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 출근 ... 초라한 '불혹'

대기업인 H화학에 근무하는 이모차장(44). 그는 새벽 6시에 일어난다. 그리곤 TV에서 나오는 아침뉴스를 들으며 세수를 시작한다. 관련업계 및 자사와 관련된 뉴스가 혹시 나오지 않을까해서다. 예전에는 출근준비만 했으나 최근에는 세상돌아가는 흐름도 챙기고 있다.그가 속한 기획팀은 IMF이후 한층 바빠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주변경영환경을 체크해 매일 경영진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장인그로서는 회의자리에서 전문적인 정보 뿐 아니라 업계의 돌아가는세부적인 사항까지 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6시30분에 아침식사를 마친 뒤 집을 나서는 시각은 7시. 통근버스가 지나가는 정류장에 7시10분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자동차로 출근해 집에서 7시30분에 나서면 됐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늘어서 그런지 통근버스도 만원이다. 어느 때는 서서가는 사람도 5, 6명이나 될 때도 있다. IMF이전에 한산했던통근버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회사에 도착하는 시각은 8시10분경. 외부 경영환경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정작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내의 정보에는 오히려 어둡다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올라온다. 정해진 출근시간은 8시30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분전에 자리에 앉는다. 9시30분까지 회의를 마치고 회의에서 논의한 사항을조사하라고 팀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린다. 두차례의 구조조정과정에서 팀원의 수도 30%가 줄어 업무량이 늘어난만큼 손수 나서 자료를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바삐 일을 하다가 보면 12시. 점심 때다. 팀원들이 하나둘씩 무리를 지어 나간다. 팀장인 그가 특별한 약속이 없는 것처럼 보이자5, 6명의 팀원들이 그의 주위에 모인다. 점심식사후 팀원들은 각자먹은 음식값을 지불한다. 팀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더치페이」가 직장인들의 자연스런 풍속도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든다.이차장은 최근 한달용돈을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다. 교육비등 가계비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데 비해 수입은 거의 3분의2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인 두 아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만도 60만원을 넘는다. 아내의 성화에 교육비만은 줄이지 못하고 있다. 작년말 이후 상여금 8백% 중 한푼도구경하질 못했다.호주머니 사정이 궁하다보니 자연히 경조사비의 단위도 줄이고 있다. 예전에는 5만원을 경조사비로 냈으나 요사이는 3만원이 보통이다.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는 2만원도 낸다. 그 횟수도 가급적 줄이고 있다.회식도 마찬가지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 회식을 가졌으나 IMF이후한달에 한번 정도로 줄였다. 부서내 공식적인 회식도 2차는 생각하지도 못한다. 2차부터는 각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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