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불씨' 지펴질 가능성 있다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되면 한국경제 '파산'「1달러=2백엔선까지 상승」(시나리오1)「1달러=1백40엔대 유지」(시나리오 2)「1달러=1백엔으로 급락」(시나리오3).4월초 동경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이 6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일본이 세계공황의 시발지가 되지 않겠나」라는 여론이일본 안팎에서 일고 있다. 엔화의 약세와 더불어 닛케이 평균주가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갱신했고 금리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이같은 의구심은 증폭됐다. 이미 전세계 경제 예측기관에서는 일본경제의 미래상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전개되고 있다. 엔/달러환율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거나 일본정부의 효율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적정수준에서 유지되는 등 예상 가능한 결과를 상정하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막강할 뿐만아니라 일본의 불황이 자칫 세계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위기감의 발로에서다.현재 국내외 민간연구소에서 내놓은 일본경제의 향후 전망은 크게3가지 방향. 엔/달러 환율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일본과 세계경제에 미칠 여파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이중에서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두번째와 세번째 시나리오다.금융개혁과 경기부양책의 성공으로 엔/달러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할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들이다.먼저 엔/달러 환율이 1백엔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소득세와 주민세를 포함한 대대적인 감세조치와 적자재정을 통해 일본경제가 회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근저에 깔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경제의 저력을 믿는다는 얘기이다. 엔/달러환율은 지난 94년 1백엔을 기록한 이후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엔고현상을 보였다.◆ 200엔대 돌파하면 세계공황 가능성도환율이 1백40엔대 안팎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개혁을 추진하되 관료주의와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금융·재정개혁이 철저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장기화될 것이라는 견해를대변하고 있다. 어정쩡한 상태로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분석이다.이같은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1930년대 대공황을 당시 주류경제학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일본의 금융위기가 세계 대공황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한화경제연구원 황진우 박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지만 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한 증후들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엔화주가금리의 「트리플약세」가 지속되면서 아무도 원치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부동산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심화된다. 이것은 일본경제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외환거래의 자유화로 고삐가 풀린 일본자본과 외국자본의 급속한 유출을 가져온다. 동시에 자금경색으로 제조업체도 타격을 받아 도산이 급증한다. 결국 대량의 실업사태를 야기한다. 일본의 내수침체는 동남아 각국의 수출을 거의 빈사상태에 빠뜨린다. 동시에외채만기연장을 어렵게 해 외환위기를 재발시킨다. 동남아의 경제난은 일본에 다시 악영향을 미치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로 급속히 확대된다.』황박사의 지적대로 일본경제는 욱일승천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을보이고 있다. 거품이 본격적으로 해소되던 92년부터 1%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미국도 이와 유사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효율성면에서 차이 난다. 즉 미국기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일본 업체보다 서너배 높다. 즉 동일한 성장률을 기록하고도 미국기업이 실속있게 장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률이아니라 얼마나 효율있게 운용했느냐가 관건이라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김승식 연구위원은 설명한다. 또 부동산 가격도 1990년을 100으로 가정할 경우 1996년에는 80으로 하락했다.무려 20%나 감소한 것이다.기업도산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일본기업은 1만6천3백여개가 도산했다. 이것은 지난 96년에 비해12% 늘어난 수치다. 고용불안과 주가 지가 등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개인소비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1월 개인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감소했다.◆ 막대한 외환 보유고가 무용지물 될수도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정부가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외환보유고와 외화자산 등도 무용지물이 된다고 삼성증권 김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9백억달러규모의 무역수지흑자와 2천4백억달러의 외환보유고 그리고 8천억달러에 달하는 외화자산 등도 유동성위기가 발생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들은 시장움직임에 따라즉각 활용할 수 있는 「유량」이 아닌 「저량」이다. 즉 외화자산만 하더러도 외국투자자금과 내국인 여유자금이 해외로 이탈할때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금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일본이 보유한 미국정부채권을 매각하면 미국의 금리상승과 주가폭락을가져와 대공황을 야기할수도 있다.』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도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한다.권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일본경제는 물론 전세계경제가 극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의 일본경제는 경기후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디플레이션이다. 즉 소비위축→기업수익저하→고용·소득감소→소비위축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장기침체가 우려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마찰과 금융마찰이 계속되면 예상치 못한 엔화폭락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이들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 파산일보직전」까지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산 제품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최대수출지역인 동남아와 중국이 타격을 입어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일본은행의 외채상환요구로 외환금융위기가 재발하면서 상상하기 싫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게 이들의 견해다. 그러므로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서 대책을 준비하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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