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임박, 초읽기 돌입했다

재계 적극전략으로 선회...정부 압박도 부담

빅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정부와 재계는 8월7일 제2차 간담회를갖고 8월말까지 빅딜초안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빅딜은 기업자율로 추진한다」고 합의했던 지난 7월26일의 제1차 간담회이후엄청난 가속도가 붙고있는 것이다. 산파역을 맡은 전국경제인 연합회의 손병두 부회장은 8월초 기자들에게 하계휴가를 간다고 연막을쳤다. 정작 그는 휴가기간중(?) 5대그룹을 부지런히 오가며 흥정을벌였다. 삼성그룹의 이학수 비서실사장, 대우그룹의 김욱환 CEO협의회 부속실사장, LG그룹의 이문호 구조조정본부 사장등 주요 그룹의 핵심 브레인들과도 자주 만나고 있다. 김우중 회장대행이 정부 및 그룹총수들과 담판에 나서기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것으로 해석된다.정·재계간 비공식적인 협상채널도 수시로 가동되고 있다. 물론 강봉균 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재계와 전면적인 접촉에 나서고 있지만 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간, 김우중대행-이종찬 안기부장간 협의채널도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재계, 왜 태도가 바뀌었나=당초 빅딜에 회의적이었던 재계는 지난 7월26일 정·재계 정책간담회를 계기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보이고 있다. 종전처럼 정부에 떠밀려 하는 양상은 아니다. 재계는구조조정의 소용돌이속에서 더 이상 빅딜을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자칫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있다. 나아가 한계 계열사를 경쟁사에 내주고 좋은 조건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있다면최소한 밑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아직도 말을 아낀다. 그러나 정·재계 간담회를 통한 빅딜의지천명은 재계의 공식적인 「약속」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구속력이내재돼 있다는 지적이다.더욱이 정부의 압박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부당 내부거래를 이유로 주요 그룹에 7백22억원의 과징금을 때렸다. 재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지만 정부가 이 조치를 쉽게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빅딜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도 재계의 부담이다. 정부가 사실상 은행을 장악한 상태에서 김대통령의정책수단은 그 어느때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하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기왕 빅딜이 불가피하게 됐다면 정부로부터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3각빅딜 무너지면서 스몰딜 관심당초 정부가 제안했던 3각 빅딜의 실현가능성은 높지않다는게 중론이다. 상당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안은 현대가 삼성 및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삼성이 LG 반도체를, LG가 현대 석유화학을 각각 인수한다는게 골자였다. 설상가상으로 기아자동차가국제입찰에 붙여지고 LG반도체가 미국 인텔사와의 합작을 추진하면서 3각 빅딜의 골격은 완전히 무너졌다. 전경련의 손병두 부회장은 최근 출입기자들과 만나 『기아자동차 처리문제가 해결되지않는이상 3각 빅딜은 매듭을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빅딜, 전방위로 확산된다=3각 빅딜안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급속히 세를 얻고 있는 것이 다수의 「스몰딜」을 엮어내자는 방안이다.주요 그룹의 준주력업종을 한군데로 몰아주자는 것이다. 3각 빅딜의 변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골치아픈 자동차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5대그룹간 빅딜의 영역은 상당히 넓다는이유에서다. 반도체-가전-정보통신-정유부문등의 업종을 한 곳으로 통합해야 한다는아이디어도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자원부가 최근 자동차 반도체철강 석유화학 조선 발전설비 항공기 철도차량 시멘트 PC등의 10대산업을 구조조정대상으로 지목, 스몰딜의 성사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 산자부는 이 방안과 관련,일단 중복투자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만든 것일 뿐, 빅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있다.그러나 이 업종들은 강봉균 수석이 빅딜대상 요건으로 지목한 △경쟁력 저하 △적자누적 △공급과잉등을 대부분 충족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26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 항공기산업의 빅딜 필요성을 제기한데 이어 박태영 산자부장관은 철도차량사업을 빅딜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조선을 제외한 중공업분야에서 현대 삼성 대우 3사가 스몰딜을 성사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원이 관건.....정·재계 협상주목빅딜 성사의 첫번째 관건은 뭐니뭐니해도 금융·세제상의 지원이다. 빅딜에 대해 내심 탐탁지않게 여겨오던 재계는 「적극 검토」로 선회하면서 정부의 지원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김우중 전경련 회장대행이 지난 7월23일 국민회의내 「열린 정치포럼」에 참석, 『정부가 자신이 있으면 빅딜에 적극 개입하고 자신이 없으면 시장원리에 맡겨야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재계의 입장을 잘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지원수준에 따라 빅딜추진의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에 다름아니다. 실제로 전경련은 정부와의 담판을 거쳐 개별기업들의 빅딜문제를 처리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선협상-후조율 전략인 셈이다.그러나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향후 절충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부채탕감과 관련, 정부도 그다지 재량권을 갖고있지 않아 상당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금융지원=빅딜대상 기업의 부채탕감과 계열그룹에 대한 지급보증 해소방안이 걸림돌이다. 7월26일 간담회에서 재계총수들은 일제히 부채탕감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부채탕감은 기본적으로 은행이 협상 당사자로 나서야할 문제다. 정부가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컨트롤할 수는 있지만 특혜시비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대상기업의 대출금 만기연장이나 금리인하문제는 해당은행도 신축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정부는 까다로운 부채탕감대신 차입성 지급보증 해소방안에주력하고 있다. 빅딜대상 기업끼리 지급보증을 맞교환하고 그 차액에 대해서는 신용대출로 전환시키거나 차액의 현재가치에 해당하는만큼 해당기업의 주식을 주거래은행에 예치시켜 출자전환토록 하는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또 빅딜로 인해 동일계열 여신한도나 상호지급보증 한도에 걸리더라도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 유예기간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무역금융을 5대그룹까지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는 난색을표시하고 있다.▲세제지원=정부가 비교적 자유롭게 정책수단을 구사할 수 있는분야다.일단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기존 세제혜택을 대부분 부여할계획이다. 자산을 교환하거나 지배주주들이 소유주식을 교환할 때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법인세 취득세 등록세등이 감면된다. 정부는나아가 기업분할이나 합병때 이전자산의 차익에 대한 과세이연뿐만아니라 특수관계가 없는 법인간의 합병시 이월결손금을 승계해주는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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