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중소기업 노려볼만

대기업 공채 거의 사라져 ... 기업홈페이지 체크 등 정보수집 적극나서야

지난해말 터진 IMF사태는 올해 대졸 취업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기악화로 신입사원 채용을 전면중단한데다 도산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어 대졸자들 입장에서는마땅히 들어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대졸예정자들 사이에서는 「대졸자는 곧 실업자」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터져나오고 있다.올해 대졸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줄잡아 45만2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일자리를 잡지 못한 취업재수생 26만2천여명과 내년 2월 졸업예정자 19만명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취업희망자 32만여명보다 무려 13만여명이 늘어난 수치다.반면 일자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30대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정식으로 공채를 하겠다는 기업은 한군데도 없다. 다만 삼성 대우LG 롯데 등은 계열사별로 공채를 실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도 공채시기와 인원수를 분명하게 밝히고있지는 않다. 계열사의 상황에 따라 조정할 계획이라는 얘기다. 현대와 쌍용 한화 등 몇몇 대기업들은 수시채용 형식으로 결원이 생기는 경우에 한해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입장이다. 90년대 이후 신규채용에 적극적이었던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들도 올해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새로 출범하는 하나로통신이 1백60명의 신입 및 경력사원(9월29일 원서접수 마감)을 뽑는 정도다.공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대기업들의 이런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30대그룹이공채로 소화했던 신입사원만 1만5천여명에 달했었지만 올해는 워낙뽑는 곳이 적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은 『대기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많아야 1천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수치상으로만 보면 대기업 입사경쟁률이 4백50대 1이 될 것이라는설명이다.금융기관과 공기업의 신규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구조조정으로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신입사원을뽑기는 커녕 기존의 직원을 정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입수합병이 진행중인데다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도 직원감축의 압력을받고 있어 신규채용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가 공기업의 거품빼기에 본격 나서고 있어 직원을 충원하는 문제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기업인한전은 지난해 뽑은 신입사원 3백명 가운데 2백명을 미발령 상태로남겨놓고 있다.대학생들의 입사 선호도가 높은 언론, 광고 분야도 올해는 새로운인력을 충원할 계획이 거의 없다. 언론사의 경우 광고급감으로 감원과 감면을 단행하는 등 경영상태가 바닥을 기고 있고, 광고대행사들 역시 매출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 내핍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언론사 가운데는 유일하게 연합통신이 최근 기자직과 일반관리직을 대상으로 하반기 신입사원을 모집(10월2일 원서접수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외국계 회사는국내기업들보다 사정이 좀 나은 것으로 분석된다.(외국계 회사 기사 참조).앞서 살펴본대로 기업체 입사는 전체적으로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다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대졸취업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내년초에 대졸자 1만명을 제2건국운동 행정서비스 요원으로 채용한다는 방침 아래 6백억원의 예산을 편성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초 대졸자 1만명을 공익 보조요원으로 특별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부는 10~11월사이 대졸자 등을 대상으로 직원상담원 7백명을 채용할 방침이다.취업전문가들은 대졸 취업난이 적어도 3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전망한다. 특히 취업의 경우 경제사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2000년 이후에나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금의 취업난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부딪쳐야한다고 설명한다. 지금 당장 피한다고 나중에 뾰족한 방법이 생길가능성이 거의 없는 까닭이다. 오히려 나이만 드는 결과를 초래할수도 있다. 특히 회피성 어학연수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외국인 회사 입사를 목표로 하는 등 분명한목표가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괜히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대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최근 들어 기업의 채용형태는 공채가 사라진 대신 일명 「게릴라식채용」으로 불리는 수시채용이 주류를 이룬다. 