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게 도둑질' ... 실직, 전문성 살릴 호기로 활용

『한마디로 황당했습니다. 심지어 저보다는 부하직원들이 인사원칙이 무어냐고 따지더군요.』지난해말 쌍용그룹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때 쌍용투자증권 이사에서 물러난 손성열(46) 프라임투자자문 대표이사의 회고이다. 당시손대표는 쌍용투자증권의 자산운용담당이사로서 주식과 채권 선물등의 운용을 책임지고 있었다. 증권사의 자산운용담당은 핵심요직인데다 지난해초 주가지수선물거래로 1백80억원 가까운 돈을 회사에 벌어줬기 때문에 「정리해고」는 감히 생각하지도 않았단다.그런데 「임원 30% 정리」라는 그룹방침으로 13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됐다. 영업조직을 제외한 나머지 조직의 임원은 가급적줄이겠다는 것이 당시 그룹의 방침이었다.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었지만 자신의 해고소식을 듣고 분개하는 부하직원들을 위로하는 바람에 정작 본인은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부인과 고등학교 2학년,중학교 3학년생인 남매에게도 『더 좋은 길이 열려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심적인 동요를 막았다. 손대표의 확신에찬 모습에서 자녀와 부인은 평온을 유지했다. 당장의 생활비는84년부터 97년말까지 근무하고 받은 9천만원의 퇴직금을 채권과 수익증권에 투자해서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한달간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결국 「배운게 도둑질이다」며자신의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존속하는한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참가는 계속될 것이고이들에게 전문지식과 정보를 파는 것도 좋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정부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경쟁력 강화를위해 뮤추얼펀드를 도입하는 등 손대표의 경험과 전문성을 실릴 수있게끔 주변여건도 유리하게 돌아갔다.◆ ‘더 좋은 길 있다’ 비관보다 확신을이때 마침 쌍용투자증권에 있을 때 친분이 있던 개인투자자 몇분들이 『자본금을 지원해 줄테니 회사를 설립해보라』고 권유했다. 마침내 지난 3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본금 10억원으로 프라임투자자문(주)을 설립했다. 전문투자기관을 지향하며 직원 6명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 회사의 자산운용은 손대표와 함께 쌍용화재의 자산운용팀장이었던 김진수씨가 담당한다. 손대표는 『6월말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올해말까지 주식에 2백억원, 선물에2백억원을 운용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수익률이 좋다」는 평만 나온다면 목표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며목표달성을 낙관했다.손대표는 『앞으로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산업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금융인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비관하지 말고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