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메이저업체 잡기' 접촉 활발

국내 시장에서 일본만화는 아주 낯익다. 정부가 지난 10월20일 일본문화에 대한 부분개방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우리말로 번역한 일본만화에 한해 수입을 허용했던 까닭에 상당수의 만화들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까닭이다. 특히 이나 등은수입 직후부터 청소년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국내 만화사상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일본만화에 대한 국내 수입업체들의 발걸음은바쁘기만 하다. 이미 20여개 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일본만화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최근 들어서도 4~5개 업체가 새로 만화시장에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문화 개방을 전후해 일본을 찾는 국내 만화업계 인사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내의 대표적인 만화왕국으로 꼽히는 서울문화사와 대원은 이미오래전부터 만화의 본격개방에 대비해왔다. 지난번의 일본문화 개방 발표가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미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다 일본만화의 3대 메이저로 꼽히는 고단샤,슈에이샤, 쇼각칸 등 10여개 업체들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왔기때문이다.대신 이들 두 업체는 20여개 신생 업체들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한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분위기다. 나란히 만화만을 전문으로 발행하는 자회사인 서울미디어랜드와 학산미디어를 만들어 가동중이고, 특히 서울문화사는 자체적으로 만화학원(서울영상만화학원)까지 설립, 만화가 양성에도 뛰어든 상태다.만화를 낸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의욕적으로 뛰고 있는 아선미디어와 시공사는 만화시장의 완전개방을 적극 활용할 태세다. 특히 지난해 말 만화시장에 뛰어든 시공사의 움직임은 주목의 대상이다.전두환 전대통령의 장남인 재국씨가 운영하는데다 자본력도 만만치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만화 단행본만 30여권을 냈고 이 가운데 약 40%가 일본만화였다. 게다가 시공사는 내년 중반쯤 순정만화 잡지를 낸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일본쪽과의 접촉은 업체보다는 작가 위주로 하고 있고 잡지 창간을 위해 접촉 빈도수를 늘리고 있다.◆ 20여개 신생업체 난립나머지 군소업체나 신생업체들의 움직임은 정중동이다. 하지만 특히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나름대로 일본의 메이저 업체들을 잡기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 업체를 잡아야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일본문화 개방 선언 이후 만화시장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움직임은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시장구조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식 서울문화사 편집2국장은 『이번의 개방선언이국내만화 시장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만화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수입가인상 등 어떤 식으로든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국내 업체들이 일본만화를 들여오면서 건네주는 로열티는 대략 6~9%선이다. 10%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하지만 그동안 일각에서는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업계 사람들 사이에 로열티를 좀 내리자는 의견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생업체들이 마구잡이식으로 뛰어들면서 이런 움직임은 자취를 감추었다. 오히려 더 높여달라는 요구를 해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강기원 대원 순정만화부장은 『국내 업체 관계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다른 업체보다 돈을 더 줄테니 우리에게 판권을 달라고 유혹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일본만화의 국내 수입가가 높아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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