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화 강세 대비해야

국내 금융기관들은 우선 내년부터 유러화가 강세를 띨 것이냐,아니면 약세를 띨 것이냐부터 판단해야 한다. 유러화가 미달러화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허물고 국제통화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지금으로서는 유러화 강세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러화의 안정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유럽경제통합이 거의 완료단계에 다다른만큼 그 시간이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통합초기의 시행착오를 감안하더라도 금융시장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대단할 것』이라며 『특히 세차례의 금리인하로 달러화의 기세가 꺾인 상태여서 한동안 유러화의 강세국면이 이어질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국내 금융기관들은 미달러화 일변도의 자산보유비중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기존 달러화 표시 자산-부채를 유러화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헤지」 「스왑」 「옵션」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해 유러화 강세에 대비해야 한다는얘기다. 여기에는 물론 상당한 수준의 금융시스템이 요구된다.◆ 미달러화 일변도서 방향 선회 필요전문요원 양성 뿐만 아니라 관련 제도의 정비, 유러화표시 금융상품의 도입, 기존 회계제도 및 컴퓨터 시스템의 재정비 등 무수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업들의 외화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외국환은행의 경우 고객관리 측면에서 이들의 자산관리를 재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의 문성진 딜러는 『거래기업들의 자산구조를 다변화함으로써 유러화가치의 상승에따른 환손실을 막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혹시 유러화가 약세를 띠더라도 이같은 대비를 게을리할 이유는못된다. 강약은 서로 교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유러화 약세가국제중심통화로서의 유러화 위상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전략도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유러화출현으로 유럽시장은 광역화와 집중화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유럽내 금융기관간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은행들은 종전의 틈새공략보다는 새로운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시장진입과 영업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예컨대 프랑크푸르트 파리 런던등 유럽금융센터의 개편추이를 고려해 유럽에 있는 국내지점들을 자금조달이나 운용면에서 가장경쟁력있는 지역으로 통폐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통합유럽의 금융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는프랑크푸르트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경우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동구권 경제프로젝트 참여에도 한결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또 유럽금융시장을 새로운 「외화조달창구」로 눈여겨볼 필요가있다. 유러화 출현으로 유럽내 시장유동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차입여건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계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고, 영미계보다는 진취적인 투자패턴을 갖고 있다.그러나 현재 우리 금융기관들은 영세한 규모로 인해 차입금리나외환거래 수수료 등에 있어서 당분간 불리한 조건에 처할 것으로예상된다. 따라서 유러화에 대한 투자비중의 확대는 환율추이를지켜보며 신중히 추진해야할 것이다. 또 미달러화 유러화 엔화등3극체제가 정착되기까지 당분간은 국내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동향을 주시해야 한다.정부도 외환보유고중에서 유러화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유러화는 세계적으로 공적 외환보유고의 25∼3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보유 및 결제수단으로 유러화의 비중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결제 및 투자통화로서의 수요증가가 예상되므로 대외준비 자산중 유러화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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