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폐습' 버리고 구조개혁해야 생존

한국 차산업은 지난 25년 동안 줄곧 수직 성장을 해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 주력 산업으로 알고 있는산업이다. 그러나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시장상실과 내부의 비효율문제로 중병에 걸린 듯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블루칼라의 인력조정이나 기아입찰마저 모두 실패로 끝나 위기를 증폭시킬 외생 변수도 아직 잠복하고 있다.올해 7월까지 자동차 내수판매는 작년 동기에 비해52%나 줄어 43만대도 안되었다. 수출은 71만대를 했다고 하나 미니카만 많이 팔렸고 주력 차종인 소형과 중형차는 줄었다. 수출 물량 감소는 4%에 그쳤지만, 금액이 21%나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대미 달러환율의 상승폭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을 20~30%나 떨어뜨렸지만 대부분의 모델은 안 팔린다. 내수에서도 경차 판매가 승용차 판매량의 29%를 차지했다. 값싼 경차만 팔리고 있는 셈이다.차가 안 팔리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싼 차를 비싸게 그리고 고장 잘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그리고 일하는 시간을 적게 들여 많이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조립공장의 시간당 인건비는 일본의 30%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아직 싸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은 한 사람당 연평균 7백~8백시간이나 더길지만 생산량은 일본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자동차 한대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본보다 배나 더 걸린다는 말이다. 인사 총무등 관리분야의 생산성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대당 제조비용을 좌우하고 규모의 경제를 나타내는 플랫폼당 생산량은 선진국 경쟁사의 경우 최근 연평균 45만대 내지 60만대까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양산모델은 몇년전 25만대선이 최고였다. 자동차 제조 코스트의 65% 정도를 부품이 차지하고 있는데도 부품업체의 생산성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비록 인건비가 싸다 하더라도 생산성이 낮고 양산도 안되면, 값싼 차를 만드는데도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품질도 여전히 인지도가 낮고 골칫거리도 남아 있다. 소비자의 견해나 조립공장의 작업과정을 조사한 결과는 한국 차의 품질은 잘하는 경우라고 해도 선진국 시장의 평균 수준보다 40% 정도나 떨어진다고 한다.둘째, 관리 코스트의 부담 가중 문제다. 현대 대우 기아의 작년도매출액대비 이자 부담률은 평균 6.4%였고 판매비는 전년보다46.9%나 증가했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고전을 했던 현대의 판촉비는 무려 9백%나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5백~8백%에 이르고 있어도아직 돈을 빌려서라도 부실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안달이다. 부채경영에 대한 애착은 세계 일류급이다. 할인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계열사 직원에게 하는 강매도 시장경제를 하자면서도 서로 모방한다.선진국에서는 없는 판매방식이다. 자동차 회사는 광고를 안 해도팔리는 모델 한 두개만 있어도 살아가고 광고를 해도 안 팔리면 망한다는데 우리는 안 팔려도 광고비는 자꾸만 늘었다. 은행차입에안이하게 의존하고 인적 자원의 육성보다는 기업내 권부로 안주하며 불투명한 회계를 일삼는 간접 관리조직들은 코스트 경쟁력상 뚜렷하게 부각되는 군살이 있는 부문이다.셋째, 확대 경영의 실패로 인한 비용상승이다. 제조와 관리부문에서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이익이 안나는데도 불구하고 95년 이후 회사마다 신공장 짓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당장 올해 노는시설이 연산 2백만대 생산시설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생산이 피크에 달했던 4년 전에 비하여 과잉시설은 3배나 불어나 고정비용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넷째, 계열 부품사간 경쟁유도 정책의 부재를 들수 있다. 부품조달을 단품위주로 많은 업체와 폐쇄적으로 거래해와 부품업체간 경쟁에 의한 품질개선과 코스트 절감을 유도하거나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아직도 1차 부품업체 중 하나의 조립메이커와 독점 거래하는 업체의 비중이 77%를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경쟁상대도 없고, 부품업체 관리비용은 많아지며, 유사부품을 동시에 발주하면 누릴 수 있는 기술축적이나 제조설비의 규모 경제도 안된다. 이런 구조로는 아무리 오래 거래관계를 맺어도 품질과 비용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다섯째, 종업원의 근로 모럴 문제다. 회사 경영에 대한 불신, 책임전가, 내부규정이나 준법정신의 희박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노사당사자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나빠지고 있다.과거와 같은 노사협력 패턴으로는 정리해고의 문제를 수용하기 어렵다. 새로운 근로 모럴을 창조하여 애써 쌓은 공든 탑을 허물지않아야 모두 살아남을 것이다. 종업원 만족 없이 고객 만족은 불가능하다.이처럼 조립업체나 부품업체에 뿌리박고 있는 제조, 고정, 관리비용그리고 근로 모럴의 부재 등은 30년간 누적된 폐습에서 야기된 것이다. 이런 문제는 구조적인 개혁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국내시장은 앞으로 3~4년 더 위축되고, 수출여건도 국제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동구 서유럽 남미 등에서부터 나빠질 것이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안 망할 것이라고 과신하면 오산이다. 외부환경은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확실하고 지속적인 구조개혁만이 오래 생존하는유일한 길이다.구조개혁은 강한 체질 즉 코스트 경쟁력이 있고 품질 좋은 차를 만들고 팔수 있는 기업체질을 구축하도록 경영전략과 산업정책을 확립, 실천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먼저, 기업은 관리 코스트의 부담을획기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종업원 고객 주주 지역사회 등 관련 이해 당사자에게 깊은 신뢰를 형성해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총무 인사재무 회계 등 창의성없는 간접조직은 과감히 아웃 소싱하여 구습을버리고, 신경영기법을 도입하며, 노사화합과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어 창조적으로 일할 의욕이 생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상품개발을 중심에 두고 모델별 손익분기점에 대한 철저한 평가로 대응하여양산모델의 개발을 위한 기반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 부실회사라도합쳐서 1사당 총량생산만 늘리면 된다는 확장정책은 금물이다.◆ 구조조정 유도정책 맨먼저 실천해야한편 정부의 산업정책은 경쟁촉진과 산업육성을 위한 제도 확립과실천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의 챔피언 산업이다. 선진국에서 산업차원에서의 경쟁력이 불투명한 경영정책은 정부가 재조정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무모한 투자경쟁이 초래한어려움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기아의 새 주인을 빨리 찾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을 맨 먼저 실천에 옮겨야한다. 그냥 두면 기업은 타성에 젖어 안 하려고 하는 속성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만일 세계적인 1등 업체가 기아를 인수하면, 국내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내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부당 내부거래, 할인판매 등 선진국 시장에는 없는 거래를 어쩔 수 없이 중단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사업포기를 하는 일도 일어날수 있을 것이다.이제 30년 동안 길들여진 성장체질에 붙은 군살을 노사가 함께 빼고 새 경영전략과 산업정책으로 무장해야 자동차 산업은 위기를 넘고, 21세기 우리 모두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깨달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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