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6' 시장 80% 이상 독식

LG유통, 제일제당, 삼성에버랜드 등 ... 동전개발, 중소업체지만 약진 돋보여

「단체급식 시장을 잡아라」. 단체 급식 업체들 사이에 전운이감돌고 있다. 최근 들어 단체급식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급식권을 따내기 위한 물밑경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그룹의 자존심을 건 대결 양상마저 보이고 있어관심을 끈다.얼마전 명지대 식당 운영권을 놓고 벌어졌던 공개 입찰에서도 이런 모습은 그대로 연출됐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을 포함해 무려 40여개 업체가 뛰어들어 수주경쟁을 벌였다. 특히 서류 심사를 거쳐 올라온 업체들끼리 벌인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참여업체들 사이에 불꽃튀는 접전이 펼쳐지기도 했다.지난해 대전 정부청사 식당운영권 공개 입찰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전청사의 식당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수의 업체가 한치의양보도 없는 수주전을 전개했다. 특히 대전청사 식당을 운영할경우 중부권의 전략적 요지를 차지할 수 있는데다 주변 지역에위치해 있는 다른 사업장 입찰 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참여업체가 많았다.요즘 웬만한 규모의 회사나 공공기관, 또는 단체의 식당 운영권공개 입찰에는 최소 20개 이상 업체가 몰려든다. 식당운영권을따기 위해서는 최소 2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확보할 수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때로는 이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을 극복해야 식당을 맡을 수 있다.특히 대학이나 공공기관, 또는 하루 1만식 이상의 대형 사업장은경쟁률이 30대 1 정도는 기본이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인기를끄는 것은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제고시킬 수 있는데다 다른 입찰 때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정부 세종로청사와 과천청사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LG유통의 한 관계자는 『정부청사의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의미하지 않겠느냐』며 『영업상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그런데 이렇듯 경쟁은 치열하지만 실제로 수주권을 따는 업체는극히 한정적이다. 공개 입찰 때마다 적게는 20여개 업체에서 많게는 30여개씩 참여하지만 실제로 최종 승리자가 되는 곳은 이른바 「빅6」로 불리는 업체들로 좁혀진다. LG유통, 제일제당, 삼성에버랜드, 신세계푸드시스템, 아라코, CM개발 등 상위 6개 업체들은 막강한 인적 자원과 뛰어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공개입찰로 진행되는 경우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전에 일차적으로 서류심사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앞서는 「빅6」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다만 이들 「빅6」는 주력분야에선 약간 구분된다. LG유통은 일반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강세를 보인다. 반면 학교쪽은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다. 제일제당 역시 일반기업에 주력하지만 최근들어서는 학교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학교의 경우 아직은미개척지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만큼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제일제당측의 판단이다.삼성에버랜드는 삼성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병원쪽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시스템은고려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광운대 등 대학가를 많이 장악하고있고 청와대 101경비단과 군수지원사령부 등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CM개발은 주고객 가운데 병원이 유난히 많으며,아라코는 최대 주주인 대우계열사 외에 다수의 금융기관과 정부대전청사의 식당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아라코는 97년부터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신포지구 경수로 사업현장의 단체급식도 제공하고 있다.대형 급식업체의 움직임과 관련,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삼성에서 분가해나온 패밀리들의 격돌이다. 본가격인 삼성에버랜드를포함해 제일제당, 신세계푸드시스템, CM개발(한솔 관계사) 등이모조리 단체급식 사업에 참여해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CM개발과 신세계푸드시스템이 91년 먼저 급식사업에 뛰어들었고, 삼성에버랜드와 제일제당은 3년 후인 94년 역시 나란히 참여했다.그러나 이들 4형제는 때로는 서로 돕기도 한다. 경쟁만이 능사는아니라는 판단 아래 때에 따라서는 끌어주고 밀어준다. 피는 물보다 진함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아라코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삼성가 4인방의 모습이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 같다』며 『함께 경쟁하는 모습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 급식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많지 않다. 물량공세를 펼치는 대기업의 등쌀에 밀려 대규모 사업장은 엄두도 내지 못할 입장이다. 대신 공개 입찰을 하지않거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을 집중적으로 뚫는다. 대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하루 5백식 이하의 소형 업체들이 주요한 타깃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하지만 때로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명의 중소규모 업체들이 대기업 계열의 업체들을 당당히누르고 식당 운영권을 쥐는 사례가 간혹 생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무명의 동전개발이다. 현재 KBS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동전개발의 경우 지난해 공개 입찰에서 「빅6」를 모조리 물리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식당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동전개발이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1백80억원보다 무려1백억원 이상 늘어난 2백88억원으로 잡아놓고 있는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외형경쟁의 다른 한편에서는 음식의 맛과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 어차피 음식사업인만큼 궁극적으로는 음식의 질로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 기간이 보통 1~2년으로아주 짧아 자칫 맛이 없다고 소문나면 다음 계약 때 치명적인 약점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맛과 질 높이기 위한 경쟁도 치열이에 따라 단체 급식업체들은 요즘 들어 새로운 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빅6」 업체들이 자사 영양사를 중심으로 대략2천5백~3천여 가지의 메뉴를 개발해놓고 있고, 각종 행사를 통해색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LG유통 등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최근 들어 「중국 음식의 날」이라든가 「향토 음식의 날」등을 통해 고객만족 실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그린마케팅을 전개, 보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잔반줄이기에도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회사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하다.고객을 확보하는데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판단에 따라장점은 살리되 단점을 보완하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회사의 이름보다는 브랜드를 강조하는 브랜드 마케팅 개념을 도입, 고객들을 파고 들고 있다.예를 들어 LG유통의 경우 「OUR HOME」 브랜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사업장에 가급적 「LG」라는 이름은 빼고 대신 「OURHOME」을 강조한다. 특히 LG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의 식당에서는 더욱 그렇다. LG유통의 한 관계자는 『회사 상호보다는 브랜드 이름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해 도입했다』며 『가족적인 이미지를 풍겨서 그런지 고객들의 반응이 무척 좋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대기업이 최대 주주인 사실도 숨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OO 그룹의 계열사라는 사실이 영업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줄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관계자들 역시 특정 그룹이 최대주주인 점은 인정하지만 계열사는 아니라고 극구 강조하는 입장이다. C사의 한 관계자는 『특정 재벌기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영업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단체 급식업체로서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