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IMF 100여일

실물경제만 골병 들었다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각 부문의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골병이 든 건 실물경제다. 환율과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자동차 기계 철강 석유화학 가전 건설 등 주요 업종의 매출과순익이 급감해 기업들은 연쇄부도에 휘말려 있다. 신규 투자는 꿈도 못 꾼채 생산설비까지 내다 팔아 운영자금을 끌어댈 형편들이다. 이러다간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는 걱정의 소리가 많다. 실제로 올들어 내수는 업종 불문하고 작년 같은기간 보다20~30%씩 줄었다. 생산도 10~15% 정도씩 감소했다. 수출을 늘리려애는 쓰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IMF이후 각 산업별 타격을 짚어본다.◆ 자동차 = 『지금 상황은 최악이다. 이런 내수침체가 지속되면 국내 자동차 공장은 모두 가동중단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수출에주력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금융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어서다.』(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 박사장의 말처럼 국내 자동차 수요는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 올 1~2월 내수가 노동법 파동이 있었던 작년그맘때 보다도 53%나 줄었다. 2차 오일쇼크 때 보다도 상황이 더안좋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 수출 역시 부진하다. 원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2월까지 수출은 작년보다 1% 증가하는 데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2월까지생산은 97년보다 27%, 96년보다는 43% 줄었다. 1~2월 자동차 업체들의 가동률은 30~40%로 떨어져 있다. 한편 고금리로 인한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도산은 자동차 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기도 하다.◆ 반도체·가전 = 반도체의 경우 설비투자가 줄고 있는 게 가장큰 문제. 투자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서다. 올해는 2백56메가D램,12인치 웨이퍼 등 차세대 제품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서야 할때지만투자규모는 지난해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매년 40억~50억달러씩 투자했으나 올해는 많아야 30억달러 정도 투자될 것이란게 업계 분석. 이 여파로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가전은 올들어 2월까지 내수가 작년동기 보다 30% 이상 줄었다.신혼부부들의 신규 구매 정도만 있을 뿐이다. 대체수요는 거의 바닥이다. 원자재 수입가격이 올라 품목당 평균 10% 정도씩의 가격인상 요인이 있으나 반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수익성 급감으로가전 3사의 5천개에 이르는 대리점중 이미 2백여곳이 셔터를 내렸다.◆ 기계·조선 = 각 업종의 설비투자가 얼어 붙으면서 기계산업은치명타를 입고 있다. 공작기계의 경우 지난 1월 내수 수주가 전년보다 64% 줄었다. 2, 3월에도 마찬가지다. 기계업체는 지난해 1천5백37개사가 쓰러졌고 올 1월에도 2백97개사가 부도났다. 공장가동률은 50~60%선에 불과하다. 또 조선업계는 최근 수주가 크게 감소해 오는 2000년이후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 신인도가 떨어져 외국선사들이 발주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지난 1월 월간 단위로는 사상 처음으로 수주실적이 제로(0)를 기록했다. 2월엔 겨우 9척(46만t)을 수주했을 뿐이다. 수주 잔량이 1천7백만t이어서 앞으로2년간은 괜찮겠지만 그 이후엔 일감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철강 = 건설 자동차 가전 등 수요산업 침체로 철강업계도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건설 자재인 강관과 철근의 판매량은 올들어 각각 50%이상씩 줄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냉연강판도판매실적이 36.8% 감소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올들어 생산량은 지난해 월평균에 비해 25% 감소했다. 가동률은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크게 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각업체들이 내수부진과 자금난 타개를 위해 출혈수출을 감행하는 바람에 채산성은 오히려 나빠졌다. 환율 때문에 고철 등 수입원자재가격이 오른 것도 철강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 석유화학 = 가공업체들의 연쇄도산에 따른 수요감소로 유화업계도 위기감에 빠져 있다. 중국 특수 등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상반기내에 NCC(나프타분해공장) 8개사가 모두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다. 올들어 유화내수는 25%정도 줄었다. 각 업체들의 지난달 출하는 전년 2월에 비해 30~40%가 축소됐다. 수요업체의 잇단 도산으로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아 자금난도 가중되고 있는 실정. 환차손도 간단치 않다. 1달러당 1천원 이하 때 사들인 원료를 지금 1달러당 1천5백~1천6백원씩의 환율로 대금을 갚고 있어서다. 물론 수출물량이 늘고 있긴 하다. 그러나 합성수지 등 주요제품의 국제가가약세를 면치 못해 출혈수출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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