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시장조사ㆍ현금거래해야 안전

의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여성경영인 H씨(40)는 지난 90년초 소규모무역을 하면서 당한 사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지금은 어엿한 사업가이지만 당시 그녀는 싱가포르를 오가며 이른바 「보따리무역」을 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의류업자로부터 외국유명의류 재고품을 구입, 국내에 들여와 팔았다.수입은 짭짤했다. 재고품인 탓에 외국 유명의류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데다 국내에서또한 이들 제품에 대한 인기가 좋았다. 고가로 백화점 매장에 내놓아도 물건이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장사가 잘되자 싱가포르에 나가는 것도 번거로워 아예 현지업자에게 돈을 보내 물건을 보내도록 했다. 이 업자가 그동안 거래과정에서 신용도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이것이 화근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도 순조로워 물건을 보다 많이확보해 놓기 위해 4억여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이 업자가 물건을보내지 않고 종적을 감춰 버렸다. 국제무역사기를 당한 셈이다. 그녀는 이 한건의 사기로 어렵사리 번돈을 몽땅 날렸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덜커덕 돈만 보낸 자신이 미웠으나 이것은 때늦은후회일 뿐이었다.중국을 대상으로 보따리무역을 하던 정모씨(41)도 지난해 여성경영인 H씨와는 정반대 사기를 당했다. 2천여만원 상당의 식품기계를보냈으나 중국 업자가 돈을 보내주지 않았던 것. 중국으로 건너가수소문해봤으나 헛일이었다. 이 거래선은 종적을 감춰 찾을 길은없었다. 몇번 거래과정에서 이 거래선의 신용을 너무 과신한 것이잘못이었다.◆ 현금거래 꺼리면 일단 의심두 사례에서 보듯 보따리무역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큰낭패를 볼수 있다.전문가들은 먼저 보따리무역을 할 때는 거래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든 거래는 현금거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규모가 큰 거래의 경우에는 별문제가 안되나 소규모 무역에서는 물건만보내라 해놓고서는 종적을 감춰 버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의류업체 유럽피안을 운영하고 있는 함서경사장은 『소규모무역은거래단위가 작아 대부분 현금결제가 가능하다』면서 이런 결재방식을 꺼려하는 거래처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또 선수금을 주고 물건을 보내라 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선수금을 주고 물건을 받은 뒤 트집을 잡아 나머지 잔금을 떼어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중국바이어들이 이같은 수법을 많이 쓰고 있다. 의류수출업을 하던박모씨(36)가 이 수법에 당했다. 그는 지난해말 국내 「땡처리시장」에서 재고의류 1천5백여만원어치를 수출했는데 현지 거래선이 마무리가 좋지 않다며 트집을 잡았다.주변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어 일일이 확인해 보내 그럴리는 없었다. 확인차 중국에 갔을 때는 이 거래선은 물건을 처분,종적을 감춘뒤였다. 결국 그는 선수금 5백만원만 받고 나머지 잔금은 포기해야했다.이와함께 거래하고자 하는 나라의 철저한 시장조사도 필요하다. 좀장사가 된다고 해서 사전준비없이 물건을 싸들고 나갔다가는 최악의 경우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올해초 명예퇴직을 한 뒤 여성용 스타킹을 중국으로 들고 나갔던김모씨(46)가 이런 쓰라린 경험을 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스타킹이중국여성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듣고사전답사없이 보따리 무역에 나섰다. 물건은 5백여만원어치를 구입했다.중국 천진에 도착해 좌판을 깔고 판매에 나서자 중국상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특유의 「만만디」로 나온 것이다. 다급한 것은김씨였다. 결국 김씨는 스타킹을 헐값에 넘기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생산성본부 한상만 상담지도팀장은 『이런 경우는 개인적인 손실도 크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상품에 대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사전시장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혼자보다 세일즈단 참여가 바람직아무리 소규모무역이라도 단골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생명력을 가질수 없기 때문이다.소규모무역상의 경우 50%정도가 2년안에 중도하차를 하게 되는데이런 일은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거래처를확보하기 위해서는 단독으로보다는 세일즈단에 참여해 나가는 것이유리하다.거래국가의 수출입규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나라별로 수출입금지품목은 제각각으로 이를 몰랐다가는 세관통과시 봉변을 당할수도있다.특히 중국농수산물을 무역을 할 때 수출입규정 숙지는 필수이다.우리나라 세관에서 농산물 반입허용물량은 통상 5kg으로 이를 넘길경우 나머지물량은 압수한다. 이명옥씨(46)가 대표적인 피해를 입었다.이씨는 최근 중국에 건너가 참깨 20kg을 가지고 들여오다 인천세관에서 압수당했다.또 금액이 크거나 전문지식이 필요할 경우에는 반드시 무역전문가들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무역사기꾼들은 처음 작은 규모의 주문을 내 신용을 쌓은 뒤 거액의 주문을 내 줄행랑치는 수법을 곧잘써먹는다. 따라서주문물량이 많아질때는 다각도로 거래선의 신용을점검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업체와 상담,선적을 하는 것이 좋다.전문가들은 소규모무역은 항상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자세로 해야 큰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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