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소액투자자들의 움직임

기업민주화·경영투명화가 목적「△지난해 3월24일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아들인 재용씨에게 4백4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경위 △중앙일보와 자매지에 최고70%까지 광고료를 높게 책정한 배경 △삼성자동차에 1천7백억원을출자하게 된 경위」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이하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에게 따진 내용들이다. 국내외 소액주주들로부터 삼성전자 전체주식의 1.05%인 1백2만주를 위임받아 참석한 참여연대의 질문공세에 윤종용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진땀을 흘렸다.지난해 사업계획을 승인하는데만 5시간이 소요되는 등 10시간넘게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결국 정관의 변경과 사외이사의 선임등 회사측의 의도대로 주총은 끝났다.하지만 삼성전자가 소액주주들을 무시하고서는 더이상 「일류기업」이란 평가를 받기 힘들게 됐다. 경영 성과를 낱낱이 공개하고주주들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아야하는 책임이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새롭게 부과됐다는게 이날 주총을 지켜본 대다수 관계자들의일반적 분위기였다.참여연대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이상 「주총의 들러리」가 아님을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재벌들도 소액주주 ‘눈치보기’삼성전자만의 현상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이미 소액주주들에게 굴복했다. 타이거펀드 등 외국인투자자들과 연계한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사실상 항복한 것이다.참여연대와 외국인 투자자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기로 했다.이처럼 올해들어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이 부쩍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한해동안 소액주주들이 상장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9천4백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다.일부에서는 자신의 이해를 주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지난 2월말 부산소재 화학업체인 (주)금양의 경영권이 주총장에서전격 교체됐다. 5%안팎의 지분을 소유한 한단정보통신 관계자들이소액주주들을 설득, 주총장에서 경영진을 교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또 지난달중순 국내 최대의 양식기 제조업체인 대림통상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불발쿠데타」 움직임이 있었다. 소액주주들이 전체주식의 33%인 68만5천주를 결집해서 현경영진을 교체하려고 한것. 그러나 위임장의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경영진측에서 소액주주들의 출입을 봉쇄하여 불발로 끝났다.이에 소액주주들은 『지난 3월 13일 주총에서 통과된 임원 재선임과 정관변경 등 결의사항은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무시한 결정이므로 무효』 라며 주총결의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이밖에도 지난해 한화종금의 1대,2대 주주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소액주주들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참여연대가 주도한 제일은행의 소액주주들은 은행임원진들을 곤경에 빠트리곤 했다.이같은 소액주주들의 발언권 강화추세에 대해 공인회계사인 신왕건동부증권 투자분석팀 차장은 경영환경의 급변과 맞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소액주주들의 위상 강화는 최근 증권시장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사실 대표소송권이나 장부열람권만으로는 소액주주들이 그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오히려 적대적 M&A의 활성화나 정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소액주주들의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장은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고 장기투자하는 이들로서는 당연한 요구다. 이것은 소액주주들의 주장과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경영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 = 소액주주신차장은 특히 국내 기업들의 차입경영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질수록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즉 금융권에서빌린 부채를 갚고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이런 맥락에서 기관투자가들도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실적이 나쁜 경영진의 교체와 경영실적의 공개 등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화돼야경영진들의 과잉중복투자를 피하거나 대주주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방지할 수 있다』면서 『최근 추진중인 기업구조조정은 기업가치의극대화와 소액주주의 권한강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교수는 『앞으로 소액주주를 의식하지 않은 기업은 더 이상 생존할수 없다』며 『경영진들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소액주주들이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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