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훌훌'·연구 '착착'....순항

지난 95년11월, 프로야구 구단 태평양 돌핀스가 현대에 매각됐을때 태평양 직원들은 크게 실망했다. 그룹의 구심점이자 마스코트역할을 해온 야구단이 팔린데 대한 허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태평양 직원들은 경영진의 선견지명에 무릎을 친다. 이밖에도태평양은 그동안 태평양패션, 여자농구단, 한국태양잉크 등의 계열사들을 속속 매각, 몸집을 크게 줄였다.남들보다 한발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까닭일까. 요즘 태평양의주력부대인 (주)태평양은 IMF를 모른다. 화장품 업계가 25%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혹한을 맞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매출액 5.5%성장, 경상이익 32.1% 성장(대우증권 추정)이라는 성적을 내 다른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부채비율도 1백20% 이하로 초우량기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이런 태평양의 대변신 가운데에 서경배 사장(35)이 우뚝 서있다.태평양그룹 기조실 사장 시절부터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서사장은 지난 97년3월 (주)태평양 사장 취임 이후에는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둬 눈에 띄는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7년 사장 취임 당시 너무 일찍 전면에 나서는 것이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말끔하게 씻었음은 물론이다.서사장은 오너 2세다. 서성환 회장의 2남으로 지난 87년 (주)태평양 과장으로 입사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서사장에게서 2세의 이미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는전문경영인의 모습을 더 많이 풍긴다. 앞에서도 잠깐 살펴봤지만실제로 서사장 등장 이후 태평양호는 과거의 정체를 떨쳐버리고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서사장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강한 상품, TCR(총비용절감), 소매력 강화」 등 크게 3가지다. 외국의 유명 브랜드에 맞설수 있는 최고의 상품을 최소의 비용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연구개발 부문에 매출액의 4% 이상(오는 2000년까지는5%로 늘릴 방침)을 투자하고 마케팅력 강화에 역점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서사장은 평소 「도전」과 「창조」를 강조한다. 이제 태평양에서보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최신 경영이론 등 새로운 것을 알자는 학구적인 분위기는 가히 파격적이다. 서사장이 앞장서서국내외 전문서적을 다량으로 구입해 직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직원들 역시 사장의 뜻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기상과 기개를 배울 필요가 있다며 연수 때마다 역사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들려주는 것도 서사장이 아이디어를 냈다.『서사장 취임 이후 노사간의 신뢰가 확고해졌다. 리더로서의 서사장의 경영능력을 직원들이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한 직원의 이같은 말은 태평양의 요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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