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뮤추얼 펀드'로 간다

『국내 금융시장은 멀지않아 판도가 확 달라질 것입니다. 자본금이나 조직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입니다. 오직실력만이 시장을 좌우할 것입니다. 높은 수익력을 좇아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정진호 액츠투자자문 사장의 말이다. 뮤추얼 펀드의 도입이 금융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예고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사장은 기존 투자신탁회사의 수탁고 1백20조원과 은행권의 신탁자금1백80조원을 비롯 보험 종금사 등에 맡겨진 자금중 상당 부분이 뮤추얼 펀드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고 경기가 안정될 경우 여유자금이 뮤추얼 펀드에 몰릴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얘기다. 또 지금까지 친구들이나 친척들끼리 자금을 모아 증권투자에 나서던 음성적인 투자형태가 뮤추얼 펀드라는 수단을 통해양성화됨으로써 자본시장을 한층 활성화시킬 것으로 본다.뮤추얼 펀드는 소규모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투자를 할수 있는새로운 제도다. 10억원 이상이면 누구나 펀드를 만들 수 있다. 소위 개미군단들의 강력한 투자수단으로 대두될 수 있다는 얘기다.지금까지는 개인이 주식투자를 하려면 증권회사를 통해 직접 주식을 사거나 투신사 수익증권을 샀다. 그러나 직접투자는 비전문가인초보투자자에게는 손해보기 쉽상이었다. 투신사의 수익증권을 살수도 있지만 입맛에 맞는 펀드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투신사가 자기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알기도 쉽지 않았다.뮤추얼 펀드는 몇명의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만들면 된다. 투자자스스로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도 되고 자산운용전문회사에 운용하도록 맡길 수도 있다. 펀드의 성격과 투자대상도 어느 정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주주로서 투자에 관여할 수 있어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잘 알수 있다. 따라서 투자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투자노하우도 함께 터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에 따라 투자에 자신있는 개인이나 전문가들이 뮤추얼 펀드의 설립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선진화된 투자기법과 운용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외국투자기관들도 국내에 속속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투신사 증권사 은행 보험등 기관투자가들도 대거 펀드설립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시중자금의 대량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방형도 곧 허용정부는 뮤추얼 펀드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 당분간은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만 허용키로 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금융상품은 대부분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이어서 자금이 일시적으로 뮤추얼 펀드쪽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폐쇄형펀드의 자금은 장기자금이기 때문에 증시안정화나 외환수급에도움이 된다는 것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투신시장 전면개방이라는 일정을 감안할 때 개방형도 곧 허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개방형이 허용되면 뮤추얼펀드의 설립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증락 보람은행 경영실장은 『개방형이 허용되고 경기가 안정되는 내년부터 은행 등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뮤추얼 펀드의 설립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증시주변에선 이미 개인들이 투자클럽을 중심으로 뮤추얼 펀드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에서 퇴직한 사람들이나 명예퇴직한 회사원들이 자금을 모아 주식투자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또 금융기관에서 주식투자를 담당했던사람들이 자산운용전문회사를 차려 독립한뒤 투자자를 모으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개인투자자 이외 투신사나 은행 증권사 창투사 등 각 금융기관들도 새로운 금융상품의 확대와 영업전략 차원에서 뮤추얼 펀드의 설립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특히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투신사들은 기존계약형 펀드를 계속 운영하면서 고객이탈을 막는 한편 스스로 뮤추얼 펀드를 설립해 이탈자금을 흡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또자산운용회사 시장이 커지는 만큼 투자관리회사를 자회사 형태로따로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엑츠 한국산업 에셋 등 투자자문사들도 뮤추얼 펀드가 허용되는 즉시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엑츠 투자자문사는 구조조정을 활발히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펀드를 계획하고 있다. 에셋투자자문은 펀드에 투자할 다수의 계약자와 주식 선물 채권에 정통한 15명의 자산운용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투자자문사들은 폐쇄형에 이어개방형 펀드 설립도 허용될 것으로 판단,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뮤추얼 펀드는 ‘종이회사’대형 증권사들도 뮤추얼 펀드설립을 위한 업무추진팀(Task ForceTeam)을 구성하는 등 대응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우증권 LG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은 뮤추얼 펀드 설립에 따른 수익증권 판매 전략과 제도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LG증권의 경우 업무지원팀, 마케팅팀, LG투신운용 등에서 인원을 차출, 뮤추얼 펀드설립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있다. 대우증권에서 뮤추얼 펀드를 연구하다 최근 LG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오호수 사장은 최근초우량 종합증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해야한다며 뮤추얼 펀드 등장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우증권은 금융상품기획팀에서 국내외 뮤추얼 펀드 제도에 관한 자료를 수집, 향후 수익증권판매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영업확대를 위한 차원에서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뮤추얼 펀드의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다.해외 금융기관들도 뮤추얼 펀드의 설립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에는 세계은행(IBRD)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를 비롯 대여섯개의 해외금융기관이 국내진출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국내의 투자여건이 호전될 경우 뮤추얼 펀드를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이다.