사실 예전 같으면11월 첫째주 일요일에 그룹공채가 실시되는 등 채용시기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했다. 공기업들 역시 같은 날짜에 일제히 입사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올해는 이와 완전히 다르다. 어떤 기업이언제 시험을 치를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대우의 한 인사담당자는『솔직히 말해 올해 채용계획은 인사부 직원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필요할 경우 계열사별로 자체적으로 채용계획을 세워 뽑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올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전처럼 막연히 준비를 했다가는 원서도 내지 못하고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원을 모집하는 기업들의상당수가 인터넷을 통해 채용공고를 내고 원서를 접수하는만큼 수시로 각 기업의 인터넷홈페이지를 살펴봐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또 인터넷과 PC통신의 취업 관련 사이트도 매일 체크해볼 필요가있다.또 하나 기업들이 소수 인원을 뽑을 때는 각 대학의 취업정보실을통해 추천을 받는 까닭에 취업정보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도중요하다. 적어도 일주일에 2차례 이상은 들러 정보를 검색해봐야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추천을 받을 때에는 접수마감 시간을 2~3일로 아주 적게 주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충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알짜배기 중소기업을 노려보는 것도 취업난을 이기는 한가지 방법이 될수 있다. IMF사태 이후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월급을 깎고 보너스를 줄였다. 총액기준으로 30~40%씩 줄인 회사들이부지기수다. 반면 건실한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은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나눠주는 등 근무여건을 대폭 개선한 회사들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중소기업청을 통하면 채용업체 정보를 어렵지않게 얻을 수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는 의견이 많다. 상황이무척 어렵지만 이에 굴복하지 말고 끈기있게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몇번 떨어졌다고 이내 실망해 자포자기하기보다는 낙관적인 자세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또 개인적으로 취업정보를 꾸준히 모으는 한편 취업박람회장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얻는 것도 취업에 많은 도움이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 /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노력하는 사람에게 취업 기회 있다"대학생들을 상대로 직접 취업상담을 해주고 있는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46)은 요즘 마음이 아주 괴롭다. 취업난이 워낙 심각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볼 면목이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김씨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래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뛰라고 주문한다.▶ 대졸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가.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예년 같으면 대기업들로부터 입사추천의뢰가 많이 들어왔을텐데 요즘은 거의 없다. 지난해에 비하면10분의 1도 안되는 것 같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기댈 언덕이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으니 아주 답답해한다. 일부 학생들은 시간도 벌고 어학실력도 키울 겸해서 어학연수 등을 떠나기도 한다.▶ 어학연수가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적극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막연히 「남들이 가니까, 아니면 취업시기를 늦추기 위해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자신감을 갖고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자기를 내세울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눈길을 끌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어학이든 컴퓨터든 상관없다. 자격증을 따두는 것도 취업에 많은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다.★ 성공스토리 / 김상미·한국까르푸 물류부"외국사 주소록 들도 두발로 뛰어다녔죠"『대학 시절 취업문제를 의식하면서부터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기위해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처음부터 국내기업 보다는 외국회사에입사하려고 마음을 먹고 한우물을 팠던 셈이지요.』외국계 기업인 한국까르푸에 근무중인 김상미씨(24)는 취업빙하기를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비결을 철저한 준비에서 찾았다. 대학(이화여대 불문과) 4학년 1학기를 마치고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서 영어와 불어를 익혔고, 1년 후 복학해서는 철저히 외국기업만을 공략했다. 