는 미국 엘리 릴리의 「프로잭」으로 이 약품의 연간 매출액은 20억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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