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의혹 '미궁속'

아시아자동차 사기피해사건의 전말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은 국제사기로는 가장 큰 규모로 직접적인 피해액수만도 1억8천만달러, 한국 돈으로 1천5백30억원에 이른다. 아시아외에 기아인터트레이드와해태상사도 각각 8천만달러와 4천2백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그러나실질적인 피해자는 이들 회사가 발행한 무역어음을 할인해준 은행들. 모두 12개 은행이 1억5천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브라질 수출시장에 비상이 걸렸다.국내기업의 신인도 하락은 물론 당초 99년까지 자동차 조립공장을완공키로 한 직접투자의 일정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브라질 정부는공장설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2억1천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한국정부에 통보했다. 합작투자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할 경우 피해규모는 6억달러 이상이라는게 검찰 추산이다.◆ 사건 개요지난 7일 서울지검 외사부는 이 사건의 주범인 아시아자동차 브라질 현지법인(AMB) 대표 전종진(全種鎭·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전씨는 지난 96~97년 아시아 자동차로 부터 토픽, 타우너등 2억1천만 달러 상당의 경상용차 2만여대를 외상수입, 이중 1억8천여만달러를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의 범행은 두 단계를 거쳐이뤄졌다. 먼저 외상거래대금의 연체와 합작투자 제의를 통한 외상거래의 확대. 전씨와 아시아는 D/A(무역어음·88쪽 경제용어풀이참고)방식을 통해 거래를 해왔다.D/A 결제기일은 3백60일에서 최장 7백20일. 거래경로도 아시아와AMB간의 직접거래가 아닌 「밤바리 인터내셔널(BBI)」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하도록 했다. 거래구조상 아시아는 BBI에게만 채권행사가 가능했고 AMB에 대한 직접 청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BBI가 채무를 갚지 않을 경우 아시아는 AMB에 대해 직접 수출대금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도록 한 것이다.두번째 단계는 합작투자제의를 통한 D/A채권의 공중분해 작업.96년 전씨는 아시아에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직접투자를 제의했다.아시아는 기술만 제공하고 자금문제는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조건이었다. 그러나 전씨는 AMB의 자본금 증자를 이유로 아시아가받아야 할D/A채권을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인 「아메리칸사모아(AS)」로 빼돌린 뒤 AS는 다시 이를 AMB의 자본금으로 납입시켜 버렸다. AMB가 아시아에 갚아야할 D/A가 두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거치면서 AMB의 자본금으로 돌려진 것이다. 검찰은 이후 전씨가 이 돈을 자신의 다른 은행계좌를 통해 빼돌렸다고 밝혔다. 결국 법적으로 BBI에 대해서만 채권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로서는 대금회수가 불가능해진 단계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그러나 검찰 수사발표는 이번 사건의 시작에 불과하다. 전씨측 변호인은 검찰발표내용은 범죄의 동기와 과정 등 모든 부분에 걸쳐일관성이 없으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전씨의 범행에 관여한 아시아자동차 내부 전현직 간부에 대한 수사로확대하고 있다. 현재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크게 4가지.우선 전씨와 아시아와의 거래경위. 과연 당시 재계 순위 8위의 대그룹 주력기업이 현지 파트너의 말만 믿고 2억달러가 넘는 외상거래를 했을까.아시아자동차가 브라질 현지법인투자를 위해 만든 B-프로젝트팀의97년 2월 대외비 보고서에는 『아시아는 완성차 재고압박시마다AMB에 D/A조건으로 밀어내기 형태의 수출을 「요청」했으며 AMB는이에 긍정적으로 「협조」했다』고 나와 있다.아시아가 외상거래 확대를 자청했다는 얘기다. 『세계 메이저급 회사들과 경쟁하면서 기아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낮은 판매가와 딜러에 대한 높은 마진율 보장이었다. 장기할부판매도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D/A결제기일도 보통 1년으로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다.』(아시아자동차 유지명부장)반면 검찰은 전씨가 아시아를 직접 방문해 수입판매를 제의했다고밝혔다. 아시아가 해외투자를 결정한 배경도 의문.이와관련 아시아측은 합작투자의 목표는 D/A채권의 회수였다고 밝혔다.『96년 당시 아시아는 운영자금도 없는 상태였다. 해외에 자본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씨가 아시아는 기술이전만 해주면 자금문제는 자신이 처리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합작법인의 51% 지분을 주겠다고 했다. 경영권만 행사해도 연체된 수출대금 1억달러는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아시아자동차정광모상무)그러나 B-프로젝트팀의 내부보고서는 이와 다르다. 『AMB측의 적극적인 로비로 정부의 사업승인은 물론 북동부 투자에 대한 임시조치법의 제정및 시행을 유도했으며 연방및 주정부로부터 추가특혜를받아내 본 프로젝트를 「구체화」시켰음』이 보고서 내용.또한 97년 6월 당시 현지공장 기공식에는 카르도스 브라질 대통령과 김삼훈 당시 브라질 대사등도 참석했다. 합작투자 자체가 단순한 기업거래가 아닌 양국간 외교행사였던 것.검찰은 이와 관련, 전씨의 자금마련계획 자체가 실현불가능한 내용으로 채권회피를 위한 의도적인 사기행위라고 밝혔다. 합작투자 승인과 함께 브라질 정부로부터 받은 수입관세의 50% 면제 등 각종혜택을 받고 자동차를 외상수입한 뒤 대금을 빼돌릴 의도였다는 것이다.결국 아시아는 전씨의 사기의도는 커녕 합작투자에 대한 현실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전씨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브라질 정부도 범행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얘기다.