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이 더 중요 '무공장' 확산

의류에서 전자, 정보통신업종으로 급속 번져

IMF구제금융에 따른 경제위기는 기업경영방식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웃소싱이다.핵심 사업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비용 절감을 꾀하는 아웃소싱은 처음 대기업에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활발히 추진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중소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아웃소싱이 핵심적인 경영 기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이런 과정에서 아웃소싱 전략 또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아웃소싱은 총무 인사 등 지원 업무를 기업 내부에서 고정비 개념으로 유지하기 보다는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소극적인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부가 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생산 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무공장 기업」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는 것이다.기업들이 생산부문 아웃소싱을 시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의 니즈(Needs)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작은 몸집으로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큰 덩치를 갖고 자원을 분산시켜서는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생산부문 아웃소싱을 부추기고 있다.이제는 팔 물건에 신경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기업사활이 좌우되는 것도 생산부문 아웃소싱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판매경쟁이 치열한 업종에서는 생산부문에 힘을 쏟기 보다는 마케팅, 제품기획, 디자인등 영업관련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 부문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제품 기획 등 핵심 부문에 경영력을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생산 부문 아웃소싱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됐던 업종은 의류분야. 이후 이 혁신적인 경영 방식은 식품 화장품 소형가전 정보통신 등의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팔 물건 보다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의류업종에서 생산 부문 아웃소싱을 처음 도입한 기업은 이랜드다. 이화여대앞의 잉글랜드라는 두평짜리 보세 의류가게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생산 부문 1백% 아웃소싱이라는 혁신적인 경영기법을 통해 중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이랜드는 디자인과 원부자재 구매는 본사에서 담당하고 생산은 외부전문업체에 맡겨 원가 절감과 더불어 조직의 유동성을 극대화해 신화를 만들어냈다.물론 원부자재 구매는 전문 외부업체에 같이 맡겨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칫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직접 구입해 공급했다.이랜드가 「공장없는 의류업체」로 성공을 거두자 에스에스패션, LG패션 등 대기업들도 잇달아 이랜드 방식을 도입했고 이후 의류업계에서 생산 부문 아웃소싱은 보편적인 경영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청바지업체로 최근 급성장한 잠뱅이의 성공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웃소싱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디자인과 원단구입 등 핵심부문만 직접 담당하고 생산은 협력업체에 아웃소싱했다. 제품단가를 크게 낮춘 중저가 브랜드로 10대 고객을 집중공략, 길거리 패션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아웃소싱 전략 때문에 가능했다.정보통신 분야에서 SK텔레텍도 생산부문을 아웃소싱해 성공한 사례다. 지난해 연말 「스카이」라는 브랜드로 단말기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 회사는 제조 라인이 없다. 공장도 없이 성능이 뛰어난 단말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SK텔레텍은 기존 기업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면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올해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가는 이 회사의 매출 목표는 2천억원. 그러나 정작 직원은 1백여명에 불과하다. 연구개발 분야 인력이 60여명으로 가장 많고 마케팅 분야 10여명, 사후 서비스 인력 20여명, 나머지는 관리 인력이다.임원도 초슬림화돼 있다. 몇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경우 보통 임원이 6~7명이 되지만 이 회사 임원은 대표이사 1명, 연구개발 담당 임원 1명 등 2명뿐이다. 초슬림화된 21세기형 기업 형태를 갖춘 것이다.사실 SK텔레텍은 단말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체 공장 설립을 검토했다. 그러나 설비 투자에 따른 자금과 리스크를 따져본 결과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 핵심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 대해 아웃소싱키로 결정했다.세계적 단말기 제조업체인 일본 교세라와 합작 법인을 설립, 제조 기술을 제공받고 생산은 제조 능력이 뛰어난 세원텔레콤에 맡겼다. 이 회사 길성구부장은 『이런 아웃소싱 기법은 차세대 이동통신 수단으로 개발중인 IMT 2000(화상이동전화기)에도 적용할 방침』이라며 기업이 이제 모든 조직을 갖는 시대는 지나갔고 또 그렇게 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생산 아웃소싱 전문업체 'STT'위탁·생산업체, '둘다 이익'STT는 기업들이 효율성 증대를 위해 생산 부문 등 과감한 아웃소싱을 추진하면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생산 부문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이 회사와 현재 거래하고 있는 업체는 1백30여개. 회사측은 위탁업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거래 기업들 가운데는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STT의 영업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위탁업체로부터 생산 라인을 임대하거나 제공을 받아 제품을 생산해준다. 이런 탓에 별도의 생산 라인을 갖지 않고서도 인력만을 투입하면 된다. 현재 생산 라인을 위탁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제품 생산을 해주는 비율이 80%에 달한다.이렇게 해서 이 회사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4백여억원. 올 매출 목표액은 7백억원으로 잡아 놓았다. 생산 부문을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올 매출 목표 달성은 무난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통상 계약은 물량 단위, 연간 단위, 프로젝트별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며 계약 기간은 1년에서 3년까지 다양하다.STT 이석원이사는 『생산 부문 아웃소싱 바람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사업 전망은 밝은 편』이라며 위탁 입장에서는 경영 유연성을 확보해 스피드 경영을 할 수 있고 생산을 해주는 업체에서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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