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한국적 연봉제

IMF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임금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연봉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한국의 임금체계는 직무내용이나 질 또는 성과나 업적과는 상관없이 속인적 성격과 연공서열에 따라서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급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고용, 인사조직의 유연화와 함께 변동급적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우리나라 기업이 최근에 연봉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이와 같은 임금체계의 유연성 외에 또다른 이유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즉 최근에 정리해고제도가 법제화되었지만 기업이 기대하는 고용의유연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연봉제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연봉제 실시는 지금과 같은 불황의 시기에 임금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이용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연봉제가 고용조정의 수단과 임금억제전략으로 이용되는 것은 연봉제가 갖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다는점을 인식해야 한다. 연봉제를 실시하기 전에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에 맞는 연봉제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다.◆ 연봉제는 미국식 임금제도연봉제는 미국의 합리적 사고가 근본바탕이 되어 발전된 미국식 임금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연봉제의 국제비교를 위해서 미국과 일본의 형태를 상호비교하면 한국의 연봉제에 대한 특징을 쉽게 파악할수 있다. 미국의 연봉제는 일본보다는 훨씬 강력한 제도를 특징으로 한다. 이와 같은 연봉제의 강도를 평가시스템, 연봉액 변경, 인건비 억제, 배경 등의 네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첫째, 평가시스템에 있어서는 미국은 개인의 목표달성과 평가에 대한 개인의 합의서명을 요구하는 등 개인을 강조하지만 일본은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연봉액 변경에 있어서도 미국은 대폭적인 인상과 삭감이 원칙으로되어 있으나 일본은 전년도 연봉액을 기준으로 10% 내외의 소폭변동에 그친다. 셋째, 인건비 억제 의도면에서도 미국은 분명한 의지가 엿보이나 일본은 보다 더 인센티브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수있다. 넷째, 이와 같은 연봉제의 상이성은 문화적 배경에서 연유한것으로서 미국의 계약사회적 요소와 일본의 종신고용, 생활급 그리고 집단주의적 업무수행 관행의 상이성에서 유래된다고 할수 있다.◆ 직무중심·성과로 임금결정해야이와 같은 미·일의 연봉제 차이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할수 있다. 즉 한국의 연봉제는 일본과 유사한 집단주의적이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의식구조와 가치관의 맥락에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대조를 활용할 수 있다.한국이 연봉제를 도입하게 된 것은 외국투자기업에서 시작되었다고할수 있다. 또한 연봉제 적용대상 면에서도 간부직에만 적용되고있으며 지급방법 면에서도 종전의 임금제도 관행이 그대로 공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상여금제도가 존재하고 수당의 숫자도 크게줄지 않았으며 연봉액의 변동폭도 그렇게 크지 않다. 한국의 연봉제가 미국의 연봉제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은 연봉액의 차이가 누진적인 고과급체계(merit system)보다는 당해 연도에 한정되는 개인별 인센티브 시스템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연봉제가 종전의 임금제도와 다른 점은 인간보다는 직무중심, 연공서열보다는 성과, 그리고 근로시간의 양보다는 직무의 질이 임금결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연봉제 이론의 기초가 한국적 경영문화와 접목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간단하지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첫째, 한국의 임금결정은 직무보다는 연령, 학력 그리고 성별 등 속인적 요소가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둘째, 연봉제는 성과에따라 임금이 차등지급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평가시스템 구축과 평가문화의 정착이 중요하다. 셋째, 직무의 난이도, 숙련도 그리고 기여도 등 업무의 질이 임금결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미국적 임금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취약하다.이와 같은 본래의 연봉제가 가지고 있는 세가지 특성에서 나오는문제 외에도 우리나라 경영문화와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난제 또한 극복하기가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경영문화는 집단주의적 요소가 강한 사회이다. 즉 직장조직 내에리더십 유형 면에서 한국은 온정주의적 요소를 중시하며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연대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연봉제와는 조화를 이루어내기가 어려운 점이 내재해 있다. 즉 미국의 경영문화를 보면 민주적 리더십 속에서 개인의 창의를 중시하며 조직원간의 경쟁의 원리가 조직문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연봉제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수준이 차이가 난다 하여도 이를 인정해주는 합리적인 사고가 내면화되어 있는것이다.한국에서 연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가장 큰 저해요인은 신뢰성있는 평가제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점이다. 여기에다동양사회의 뿌리깊은 온정주의적 문화가 평가의 객관화를 기대할수 없게 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연봉제 하에서는 평가는 곧 임금과 연결되기 때문에 평가기준 자체가 흔들리게 되면 성과는 고사하고 갈등만 증폭되어 연대의식과 팀워크를 해치게 된다. 이러한문제는 전통적인 사회구조와 문화적 의식구조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한국형 연봉제는 초기에는 「마일드」한 연봉제에서 출발하여 평가제도가 정착된후에 미국식 연봉제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시전에 사전 준비작업 철저히이러한 점에서 한국적 연봉제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같다. 무엇보다도 연봉제 실시 전에 사전 준비작업을 철저히 해야한다. 여기에는 노사협의, 법적 검토, 신뢰관계 구축 등을 위한 제방안 마련이 포함된다. 연봉제 이후 노사관계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노사협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한퇴직금, 법적 수당처리문제 등은 법적 검토사항과 연결되는 것으로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연봉제 실시를 위한 법제화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봉제의 효율을높이기 위해서는 신뢰관계 구축이 핵심이므로 이를 위해 평가제도의 정착과 평가자 교육이 긴요하다.한국은 문화와 의식구조 모두가 미국과는 전적으로 다른 관계로 미국식의 연봉제를 급격하게 도입하는 경우에는 예기치 않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연봉제의 장점을 도모하고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연봉제 구축과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한국적 연봉제 구축을 위해서는 대상선정, 평가기준 마련, 노사협의, 그리고 신뢰감 구축 등을 사전에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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