특히 같은 과의 외국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친구 2명과 함께 외국기업 주소록을 구한 다음 일일이찾아다니며 구직활동을 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대견스럽기만하다.대학내 취업정보실은 구직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중요한 중심축 역할을 했다. 친구들과 더불어 수시로 드나들며 외국기업 채용 동향을 살피는 한편 취업 관련 정보도 빼놓지 않고 체크했다. 취업정보실내 담당직원과의 허심탄회한 상담도 입사정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한국까르푸의 채용정보도 취업정보실에 우연히 들렀다가 구했다.그런가 하면 대학내에서 강의하는 컴퓨터강좌 등 실용성있는 강의를 열심히 들은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따로 시간을 내서 외부에있는 사설학원을 다니는 것과 비교해 여러모로 이로웠다.취업준비를 하다보면 친구들과 경쟁심리가 생겨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씨는 이와는 반대로 친구들과긴밀하게 연락하며 외국기업 관련 취업정보를 나눠가졌다. 특히 외국기업을 직접 찾아갈 때는 셋이서 역할분담을 해 효율성을 높이기도 했다.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기회였다.한국까르푸에는 지난 6월 입사했다. 앞서 잠깐 설명했듯이 학교 취업정보실을 통해 까르푸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서를 제출한 다음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면접 때는 외국회사라그런지 주로 영어실력을 테스트했다.『면접에서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젊은이답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죠. 또 하나 자신을 세일즈한다는 기분으로 장점을 과감하게 드러낼 필요가있습니다. 겸손하고 소극적인 태도는 특히 외국회사에는 자신감과목표가 없는 사람으로 비칠 뿐이죠.』김씨는 한국까르푸의 근무여건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승진 등에서남녀차별이 전혀 없는데다 급여도 상당히 높고, 근무분위기도 자유스럽다. 『유통회사라 일이 좀 늦게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일을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유통분야 전문가로 성장하는것이 꿈인만큼 항상 신입사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할 생각입니다.』★ 성공스토리 / 이명고·장금유한공사 관리부"군인정신으로 도전, 해양선박업체 재취업"재취업에 있어 자신감이나 적극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 남대문근처에 자리잡은 장금유한공사의 관리부에 근무하는 이명고(32)계장의 재취업성공담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해군사관학교졸업이라는 다소 이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지만「패기 있고 적극적인 사람만이 직장을 얻는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지난 91년 해사를 졸업하고 동·서·남해를 넘나들며 영해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근무하던 「해군대위」가 돌연 군복을 벗고 사회인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은 지난 96년2월. 『단지 사회생활을 해보고싶다는 생각 때문에 전역을 단행했다』고. 전역후 곧 바로 진로종합유통에 입사해 재무팀에서 자금업무를 담당했다. 첫 직장이라 재미도 있고 의욕도 넘쳤다. 부서에서 「가장 성실한 사원」으로 꼽혔을 정도였다.그러나 그룹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직장을 알아봐야 했다. 97년 4월의 일이다. 다행히 곧 바로 자리가 났다. 금호생명의 영업직이었다. 법인영업을 하다가 개인영업소장을 했다.그러나 열심히 일을 해도 신설생보사라 실적 쌓기가 쉽지 않았다.『직장생활이 힘들수록 바다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 커졌다』고. 바다와 관련된 직장에 근무하고픈 욕심이 매일 맴돌았다. 결국올 6월에 퇴사했다.그러나 지난해의 퇴직당시와는 상황이 달랐다. 『실업과 취업난이자주 거론되면서 재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다』고. 그래도 해양관련 기업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회원으로 가입한한경인재뱅크에서 여러 업체에 추천을 했지만 해양관련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다. 그러던중 인재뱅크로부터 장금유한공사에 추천을 받았다. 『내가 찾던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러나 최선을 다한 면접이었지만 결국 1명을 보는 영업직채용에서 탈락했다.포기하지 않았다. 「군인정신」으로 가다듬고 다시 도전했다. 『인사담당자에게 1시간단위로 며칠간 줄기차게 전화를 했으며, 휴가갔다는 말에 핸드폰으로도 전화를 했을 정도였다』고. 결국 경리직으로 입사가 결정됐다. 『솔직하고 적극적인 면이 돋보였다. 게다가상고를 졸업하고 군장교 경력으로 통솔능력도 있다고 판단됐다』는것이 양주화 관리과장의 말이다.장금유한공사는 지난 89년에 설립된 한·중합작사로 한국-중국, 한국-홍콩간 컨테이너 정기선을 운영하고 있는 한-중 물동량 1위의해운선박업체. 지난해만도 3천8백5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린 「탄탄한」 회사다. 『입사 전에 알아봤는데 은행부채가 한푼도 없는 아주 알찬 회사로, 입사욕심에 안달이 났을 정도였다』는 이계장. 힘들게 들어온 곳인만큼 각오도 남다르다.『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어학공부와 회계학을 공부할예정입니다.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회사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직장이 이직이나 실직이 없이 성실히 근무할 수 있는 「평생직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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