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면세놓고 '30년 전쟁'

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여부는 귀금속업계와 정부간의 해묵은갈등이다. 업계는 지난 30여년간 줄기차게 부가세면제를 요구해왔고, 정부는 그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업계는 세제당국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에 장문의 진정서를 넣어봤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과연 그들의 상반되는 입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부가세를 둘러싼 업계와 정부의 의견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곽회장은 처음에 다소 마뜩찮은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를 한다고해서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것이었다.그러나 곽회장은 일단 말문이 터지자 업계의 어려움과 정부에 대한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지금까지 부과세 때문에 우리나라가 손해본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국가적으로는 밀수왕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산업측면에서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의발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규모 밀수가 촉발됨으로써 국가 전체의 세수는 줄어들었다는 주장이다.곽회장은 또 『금은 달러와 마찬가지로 봐야한다』며 『외국에서들어오는 달러에 부가세를 매기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설명은 우선 금은 국제준비통화 내지는 국제결제통화로서의 기능을갖고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용으로도 축적이 가능하다는 점, 또 금산업을 부흥시켜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외화벌이 효과도 상당하다는 점, 나아가 한국인들의 손재주는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만큼 국제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등으로 요약된다.곽회장은 인터뷰도중 정부관련 얘기가 나오자 상당히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규제를 몇천개를 풀었다고 자랑하면 무슨소용이 있나. 정작 해제되어야할 규제는 그대로 살아 있는데…』그는 특히 공무원들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공무원들은그 자리를 떠나면 그만이다. 정책담당자에게 오랫동안 공을 들여설득을 해도 인사이동 뒤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백지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곽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금은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니라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용 원자재』라는 것. 또 『정부의 관리감독은 이미 한계를 드러낸만큼 이제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이 일본처럼 보석천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얘기였다.세제실 관계자는 한사코 실명을 쓰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업계의 이해가 예민하게 걸려있는만큼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인터뷰는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말문을 연 이 관계자는 『정부가현실을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업계의 요구를 거절해온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그는 지금껏 금에 대한 부과세제도를 유지하고있는 배경과 관련,『부가가치세는 일반 소비세다. 재화나 용역의 공급이 있을 때 당연히 과세하는 것이다. 금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그렇다면 면세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서민들을 위해 저가로 공급할 필요가 있는 미가공 식료품이나 기초생필품, 국내에반드시 들어와야 할 의료용역이나 고도기술상품 등이 면세대상』이라고 대답했다.부가세 때문에 밀수가 성행하고 금산업이 낙후돼 있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았다. 『업계의 논리대로라면 부가세가매겨지는 다른 물품들도 밀수가 이뤄져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이어 『금에 대한 부가세면제는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다. 금은 생필품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금산업이 발달한일본도 5%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업계의 주장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이 관계자는 그러나 「꽉 막힌」 생각을 갖고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경제여건이 많이 변했고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을 감안한다면 어딘가 손질은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이 부과세 면제를 시사하느냐는 질문에 『예단은 하지말아 달라. 내년초에 전반적인 사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경제여건의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더니 내년 4월 국내선물거래소의 출범을 들었다. 그도 선물시장 출범을 앞두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아마도 정부에겐 면세 결정에 따른 명분 축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업계의 눈에는 그 시간이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말이다.★ 선물시장 개설전가지 세제 정비 시급산업의 발달로 금의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금거래는 일종의 금융상품거래로 변하고 있다. 세계 선물시장에서도 금은 4대 거래품목중의 하나이다. 특히 장식용보다는 반도체 의료기기등 산업용 원자재로서의 가치가 더 높아지면서 선물거래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이에 따라 국내 금속업체들도 일찌감치 국제시장에서 금선물을 거래해왔다. 우리나라가 TOCOM(동경선물시장) COMEX(뉴욕선물시장)등지를 통해 거래하는 금선물규모는 연간 3조5천억원이상. 가격급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행해지는 「헤지」뿐만 아니라 투기적 수익을 노린 「스펙」도 많다. 그러나 선물만기도래로 실제로현물을 주고 받는 거래는 그다지 많지 많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금 선물거래업체인 서울귀금속의 손도항사장은 『국내 현물가격이이중구조로 돼있는 상태에서 선물을 현물로 전환하면 손해를 보는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선물거래에는 부가가치세를물지 않지만 현물거래에는 부가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현물 인수및인도를 꺼린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LG금속 고려아연등 금제련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금선물업자들이 「투기적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문제는 국내에서 선물거래소가 설립되는 99년4월부터다. 지금까지는 국내와 해외간 선물거래만 행해지고 있지만 내년 4월부터는 국내에서 상호거래가 가능해진다.선물시장이 개선되면 이론적으로 위험전가와 가격예시가 가능해져 국내 업계의 경쟁력 확충에 도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지금처럼 현물시장이 왜곡돼 있는 상태에서는 선물가격이제대로 형성될 수가 없다. 주식이나 외환과 마찬가지로 원자재의선물가격도 현물가격에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길항(拮抗: 상호 대립적이면서도 함께 움직이는 관계)작용이라고도 하는데, 현-선 거래가 성립하려면 길항이 필수적인 요건이다. 대우선물의 이해욱차장은 『국내에서 유통되는금덩어리(현물)중에는 부가세를 내고 들어온 것과 세금을 물지않고몰래 들여온 것이 있다. 그런데 이같은 가격차이를 선물가격에 반영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결국 금선물거래의 활성화에도 금수입에 대한 세제가 걸림돌이라는얘기다. 만약 금선물시장이 개설되기 전까지도 세제가 정비되지 않는다면 금시장의 파행적인 가격구조는 근절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선물거래소의 이정태 홍보팀장은 『현물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밀수등을 통한 음성 및 무자료거래를 차단하려면 국제적 금융상품인 금에 대한 부과세를 면세해야한다』고강조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