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꾸준한 사업추진이 '지름길'

남한 먼저 신뢰감 심어줘야 ... 경공업 투자 선행도 한 방법

대북비즈니스는 가깝게는 남북한이 서로 이익을 취하면서 정치적공존·경제적 공영을, 궁극적으로는 통일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남북한간 경제협력은 남한 또는 북한측의 일방적인 필요에 의해 이뤄진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인들이 일회성 또는 간헐적인 대북비즈니스를 통해 「한방」을 노리다가 낭패를 겪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북비즈니스에서 돈번 사람이 없다』(조선무역 유세형사장)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전 김일성대학 교수로 지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근무하는 조명철연구위원은 『과거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대북비즈니스에 나선 데에는 일단 센세이셔널한 반응으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데다 정부의 각종 지원이 많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북한과 거래한 많은 기업들이 북한의 열악한 환경을 참아내지 못하고 철수하는사례가 많았다』는 것이 조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북비즈니스의 틀을 새로 짜고 그것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한이 각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군사적 관계개선 먼저 요구대북비즈니스의 윈-윈전략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정치·군사적 관계개선이다. 삼성경제연구원 특수T/F팀의 김연철수석연구원은 『정치·군사적인 관계개선이 없이는 경제협력의 규모 수준 등에 있어 진전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치·군사적 관계개선의 한 방법론으로 거론되는 것이 남북정상회담이다.지난 9월5일 북한최고인민대표회의 10기 1차회의에서 국방위원회위원장이란 직함으로 최고권력자에 추대된 김정일과 지난 2월에 취임한 김대중대통령이 직접 경제문제 또는 경제를 포함한 남북문제전반에 관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다.연세대 통일연구원의 윤덕룡교수는 『남북한이 모두 최고권력자에의존하는 부분이 커 회담이 이뤄지면 실행력이나 효과는 엄청 크다. 특히 북한에서 지도자가 한 말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는 거의없다』며 정상회담의 유효성을 설명했다.하지만 이뤄지기만 한다면 그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되는 정상회담이지만 「판」이 벌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거나 불가능해보인다는 것이 북한전문가들의 견해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한교수는 『남북한간의 적당한 긴장이 북한측의 정권유지에 유리한데다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은둔통치」를 통해 카리스마를 구축할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교수는 또 『공개석상에서의 노출과 격식을 꺼리는 김정일의 개인적인 성격도 정상회담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북비즈니스를 윈-윈게임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법은 많으며,「장기적·지속적이고 일관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부분의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는 북한측도 남한과의경제교류가 축소되거나 끊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금강산관광사업, 지난 9월의 헌법개정과 내각제전환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금강산개발은 김정일의 의지가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며 내각제도입과 내각의 권한강화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동국대 고유한교수), 『개인소유를 포괄적으로 확대하고 특수경제지대에서의 기업창설장려, 독립채산제와 효율성 등이강조된 수정 사회주의헌법을 도입한 것은 경제를 최우선으로 살리겠다는 북한 권력층의 의지』(민족통일연구원 북한경제사회연구실최수영실장)라는 것이다.대북비즈니스를 윈-윈게임으로 이끌기 위해 단기적으로 우선 북한과의 거래에 확고하고 일관된 자세를 갖고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중요하게 거론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센터 고일동팀장은 『장기적인 남북관계를 고려해 단기적으로 북한이 자립할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단순교역중심이었으나 위탁가공 직접투자 등이 늘어나야 하며, 유휴설비이전과 같이 빠른 시일에 북한측이 이익을 볼수 있는 경공업분야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고팀장의 지적이다. 고팀장은 또 『북한의 산업시설중 개보수로 활용이 가능한 분야나 통신 등 일단 남북한이 투자관계를 맺으면 깨기 힘든 분야로 점차 협력을 늘려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민족통일연구원 최수영실장은 대북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겪는애로사항의 우선적인 해소를 강조했다. 『대북투자의 장애물인 물류비·투자리스크 등에 남북경협기금의 지원과 같은 정부의 지원,대북접촉·정보취득 및 공유·과당경쟁·중복투자 등을 조정할 수있는 기능의 단일창구 조성, 북한이 우선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의협력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선적으로 필요로하는 분야에 대해 조선무역의 유사장도 『(북한은)생필품 가전 의약품 등의 임가공에 대한 남북기업간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남과 북이 추구하는 공동선으로서의 장기적인 윈-윈전략에 있어북한의 태도변화가 필수적이지만 그에 앞서 상호신뢰형성을 위한남한쪽의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북한측과 오래 접촉하며 친교를 쌓아야 신뢰가 형성된다. 그래야 「남한기업인중에는 사기꾼들이 많다」고 믿는 북한측이 남한을 믿고 협력한다』는 것이 우인방커뮤니케이션 우창봉사장의 말이다. 연세대통일연구원 윤교수는 『비즈니스의 파트너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의 「햇볕론」도 그런 차원에서 문제』라고지적했다. 『햇볕론은 일종의 대북전략인데 상대방에게 전략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결국 햇볕론이 대내용·정치공세용이라는 생각이들게 만든다』는 것이 윤교수의 설명이다.◆ 기업 애로사항 해소도 ‘시급’따라서 장기적인 윈-윈전략수립에는 남북한간에 상호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환경의 조성이 가장 중요하며, 북한을 남한의 경제구조에 끌어들인 후 나중에 세계자본주의시장에 편입시킨다는 전략으로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윤교수의 주장이다. 동국대 고유한교수도 경제협력확대→남한경제구조로의 편입→세계자본주의에 편입시키는수순으로 가야한다며 『북한의 경제특구는 그러한 경제에 편입하되모두 줄수 없다는 것으로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먼저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대북비즈니스가 양쪽에 이익이 된다면 이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의 이익」이라는 부분에대해 남한의 분위기가 이를 참아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연구위원), 『결국 꾸준하게 대북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조성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통일을 염두에 두고 대북비즈니스가 추진되도록 해야 합니다.』(KDI 고일동팀장). 결국통일경제를 추구하는 긴 여정의 디딤돌로 대북비즈니스가 제기능을다하기 위해서는 남한이 먼저 변한 모습으로 북한에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