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개월만에 바닥 딛고 '2배'

IMF시대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꼽히는 멕시코의 당시 증시상황은 어땠을까.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지 6개월이 지난 지금주식시장이 혼미를 거듭하자 「멕시코 케이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결론부터 말하면 멕시코의 경우 IMF체제를 무난히 벗어났듯이 증시도 완만하지만 상당히 성공적으로 기력을 회복했다. 멕시코 증시도94년말 외환위기라는 직격탄에 붕괴위기에 몰리긴 우리와 마찬가지였다. 당시 페소화 가치 폭락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을 투매해95년2월말 주가가 94년11월에 비해 41%나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의과감한 구조조정 추진과 국민들의 협조로 환율 금리 등이 안정세를되찾으면서 주가도 급속히 회복됐다. 그 결과 1천4백대까지 떨어졌던 멕시코 주가지수(IPC)는 95년말 2천9백30선까지 올라갔다. 이후실물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멕시코 주가는 지난해 5천3백포인트에 이르렀다.IMF구제금융 이후 멕시코의 주가는 어떻게 출렁거렸고 어떤 과정을거쳐 회복세를 탔는지를 살펴보자. 이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한국증시에 적잖은 참고가 될 듯싶다.◆ IMF지원이후 주가추이지난 95년 IMF 체제 아래서 멕시코 주가는 3단계를 거쳐 상승세를탔다. 우선 IMF 금융지원(2월) 직후인 3월초부터 4월초까지가 1단계로 1차 상승국면이다. 4월초부터 6월초까지는 2단계로 조정국면.3단계는 6월초부터 연말까지로 2차 상승국면으로 구분된다. 이같은3단계를 통해 95년2월 1천4백포인트까지 떨어졌던 멕시코 주가지수(IPC)는 이후 10개월간 2배 이상 올라갔다.멕시코의 주가가 IMF구제금융 직후부터 이처럼 상승세를 탄 것은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95년 2/4분기까지는 채권투자자금을 중심으로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지속됐다. 그러나 3/4분기부터 금융시장이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채권 투자자금 유입이 본격화됐다. 이후 96년한해동안 1백76억달러의 포트폴리오 자금이 들어올 정도로 외국인투자가 활발했다. 이에 반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분기당 평균 20억달러 안팎이 유지됐을 뿐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구체적으로는 1차 주가 상승후 2개월 정도의 조정국면이 있었지만95년6월부터 환율이 안정되고 금리가 IMF 이전 수준에 근접하자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물론 하반기에도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증가해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자 환율이 다시 올라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거치는 듯했지만 이내 재반등했다. 이때 금리는 안정세가 지속됐다.95년 멕시코의 「IMF 주가」 추이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보다 주가가 금융시장의 동향을 앞서 반영됐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에서 주가의 선행성을 분명히 나타냈다. 멕시코의 환율과 금리는 IMF구제금융 이후 2∼3개월 후에야 떨어졌지만 주가는 1개월 후에 바로 상승세를 탔다. 주가가 환율과 금리보다 1∼2개월 앞서 회복된 셈이다.또 금리가 급속히 떨어졌던 4∼6월중 주가는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후 금리와 환율이 충분히 하향 안정된 후에야 주가가2차 상승세를 탔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종목별 동향95년 멕시코의 주식시장을 주도한 종목은 역시 「수출 관련주」였다. 전반적인 내수침체로 경제성장률(GDP·국내총생산 기준)은 -6.2%를 기록했으나 페소화의 절하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로 수출은 상승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95년 멕시코의 수출 증가율은 50%에 육박할 정도로 기록적이었다. 이에 힘입어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주가도 뛰었다. 이밖에 시멘트 건설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주들로 평균 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은행주도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발했던자동차 부품주, NAFTA체제 가동으로 물동량이 늘어난 운송주도 강세 대열에 합류했다.물론 단계별로는 주가 상승폭이나 주도주의 얼굴이 달랐다. 우선1차 상승국면(95년3∼4월초)땐 주가 상승폭이 30%였다. 상승률 상위 10%이내 종목들의 평균 상승률은 44%에 달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주요 종목으로는 SIDEK SIMEC와 같은 철강주와 GCC 등 시멘트주, 펩시콜라 등 일부 음료주, 자동차 부품주 등이었다.조정국면인 2단계에선 주도주가 수출 관련주로 본격 교체된다. 일부 금융주와 보험주도 강세였다. 이때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주식은 철강회사인 AHMSA사로 1백26%의 수익률을 보였다. 매출액대비 수출비중이 절반을 넘는 이 회사는 95년 1/4분기까지만 해도적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환율절하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4월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AHMSA의 95년 상반기중 순이익은 무려 1백25% 급증했다. 또 자동차부품 회사인 DESC도 IMF체제에서 대표적인 실적 호전주로 1차 상승국면에 이어 조정국면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회사의 주가는 1차 상승때 24% 올라갔고조정국면에선 55%나 뛰었다.2차 상승국면에선 수출관련주 보다 시멘트 건설 등 SOC관련주의 상승이 두드러졌던 게 특징. 수출증가에 따른 실적반영은 상반기중마무리되고 SOC투자확대에 따른 수혜주가 본격 등장한 셈이다. 종목별로는 건설주인 ICA(82%) QTEL(75%)과 시멘트 회사인 TTOLMEX(75%) CPO(68%) 등의 주가 상승폭이컸다.◆ 시사점물론 95년 멕시코의 주식시장 상황을 98년 한국의 증시에 그대로대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멕시코나 한국이나 IMF체제 하에서 주요경제정책과 거시지표들의 움직임은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따라서 3년전 멕시코의 증시는 지금 우리에게 적지않은 시사점을 준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수출관련 우량주들의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경우 상반기까지는 수출관련주의 상승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엔 내수진작에 따른 SOC관련주와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낙폭 과대 소외주들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대우증권투자정보부)는 것 등이다.한편 외국인 투자를 보면 멕시코의 경우 금융시장이 완전히 안정을회복하고 경제가 어느정도 제자리를 찾은 뒤에야 본격적인 투자가이뤄졌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대규모 외국 자금 유입은 금융시장의 안정여부에 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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