아시아가 받아야 할 수출대금이 AMB의 자본금으로 전환되는 사실을몰랐는지 여부도 이번 사건의 쟁점. 이는 98년 3월 AMB 주총을 통해 결정됐다.『당시 브라질에 파견된 B-프로젝트팀 인원만 30명이 넘었다. 더구나 아시아는 AMB지분의 51%지분권을 행사했다. 정황상 아시아가D/A채권을 자본금으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믿기어렵다.』(전씨측 변호인)반면 아시아는 증자는 하되 D/A채권회수와는 분리시켜야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2차례 수정된 주총회의록에 서명지시를 내리면서 「증자에는 동의하되 아시아의 D/A채권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문서(sideletter)를 첨부해 AMB대표인 워싱턴 로페스에게 보냈다.』(당시 B-프로젝트팀 책임자 서상태 전 아시아자동차 상무)『현지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현지법인의 자본금으로 사용한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그런데 AMB측은 아시아측의 증자승인 조건은 빼고 「아시아와 협의해 증자한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정광모 상무)한편 AMB측은 아시아가 D/A채권의 자본금 전환사실을 동의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서류를 한국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AMB의 자산상태도 법정에서 가려져야할 쟁점중 하나. 만약 전씨가아시아에 줄 돈을 공장건설을 이유로 AMB의 자본금으로 전환시켰다면 AMB에는 실제 자산이 남아있어야 한다. 전씨의 사기죄 성립에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검찰은 AMB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빈 깡통에 다름없다고 밝혔다.95년도에 3천5백만달러의 이익을 냈지만 대부분은 전씨가 국외로도피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자동차도 같은 주장이다.『현대인수가 확정된 후 현지에서 재산실사를 했던 안진회계법인의조사결과 AMB는 1억7천만달러의 누적적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정광모 상무)반면 전씨측 관계인은 AMB에 최소 2억달러 이상의 자산이 남아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그 근거로 당시 AMB에 대한 회계감사자료를제시했다. BDO라는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자료에는 98년 6월 30일 현재 AMB의 총 자산은 2억6천만달러로 기재돼 있다.서상태 전상무도 AMB와 같은 입장이다. 현대측의 실사결과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돼 있다. 차량 미수금 4천5백만달러와 재고자산 7천만달러도 반영되지 않았다는게 전씨의 지적.물론 전씨의 범행의도를 입증하는 다른 근거들도 없지는 않다. 우선 합작투자가 결정돼 현지공장 건설을 위한 기공식이 이뤄진 시점은 97년 6월. 그러나 전씨가 아시아몰래 공장설립허가를 받고 브라질 정부로부터 관세혜택을 누려온 것은 이보다 1년 3개월 앞선96년 4월이다.또 아시아측은 현재 미국으로 도피한 아시아자동차 이모이사가96년부터 전씨가 소유한 국내의 S상사에 이사로 등재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K부장은 다른 회사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었다. 현재검찰은 아시아 내부에 또 다른 공모자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에 배당돼 검찰과 변호인간의 불꽃튀는 접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재판진행과는 별도로 브라질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빠른시일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우선 브라질시장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차량공급이 제때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 영업망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공장설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이미 정비공장 건설등에 투자한현지 딜러들이 아시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시장에 대한 한국기업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한국정부의 신뢰도 하락도 당장 우려되고 있다.게다가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BAHIA주 살바도르시는 브라질에서 대표적인 미개발지로 이 지역 출신 유력 정치인들이 이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합작공장 건립이 무산될 경우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이와함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적올리기에 급급한 기업들의 밀어내기식 수출관행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이 사건도 재고압박을 피하기 위해 최장 7백20일짜리 무역어음 하나만 믿고 현지 판매회사에 자동차를 실어나른게 발단이 됐다. 허술한 자금관리와 안이한 대응이 피해규모를 확대시킨 것이다.◆ 경과요약1. 브라질 수출(사업) 추진 경과에서 보듯이 ASIA는 완성차 재고압박시마다 AMB측에 D/A조건으로 밀어내기 형태의 수출을 요청하였음- 93.7 TWN 600대- 94.3 TWN 4,500 대- 95.7 TWN, TOPIC 3,134 대2. 이에 AMB는 긍정적으로 협조하였으며, 이러한 D/A 조건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광고전략과 특유의 판매기법. ASIA 차량을 브라질내수입상용차 M/Share 1위로 부상시켰음3. 적극적인 대정부 Lobby로 정부의 사업 승인은 물론 북동부투자에 대한 임시조치법의 제정, 시행 유도4. 공장부지를 BAHIA주 SALVADOR시로 결정하여 연방 및 주정부로부터 추가특혜를 받아내 본 PROJECT를 구체화 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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