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서 맞아야 '흥행 성공'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할리우드영화 직배사 가운데 하나인 UIP는지난 96년 한해동안 3백여억원의 매출액에 무려 1백5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국내 상영 계약조건으로 본사에 보낸 로열티 82억원을뺀 순수익만도 7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해에UIP가 국내 극장가에 배급한 영화가 모두 17편이었음을 감안할 때대단한 수입이 아닐 수 없다.사실 따지고 보면 문화상품 수입만큼 부가가치가 큰 것도 없다. 예를 들어 세계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입만 2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간 매출액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배급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음은 물론이다. 물론 문화상품의 경우 수입가가비싸다보니 때에 따라서는 수입업체에 거액의 경제적 손실을 끼치기도 한다.그렇다면 일본 문화상품의 국내 경쟁력은 어떨까. 과연 국내 수입사들에 거액의 돈을 안겨줄 수 있을까.◆ 개방 특수 있어도 곧 거품 빠질 것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일본문화 상품으로는단연 만화 (서울문화사)이 꼽힌다. 1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만화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지난 수년간 국내 만화 마니아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국내 만화시장을 장기집권했다. 판매부수를 봐도 엄청나다. 지금까지 총 42권이 발행됐고, 각권마다 평균 20만권 안팎이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8백만권 이상이 판매됐다는 결과가 나온다.그렇다면 이를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나 될까. 의 한권가격은 2천5백원이다. 따라서 2천5백원짜리가 8백만권 이상 팔린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인 총매출액을 따져보면 어림잡아 2백억원 정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하지만 이것이 전부 을 수입한 업체 몫은 아니다. 여기서 로열티로 10% 가까이 나가고 제작비와 홍보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다. 또 제작단계에서의 직원들 인건비도 무시 못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로 수입사가 벌어들인 수입은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한다는 것이 만화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적어도 수십억원대는 충분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물론 은 그야말로 보기드문 대박이 터진 경우에 속한다.연간 수십편의 일본만화가 국내에 들어오지만 이렇듯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일부 작품들은 국내 팬들이 외면, 수입업체에 적잖은 경제적 손실을 끼치기도 한다. 최근 2~3년사이 두산동아 등 몇몇 출판업체들이 만화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도 이런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후문이다.최근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영화분야는 아직 흥행여부를 짐작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일본영화가 국내 극장에서 돈을 받고 상영된 적이 없어 이를 가늠할 잣대가 없는 까닭이다. 특히 흥행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 또한 엇갈리고 있어 결론을 내리기가쉽지 않은 상황이다.처음으로 선을 보이는만큼 어느 정도의 특수는 있을 것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할리우드영화가 버티고 있기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일본영화가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영화 국내상륙 1호로 기록된 를 수입, 상영한 한아미디어의 유진희 사장 역시 『과연 어느 정도의 팬들이 영화관을 찾아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영화 개방 이후 불붙기 시작한 국내 수입업체들의 과열경쟁은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적으로 거래하면 5만달러 정도에 불과한 영화가국내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20만~30만달러(2억5천만~3억7천만원) 수준까지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일본의 일부 인기영화에 대해서는 서로 잡으려고 고액의 배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OO영화사가일본측 수입에이전시에 백만달러를 제시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일본 영화사들은 앞으로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아예 국내업체들과 접촉조차 끊은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개방시 국내 시장잠식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애니메이션은 어떨까. 일본애니메이션의 경우 대체적으로 판권값은 영화보다다소 싼 20만달러(2억5처만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경쟁력 역시 세계적으로 통할 정도로 대단하다. 월트디즈니가 겁을먹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극장가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일반적인 관측이다. 대원동화의 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방학 때 이외에는 그리 힘을 쓰지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당장 일본문화가 국내 시장에서 큰 파괴력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문화평론가인 김지룡씨는 『일본문화 가운데 상품성과 국제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것이적지 않지만 이런 작품들이 국내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일본 문화상품을고르는 혜안을 갖춘 사람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터뷰 / 김휴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작품구성 탄탄...애니메이션 괜찮아『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과 흥행은 별개입니다. 최근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일본영화들이 국내에서 개봉되고 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일본문화 전문가로 통하는삼성경제연구소 김휴종 수석연구원. 최근 이란 논문을 발표, 관심을 끌었던 김수석연구원은당장 일본문화가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말했다.▶ 일본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우선 다양성에 있다. 저변이 워낙 넓다보니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 기획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만드는 것을 중요시하지만 일본에서는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힘을 쏟는다.▶ 일본문화의 개방시기를 어떻게 보는가.좀 늦은 감이 있다. 일본문화가 들어온다고 우리 나라가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두고 보면 알겠지만 오히려 국내문화수준을 향상시키고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 국내에서 가장 가능성있는 일본문화는 어느 분야라고 보는가.전체적으로 볼 때 당장 성공을 보장할만한 분야는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일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은 그런대로 괜찮을 것으로 판단된다. 작품 구성이 뛰어난데다 우리현실을뛰어넘는 상상력도 아주 풍부한 작품이 많다.▶ 일본문화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있는데.물론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10%도 안된다. 또 그런 것들은 정부에서 심의기준을 마련해 국내시장에서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하면 된다. 별 문제는 없을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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