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마티즈 선전과 공격마케팅의 '합작품'

IMF체제는 자동차업계 판도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승용차판매부문에서 대우자동차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1위업체로 부상했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현대 독주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이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 4월. 신차를 앞세워 현대 추격에 나섰던 대우자동차는 지난 4월 2만5천8백28대(등록대수기준)의 승용차 판매실적을 기록, 현대를 추월했다. 점유율은54.6%. 같은 기간 현대의 판매대수는 대우보다 1만여대가 적은 1만5천1백49대(점유율 32.2%)에 불과했다.사실 이때만 해도 대우 「1위 등극」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승용차 시장에서의 현대자동차 입지가 워낙 강해 대우 1위등극은 「30일 천하」로 끝날 가능성이 컸다.그러나 대우자동차는 이런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5월에도 저력을 발휘, 현대를 따돌렸다. IMF영향으로 내수시장이 극도의 침체된상황에서도 대우는 1만5천5백6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대우의상승세는 6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양사가 자체 발표한판매대수는 현대 1만8천7백49대, 대우 1만8천1백23대로 현대가 다시 1위를 탈환했다.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순위매김이 아니다. 공식적인 판매실적은 건설교통부가 내는 월별 차종 등록대수. 정확한 순위는 이달 중순쯤나오는 등록현황이 나와봐야 알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4월에 현대는 판매대수를 부풀려 우리 회사보다 앞선 것으로발표했으나 뚜껑을 열어본(건교부 등록현황발표)결과는 정반대였다』며 6월 판매실적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개월째 상승세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대우의 분석이다.진정한 승부는 연말에 가봐야 알겠지만 일단 대우가 현대를 따돌리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만년 2위의 설움을 딛고1위로 부상한 대우자동차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전문가들은 우선 경차 마티즈의 선전을 꼽는다. 대우는 올해초 현대를 따라 잡지 못했으나 마티즈가 출시되면서 1위 업체로 도약했다. 마티즈는 4월에 1만8천67대가 판매되는 것을 시작으로 5월 1만2천71대, 6월 1만5백68대등 3개월째 1만대 판매라는 진기록을 세웠다.마티즈가 히트를 친 반면 현대 경차 아토스는 판매실적이 여의치못했다. 4월 8천5백12대, 5월 6천4백72, 6월 5천9백1대등 판매실적이 줄어들었다. 결국 대우의 1위 등극은 국지전인 「작은 차」 싸움에서의 승리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대우의 1위 부상은 현대자동차 중형 신차 EF쏘나타의 판매부진도영향을 미쳤다. EF쏘나타는 성능, 디자인에서 나무랄데 없는 차다.그러나 IMF한파 영향으로 판매는 현대가 기대했던만큼 이뤄지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경기가 좋았다면 주문이 적체되는 등엄청난 특수를 누릴 차이나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1위 탈환을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대우자동차 특유의 영업력도 1위등극에 결정적인 변수였다는 것이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실 대우의 영업력은 업계에서도 알아준다.레간자, 누비라, 라노스 등 고유모델 신차가 없을 당시 대우는 영업력을 무기삼아 고비를 넘겨왔다.이에반해 현대자동차의 사정은 달랐다.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에서대히트를 하는등 내놓는 신차마다 인기를 독차지했다. 쏘나타의 경우 계약을 해놓고서는 출고를 빨리 해달라고 부탁해야할 정도였다.굳이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됐다.◆ 대우, 맨몸으로 뛰는 영업력 진가 발휘IMF가 터지면서 두 회사의 영업력은 회사 위상변화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신차가 없을 당시 쌓였던 대우의 「뛰는 영업」은신차가 나오면서 더욱 탄력을 받은 반면 현대의 영업력은 그렇지못했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설움을 당하면서 맨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대우의 영업력이 IMF위기상황에서 진가를 발휘,1위등극의결실을 맺은 셈이다.영업망과 영업인원을 비교해보면 두 회사의 영업력을 가늠해볼 수있다. 현대의 영업소는 모두 6백2개(현대자동차써비스포함)이고 대우 영업소는 8백67개(쌍용자동차포함)이다. 영업인원은 현대가 9천5백88명, 대우가 7천9백여명으로 현대가 영업망은 적지만 영업인력은 대우보다 1천6백여명이 더 많다. 대우는 적은 영업인력으로 1위등극을 일궈냈다.판매조직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대우는 92년말 미국 GM사와 합작관계를 청산한 뒤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대우자판을 설립했다. 대우자판은 판매전문회사로서 장점을 살려 혁신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대우바람」을 일으켰다.고객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새로운 할부판매제」 도입이 좋은 예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대우는 판매가 급신장했고 이에 자극을 받아 현대등 다른 경쟁사들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대우가 독립적인 판매회사를 두고 있는데 비해 현대는 2원화체제로운영되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판매는 현대자동차써비스(주)가,이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현대자동차가 맡아서 하고 있다.이로인해 현대는 대우의 발빠른 판촉전에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쌍용자동차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도 대우 1위등극을 이끈 요인이라 할수 있다. 대우자동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뒤 지난 5월 판매망을 흡수통합,양사 차종의 공동판매에 들어갔다. 공동판매에 들어가면서 대형승용차 체어맨의 판매가 늘어 대우의 취약부문이 상당부분 보완됐다.대우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현대자동차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사원이 나서 「한마음판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가하면 경차 아토스의 판매증가방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대의 1위탈환 노력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8월부터4천8백여명 사원의 정리해고작업이 진행되는등 분위기마저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에따라 대우의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전망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