정부가 뮤추얼 펀드를 조속히 허용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도 바로외국인자금의 유입을 노린 것이다. 부족한 자금을 외국으로부터 끌어들여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수 있다. 외국인들이 뮤추얼펀드를 통해 우량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우량상장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우재룡 투자신탁협회 기획팀장은 『현재 뮤추얼펀드를 허용하기를기다리는 외국인 기금도 서너개에 달한다』고 밝힌다. 뮤추얼 펀드는 한마디로 투자의 대상과 성격이 동일한 투자자금을한데 모아놓은 것으로 일종의 종이회사라 할수 있다. 회사업무는모두 외부보조기관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연관산업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직접적으로 뮤추얼 펀드에 대한 보조기관인자산운용회사 자산보관회사 판매회사 일반사무수탁회사 등의 신규설립을 부추길 것이다.자산운용회사는 증권투자회사를 위해 유가증권의 투자와 운용을 주업무로 삼는 회사다. 자산보관회사는 자산 보관및 이와 관련한 업무를 한다. 신탁업법에 의한 신탁회사를 말하는데 주로 은행들이이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정진호 사장은 『뮤추얼 펀드를 위한 직접적인 보조기관 이외에도투자자들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한 법률서비스도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또한 펀드운용을 위한 채권평가시장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등뮤추얼 펀드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과 직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전망한다.◆ 진출사례 / - 보람은행『뮤추얼 펀드도 금융상품의 일종입니다. 저희 은행은 고객서비스차원에서 오래전부터 뮤추얼 펀드의 설립을 구상해 왔습니다.』 보람은행의 이증락 경영실장의 말이다.최근 보람은행은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뮤추얼 펀드에 진출할 의사를 밝혔다. 주요고객이 고소득층으로 신탁 및 정기예금 등 현재의 금융상품 이외에 새로운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보람은행은보험 증권 등 금융업계의 고유영역이 무너지는 겸업시대에 대비해올초 경영전략 차원에서 뮤추얼 펀드설립에 대한 타당성 분석에 착수했다. 뮤추얼 펀드가 금융간 벽을 깨는 최초의 조치라고 판단한것이다. 더욱이 은행은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기존의 영업망을통해 뮤추얼 펀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다른 어떤 금융기관보다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보람은행은 현재 포르투갈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인 BCP(포르투갈상업은행)와 협상을 벌이는 등 해외은행이나 전문투자기관과의 뮤추얼 펀드 합작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합작파트너의 조건으로는 노하우전수와 자본참여. 선진국의 기술전수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설립자본금 규모는 3백억원 정도. 이 실장은 『개방형 뮤추얼 펀드가 허용되고 확정예금금리가 한자리수로 낮아지면 뮤추얼 펀드의 인기가 올라갈 것입니다. 낮은 이자율보다는 위험을 안으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뮤추얼 펀드를 택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요고객은 아무래도 중산층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 이승배 한국투자자문업협의회장뮤추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문활동을주사업으로 삼고 있는 투자자문업체들이 뮤추얼 펀드 진출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개 회원사를 거느린 한국투자자문업협의회 회장이자 한국산업투자자문사 대표이사이기도 한 이승배 회장을찾아 뮤추얼펀드의 도입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뮤추얼 펀드의 도입에 대해서는.부족하나마 금융시장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하다는 의미는.정부가 도입하려는 뮤추얼 펀드는 일단 폐쇄형이다. 자유로운 환매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뮤추얼 펀드를함께 허용해야 뮤추얼 펀드의 설립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다. 미국의 뮤추얼 펀드중 95%가 개방형이다.▶ 정부도 시기를 보아 개방형도 허용할 것이라는데.정부가 처음에 폐쇄형만을 허용하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생각한다. 외자유입을 촉진하고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자연스럽게금융업계의 구조조정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그러나뮤추얼 펀드 도입을 통해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개방형 뮤추얼 펀드의 도입시기 등 구체적인 정책일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뮤추얼 펀드의설립 및 운용 요건과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뮤추얼 펀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현재 투자신탁법 투자자문법 증권투자회사법(국회상정)등 3개로 나누어져 있는 자산운용에 관한 비슷한 법들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있다. 뮤추얼 펀드가 가장 발달된 미국도 자산운용법 하나로 통합돼 있다. 단일법에 의해 사업의 영역을 철폐, 자유스런 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진입장벽을 없애는 대신 정부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심판관으로서 철저히 감독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도 뮤추얼 펀드를 저축 아닌 투자상품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뮤추얼펀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뮤추얼펀드는 국내에서도 경제를 뒷받침하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뮤추얼 펀드의 자산규모가 은행자산을넘어섰다. 전국민의 30% 이상이 뮤추얼 펀드를 통해 주식에 간접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호황도 뮤추얼 펀드를 통한 기업자금이늘고 있기 때문이다.▶ 뮤추얼 펀드에 대한 비전은.국내에서도 자산운용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자유로운 자금이동으로 단일 금융권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부문에서 지면 실물경제에서도 이길 수 없다. 또한 자산운용업은 자본금이나 조직규모와 관계없이 사람의 지적 수준에 의해 경쟁력이 좌우된다. 아시아의 위기도 이러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취약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뮤추얼 펀드의 경쟁력은.펀드 운용 전문가 개인의 능력이 절대적 기준이 될 것이다. 운용하는 펀드의 실적이 곧 경쟁력을 대변할 것이다. 투자자금은 기관의이름보다 전문가의 명성을 좇아 움직일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재벌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 할수 있다. 국내에는 조만간 연봉억대의 펀드운용전문가가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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