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위해 '일시 동거'

김대통령은 취임후 지금까지 관료집단을 개혁의 동반자로 강조해왔다. 지난 4월 중앙부처 3급(부이사관) 이상 간부들을 모아놓고도『여러분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통령에 당선되기전 관료사회에 잦은 불신을 토로해왔고, IMF사태 이후에는 외환위기발발의 주적으로 정부관료들을 지목했던 그였던만큼 김대통령의 태도변화는 사뭇 놀라운 것이었다.김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두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작금의 경제위기를 무난하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싫어도관료집단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현실론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개혁지향적이지는 않더라도 수십년동안 축적된 전문성과노하우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에다 눈코 뜰새없이 바빴던 당선자시절,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전재정경제원이 보여준 매끄러운 일솜씨도 관료들에 대한 김대통령의 고정관념을 바꿔놓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재경원 직원들을 모아놓고 『실제 같이 일을 하면서 우리(공무원)에 대한 김대통령당선자의 시각이 많이 변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둘째,김대통령은 관료장악에 실패한 김영삼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듯하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섣불리 공직사회에 사정의칼날을 들이댔다가 면종복배 복지부동등 숱한 신조어만 양산하며실패했던 사례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을 잘 아는사람들은 김대통령과 관료집단의 밀월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말한다. 경제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되고 민간부문 구조조정도 마무리되면 관료집단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그 전조는 지난 6월 나타났다. 김대통령은 국가기강을 확립한다는명분아래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무사안일 불평불만 냉소주의 등을4대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후 검찰은내사를 통해 이강우 전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등 1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을 각종 비리혐의로 구속했다. 내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어추가구속이 이어질 분위기다.◆ 정치개혁과 연계 … 호락호락하지 않다청와대 관계자는 『현정부의 개혁에 일부 공직자들이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는 모양인데 이 정부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내심 생각하고 있는 관료개혁은 이같은 사정의 차원을 뛰어넘는다』며 『정부조직을 포함한 관료집단에 대한 본격적인 개혁은향후 정치부문의 개혁과 병행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료개혁과 정치개혁을 연계하겠다는 구상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김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사회 상부구조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부문의구조조정이 끝나고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동계와의 절충이 마무리되면 정치·관료개혁에 따른 부담을 다소 덜수가 있다는 관측이다.이같은 측면에서 국민회의가 최근 발족시킨 「개혁추진위원회」(가칭)의 향후 활동도 주목되고 있다. 위원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있는 임채정의원은 『근본적으로 현재의 관료집단이 기득권세력의논리에 젖어 있어 그들에게만 개혁을 맡길 수 없다는게 발족취지』라고 설명했다.관료집단에 대한 집권여당의 평가가 이렇다면 문제는 언제, 어떤수준으로 진행되느냐만 남게 된다.김대중 대통령 관료개혁 관련 어록△98년1월7일=세계화 지방화시대에는 불필요한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와 민간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 국민이 따라오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 잘해야 한다.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시절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3월18일=모든 것을 간섭하는 관료주의가 큰 문제다. 정부의 국사나 민원을 한도 끝도 없이 질질 끄는 관료주의는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책임은 안지고 눈치만 보는 나태함도 결국 일을 망치는 것이다. 국무위원들은 각 부처개혁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 (청와대 국무회의석상에서)△4월27일=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협력해 달라. 여러분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실패하면 나라가 파멸에 이른다. (중앙부처 3급 이상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강연에서)△6월16일=개혁이 왜 더딘지 장관들은 반성하고 생각해봐야 한다.개각을 생각한 바 없으나 여론이 「어느 장관은 안되겠다」고 하면어쩔 수 없다. 국민들은 정부가 뭐하느냐고 원망하고 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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