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당할 순 없다"

환율 변동 폭이 클 때 기업이 환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응과 단기적인 대응책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대응이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기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기적으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금융 기법을 동원하는 것이다.환율 변동의 영향을 덜 받도록 사업구조를 조정, 환리스크에 대비한 기업으로는 한솔제지를 들수 있다. 한솔제지가 생산, 판매하는제지는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제품이다. 원료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달러에 대해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엄청난 환차손을 입기가 쉽다. 한솔제지는 환율 변동에 민감한 이런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경영 노력을 기울여 왔다.환율 변동에도 튼튼한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한솔제지가 취한 방법은 크게 국산 원료 비중 확대와 수출 확대였다.종이 원료는 크게 하얀 인쇄용지를 만들 때 쓰이는 펄프와 신문이나 종이상자 등을 만들 때 쓰이는 폐지로 나눌 수 있다. 7년전만해도 한솔제지는 전체 폐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 비율이 지난해에는 25%로 줄어들었다. 7년간 수입 폐지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덕분이다. 한솔제지의 이영철 시장개척팀 부장은 『국산 폐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 폐지를 수집하는 30여개의 소규모 업체에 경비를 지원하는 등 협력업체를 육성해왔다』고 말한다. IMF 이후에는 수입 펄프의 양을 줄이기 위해 인쇄용지를 만들때도 폐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부장은 『연구 개발을 통해 폐지 비율을 40%로 높여도 인쇄용지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물론 인쇄용지에서 폐지 비율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펄프 원료로만만든 인쇄용지보다는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생산원가가 줄어들기 때문에 종이를 더 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게된다. 또 종이의 품질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겉으로봐서는 폐지가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부장은 설명한다.한솔제지는 국산 원료의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수출을 늘리는데도주력했다. 한솔제지에는 원래 수출팀이 따로 없었다. 영업기획팀직원 3명이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말 외환위기를 겪은 후에 한솔제지는 전격적으로 13명의 인원으로 별도의수출팀을 조직하고 수출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한솔제지의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까지 35%에서 올해는65%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수 판매가 줄어들어 수출 비중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이부장은 『수출 물량 자체가 지난해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 세웠던 목표량을 50%이상 추가 달성했다』고 밝힌다.◆ 한솔제지 사업구조 조정으로 환리스크 대비한솔제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엔저로 인해 중국의 위앤화가 절하되는 사태에 대비한 대응 방안도 세워두고 있다. 일단은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솔제지의 전체 수출 물량 중에서 중국 수출 비중은 35%. 이 비율을 다음달까지25%로 줄일 방침이다. 이부장은 『위앤화가 10∼30% 절하됐을 경우에 대비, 절하 후 6개월까지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장기적으로 기업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직면하고 있는 환리스크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인 금융 기법들을 동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대우 외환부의 주상화과장은 『환율 위험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헤지(Hedge: 위험 회피 및 방지) 방법들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며『대표적으로는 외환부에서 각 영업팀의 사업 계획서를 받아 외화의 입출금 날짜를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팀에서 자금계획을 세워 회사에 외화가 들어오는 날짜와 외화가 나가는 날짜를 맞춰 가능하면 외화가 회사내에 머무르지 않도록 매치시켜 버리는 것이다. 주과장은 또 『자금 계획을 한달에 한번씩 세우고 있는데 이때 10일안에 움직여야 하는 자금은 어느 정도 자유자재로 입출금날짜를 조절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사내 선물환 제도도 최근 대기업 사이에서 인기있는 환리스크 관리방법이다. LG상사는 이종통화(달러 이외의 외화 통화)는 물론원/달러에 대해서도 사내 선물환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사내 선물환 제도란 외환팀에서 각 사업부의 환율을 고정시켜줌으로써 환리스크가 외환팀에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사업부에서수출입 계약을 체결할 때 선물환을 의뢰하면 외환팀은 돈이 실제로들어오고 나갈 때의 환율을 예상해서 각 사업부의 환율을 고정시켜준다. 돈이 실제로 들어오고 나갈 때의 환율이 고정되면 각 사업부는 이익이 확정되기 때문에 환차손이나 환차익을 고려할 필요없이사업 계획을 세우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재경팀의 김진국 외환담당 차장은 『각 사업부의 환율을 고정시킴으로써 회사 내의 모든 환리스크를 외환팀에 수렴하는 것』이라며 『외환팀은 환리스크를 흡수한 뒤 환율 변동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동원, 환리스크를 헤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리스크 관리 마인드 4가지 / 환리스크 관리 마인드를 가져라환율이 불안정할 때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기법」들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전략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신한은행의 고석진 국제부 차장은 금융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환차손 방지 기법들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환리스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부터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차장이 지적하는 「국내 기업들이 갖춰야할 환리스크 관리 마인드」를 4가지로 정리했다.◆ 리스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환투기이다환율 변동에 따라 환차손이나 환차익이 난다는 것은 기업의 구조가그만큼 환율에 민감하게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다. 특히 환차손이 예상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손실을 헤지(Hedge:위험 회피 및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내 기업들은 환관리와 환투기를 구분하지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달러 강세가 예상돼 실무팀에서 달러를 사놓으려고 할 때 이것을 위기 방지를 위한 투자로보기보다는 투기로 보는 것이다. 다른 경영 활동과 마찬가지로 헤지를 하는데도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도 경영활동을 수행하기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또 다른 문제점은 헤지하려다가 이익이 생긴 경우에는 아무런 칭찬도 하지 않다가 헤지하다가 손해가 난 경우에는 투기하다가 손실이생겼다는 식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제대로환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 비용을 투자해 환리스크에 대처하는 것은 절대 투기가 아니다. 환리스크를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고 치부해 방관하는 것이 오히려 환투기에 가깝다는 사실을명심하자.◆ 본전을 생각하지 말라환리스크에 대비할 때 기본적인 태도는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다시 말해서 현재와 과거의 환율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미래의 환율을 비교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 환율이 이랬는데지금은 원화 가치가 떨어져서 환차손이 이만큼이나 났다는 식의 「본전 생각」은 리스크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전 찾으려고 생각하지 말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쪽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손해가 난 것은 난 것으로 묻어 두고 앞으로 환율이어떻게 움직일지를 살펴 현재 어떤 행동을 취해야 손실을 줄일 수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란 말 그대로 「손실 조절(LossControl)」이지 「손실을 없애는 것(Stop loss)」이 아니다.◆ 최신 시장 동향을 추적하라요즘은 과거에 비해 환율이 훨씬 자주 바뀌고 변동의 폭도 큰 편이다. 환율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항상 외환시장 쪽으로 귀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동향을 파악, 그 때 그 때 환율을 고려해 사업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을 재무 관련 업무에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율 변화를 읽고 재무 계획을 수립, 경영 활동에 활용할만한 전문가가 사내에 필요하다. 작은 기업이라서 이런전문가를 둘 형편이 안 된다면 주거래은행을 정해두고 환리스크 관리에 대해 상담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고 경영자부터 공부하라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결국 최고경영자다. 사람의 본성이란 자기가 아는 일에 대해서는 빠르게 결단하고 추진하지만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고 결정을 꺼리게 된다. 이런 현상은 특히 환리스크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두드러진다. 환율이 움직일 때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지최고 경영자부터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경영의 방향을 결단하고 지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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