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재무제표 2시간이면 '끝'

기업활동은 자금조달에서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환경이 급변한다는 것도 자금조달 방법이 바뀐다는 뜻이다. 담보와「몸집」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업자금을 끌어쓸 수 있었던 게 어제의 얘기라면 투자수익율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자금을 쓸수 있는 게오늘의 얘기다. 최근 들어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것도 결국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투명하지 못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려면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부담이 는다. 장부가 투명해야 기업의 부실가능성, 수익성, 성장성 등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거래상대는 기업을 알아야 투자와 거래를 위한 기본적인 신뢰를 갖게 된다.따라서 투자를 유치할 만큼 투명하지 않으면 직접금융시장이건 간접금융이건 기업의 자금조달은 봉쇄된다.내년부터 30대그룹이 도입해야 하는 결합재무제표도 부풀려진 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한다는 의미에서 기업투명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비록 결합재무제표가 새정부의 「재벌개혁」차원에서 도입하는 것이긴 해도 기업환경변화에 따른 적응이란 면에서 필수적인 것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한다 해도 기업투명성을 완전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유승민 연구위원은 『결합자료를 작성할때 각 결합 대상회사의 자료부터 정확하지 못하다면 결합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지적한다.따라서 결합재무제표가 기업의 투명성으로 이어지려면 기업 스스로결합재무제표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막상 기업들은 결합재무제표의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계열사가 많고 회사별로 회계기준이나 결산시기가 달라1년안에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부거래와 상호지급보증 등으로 부풀린 거품이 꺼지고 나면 매출액이나 자본금 이익규모 등이 크게 줄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기업 도입의지 필요그러나 결합재무제표 작성은 기업경쟁력에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본래 이유가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렇다.결합재무제표 작성 자체는 어려운게 아니다. 단순합산한 재무제표를 작성한 다음 손익거래나 채권 채무 등을 상계하면 된다. 물론그 전에 결합 대상회사의 투자현황, 회계정책 등을 파악해 개별 기업의 회계기준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SAP이나 오라클 등에서 제공하는 패키지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아무리 거대한 대기업그룹이라도 전계열사의 재무상황을 일일단위로 파악할수 있다. 3백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결합재무제표로 기업현황을 파악하는게 걸리는 시간은 1백35분에 불과하다.결합재무제표의 위력은 단지 부풀려진 대기업그룹의 실체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룹의 현황을 사업별, 법인별, 상품별, 지역별로 필요한 시점에서 보고싶은 형태로 자유롭게 볼수 있다는데 있다. 즉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해 계열사간 채권·채무나 손익거래 등을 상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의 도구로 사용할수 있다는 것이다.국내 재벌들은 빅딜이건 스몰딜이건 적지 않은 계열사를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있다. 문제는 어떤 계열사를 얼마에 매각하는가이다.또한 일부 계열사를 당장 팔아치워 그룹이 현상유지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2∼3년 후의 수익사업을 처분하는 것은아닌지 고려할 문제다.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김진홍부사장은 『상품별·소비자별·사업부별 수익성을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에 계열사나 사업부를 정리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를 파악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매번 계열사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해야 하는데 보통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간 결산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매달 결산해야하는 상황에서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자료를 입맛에 맞게 추려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부도 일주일전에야 심각성을깨닫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그동안 국내 재무제표는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대기업그룹은 대개 전자 화학 기계 등 소그룹으로 구분돼 있다. 소그룹안에는 비슷한 성격의 계열사가 여러개 있다. 상품별로 기업성과를 분석하려 할때 그 성과가 반드시 한개 법인의 성과에 국한되는게 아니다. 원자재에서 소비재까지 수직계열화를 마친 그룹일수록 더욱 그렇다. 한종류의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3∼4개의 법인이 관련된다. 이 경우 한개 법인의 재무제표로는 그 상품의 수익성을 제대로 파악할수 없다. 전계열사를 하나로 꿰뚫어 볼수 있는결합재무제표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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