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팔자 고친다"...너도 나도 고시촌행

관료에 대한 시각은 이중적이다. 나라를 망쳤다는 비난과 함께 우리사회에는 고시병과 관료선호 풍토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고시를통해 일단 폐쇄적인 관료집단에 끼이기만 하면 수입과 명예 권력을한번에 쥘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걱정이나 봉급걱정을 하지 않아도된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의 고통을 겪고 봉급이절반수준으로 깎일 때 공무원들의 월급은 10% 가량 줄었을 뿐이다.산하기관 인원은 수백명씩 감축하게 하면서도 정작 중앙부처 정원은 수십명 넘게 유지하고 있다. 다른 직업과 비교했을 때 너무 과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고시선호 풍토는 대학가의 고시열풍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있다.명문대학에서도 고시공부에 도움이 되는 과목에는 학생들이몰리고 순수학문에는 수강생이 모자라 폐강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경희대 동국대 건국대 등 웬만한중상위권 대학들 대부분이 수백명 규모의 교내 고시원을 운영하면서 고시합격을 독려하고 있다. 대학가의 고시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고시반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면제 특강 모의고사실시 등 각종 혜택을 준다.각종 조사를 통해서도 고시열풍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21개 대학의 인문 사회 자연 예체능 계열 신입생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업 기술 등 각종 고시를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13.2%로 대학원 진학(14.3%)다음으로 많았다.인문계열의 경우 고시선호도가 훨씬 높다. 고려대 학생생활연구소가 신입생을 상대로 진로를 물은 결과 34.3%가 고시를 희망했다.◆ 합격이후 보상심리 ‘정치관료’ 수업고시를 통한 관료선발제도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고시제도는 암기력이 뛰어난 자들을 입시제도와 똑같은 작동원리로 뽑아 권력엘리트로 인정하는 것이다. 고시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위해 젊음을 내걸고 고시촌에 들어간다.고시촌의 생활은 고시생 스스로 감옥소 등으로 취급하며 혐오할 정도다. 신림동 고시촌에서행시를 5년째 준비하고 있는 김모씨(35)는 『여기가 감옥소지 어디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느다』며 고시원 방을 일컬어「관」이라고까지 했다. 고시에 젊음을 건 이들에게 대안은 합격밖에 없다. 젊은 시절 컴퓨터나 인터넷 등 빠른 사회변화에 뒤처진다는 두려움과 함께 나이도 취업가능 연령을 훌쩍 뛰어 넘어 버린다.행시를 4년째 준비하고 있는 강모씨(33)는 『사회는 인터넷이니 뭐니 하며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똑같은 책만 반복해서 읽고 있어 불안하기까지 하다』며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고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합격의 그날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합격이후다. 관료 생활을 통해 수입과 권력 명예 등을 보상받으려 한다. 5급사무관이 되는 순간부터 장관을 꿈꾸게 된다. 장관이 되지 못하더라도 산하기관장은 모두 관료들이 휩쓸고 있다.자연스럽게 관료들은 젊어서부터 주변사람과 경력을 관리해야 한다. 소신보다는 관련업계나 주변사람들을 봐줘야 하는 정치적인 행태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이계식 정부개혁실장은 최근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 채용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민간인들이 수시로 공직에 들어와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실장은 『민간 전문인과 직업공무원이 서로 경쟁해서 좋은정책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정보의 효율성이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행정고시를 없애거나 행시를 유지하면서 3급 이상 고위직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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