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경영전략

IMF 구제금융결정 이후 한국의 경영환경이 본질적으로 변화하고있다. 정부의 경제운용계획 전면수정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및 기업의 대대적 구조조정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면적 구조조정의 내용은 대개 한계사업철수, 인원 및 경비삭감, 자산매각, 현금흐름강조, 부실채권정리 등 초단기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사실 이런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내용은 한국의 상황에서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IMF위기를 맞아 생존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대다수 아시아 국가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한국과 마찬가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한국을 비롯, 경제위기에 직면한 아시아 각국에 대해 IMF는 기본적으로 긴축경제, 상호보증금지 및 시장보호규정 철폐, 금융 및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이같은 IMF개혁은 경제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인플레이션으로 소비가 급감함은 물론 실업률이 급증추세를 보이고있다. IMF개혁은 이와 함께 기업들에는 국내시장의 개방과 수요의감소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식 자세와 실제행동 불일치 보여이렇게 새롭게 바뀌고 있는 시장구조와 경쟁구도, 그리고 소비자행태를 재빨리 파악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기업들은 IMF한파에 따른 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장접근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검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을 비롯 경제위기에 직면한 아시아 각국의기업들은 그런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 인원감축, 부실채권정리, 경비절감 등 내부정비 위주의 전략에만 치우치고 있을 뿐이다.앤더슨컨설팅이 최근 한국의 대기업을 비롯한 약 70여개의 아시아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IMF위기 대응방식조사」에 따르면71%의 기업이 경제위기 대응으로 경비절감을 들었고 42%가 투자연기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흥미로운 것은 이런 위기대응조치를 취한 기업들이 이번 IMF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47%의 기업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본다고 답했다. 이런 인식은 특히 아시아지역에 있는 다국적기업에서 더욱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기업 68%가 기회로 본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결과는 아시아기업들은 IMF위기를 기회로보고 있으나 실제로 취한 조치는 그에 걸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이렇게 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시아 대다수 기업들은앞으로 아시아지역의 경기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고둘째 아직까지 IMF위기라는 큰 변화에 노출된 경험이 전무한 까닭에 이에 걸맞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역량이 축적돼 있지 않기때문으로 보인다.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물론 당장 위기를 넘기기 위한 정비위주의 노력도 해야 하지만 공세적인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절실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기는 반드시 부양될 것이기 때문이다. 85년부터 96년까지 GDP성장률을 보면 아시아국가는연평균 7.2%로 미국의 2.3%, 유럽의 2.5~3.0%의 두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이같은 성장률은 높은 저축률, 잠재적 생산성증대,내재적 기업가치, 그리고 과거 무에서 유를 창조해온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기업들은 현재의 위기를 필연코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며 경기가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도 된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한국기업들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있는 내부정비 위주의 소극적 경영전략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과거 급격한 경영환경변화속에서 단순한 수비적 형태의 전략을 선택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격적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성공한 기업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시티뱅크 남미지사가 대표적 사례라 할수 있다. 82년 남미의 외채위기로 모든 은행이 철수를 할 때미국 시티뱅크는 오히려 지점수를 늘리고 전산설비투자와 신상품개발을 늦추지 않았다. 이 결과 오늘날 미국시티뱅크 남미지사는 현재 남미 최고의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 있다.이와 함께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은 대공황 시기에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근대적 개념의 슈퍼마켓 개념을 도입해 성공했다. 세멕스는 94년 페소화 하락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출지향과 세계화, 전산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통화관련 위험을 관리하고 매출액을 신장시켰다. 최근들어 코카콜라는 두산그룹으로부터지분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분을 인수,시장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경기 조만간 회복” 확신 가져야이런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증대시키는 쪽으로, 내부적이고 수비지향적인 전략에서 외향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한국의 기업이 현 상황을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보다 경쟁력있는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 대응의 실천이 필요하다. 우선 방어적 대응으로 제품, 서비스, 공정, 인력에서 비효율을제거하는 한편 현금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한 부채구조조정 등이 긴요하다.둘째는 기회적 대응으로 M&A, 매각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수출을 늘려서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셋째는적극적인 대응이다. 이는 단기적 관점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사업 위주로 경쟁력을 키우고 고객, 경쟁업체, 제도적 변화에 대응할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방안이다.결론적으로 한국기업들은 방어적 대응을 선택하고 위기적 상황이지나가면 기회적 대응을 하며 더 나아가서는 적극적 대응을 고려하는 일반적 발상과는 달리 세가지 전략적 대안을 동시에 실천하는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그렇게 될 때 한국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승화시켜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