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트워크로 단기간내 '우뚝'

한발 앞선 정보 활용, 매수 추천 성공 .. 느긋하게 종목 관리하기도 강점

「시장은 애널리스트보다 똑똑하다」.메릴린치증권 조사팀장 김헌수이사(38)의 지론이다.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리드하기 보다는 시장에 순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국내에서 메릴린치증권의 리서치팀만큼 단기간에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는 곳도 없다. 리서치팀 구성 시기가 97년6월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국내 최고수준의 심사분석 능력을 배양한 셈이다. 지난 3월 약정고만 무려 5천억원에 달할 정도다.메릴린치의 장점으로는 무엇보다도 잘 짜여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전세계 금융시장에 브랜치를 내고 있는 메릴린치의 정보 네트워크를 리얼 타임으로 활용, 한발 앞서는 분석능력을 갖고 있다. 경우에 따라 미국 일본 유럽등지의 애널리스트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는가 하면 지구상의 모든 다국적 기업과 국가에 대한 꼼꼼한 분석자료를 받아볼 수있다.작년부터 적극적으로 매수 추천에 들어간 한라공조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한라공조의 우수한 품질에 착안한 메릴린치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재편과 한라공조에 대한 미국 포드사의 높은 관심을 확인, 주가가 1만원선일 때부터 매수를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메릴린치의 미국현지 애널리스트를 통해 한라공조의 외자유치를 확인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 한라공조의 주가는 4만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메릴린치의 이같은 강점은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이나 금융시장이 세계시장과 깊은 연관성을 맺을수록 더욱 빛을 발할게 분명하다.신한은행도 비슷한 케이스다. 메릴린치는 90년대초 미국의 시티은행이나 90년대중반 영국의 버클리은행의 사례를 국내에 대입했다.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지긴 했지만 외자유치나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개선하고 주가를 끌어올린 은행들이었다. 메릴린치는 한국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 은행별 분석에 들어간 결과 신한은행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10월 4천원대에서 매수 추천이 시작된 신한은행은 현재 주당 1만3천원대 안팎을 유지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메릴린치의 또 다른 장점은 한번 관찰을 시작한 종목은 끝까지 커버한다는 것이다. 단기적 유행이나 반짝 종목을 발굴하는데 치중하지 않고 느긋한 안목으로 종목을 다룬다. 김헌수 이사는 이를 위해 애널리스트 한사람당 15종목 이상을 맡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 음식료 건설 등의 업종에는 전혀 손을 못대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를 추가 확보하는대로 분석 대상 업종을 확대하면 된다는 계산이다.98년말 주당 2천3백원대에서 매수 추천에 들어간 한화종합화학의 경우를 보면 메릴린치가 얼마나 끈질긴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시장은 한화종화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부채가 너무 많고 사업전망도 불투명해 보였다. 메릴린치는 그러나 한화종합화학의 자산가치가 부채를 초과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만에 하나 청산절차를 밟더라도 주주의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메릴린치의 적극적인 추천에 힘입은 탓인지 주가는 차근차근 올랐다. 작년말 주가가 5천7백원에 도달해도 메릴린치는 매수 추천을 중지하지 않았다. 마침 되살아나기 시작한 석유화학의 경기가 실적호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주가는 8천원선을 넘어 2/4분기중 1만원선 육박을 넘보고 있다. 메릴린치의 분석을 믿고 투자한 이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음은 불문가지다.메릴린치는 이처럼 정확한 분석이 앞서 지적했듯이 시장의 흐름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비롯됐다고 자평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철강주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국제적인 가격인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경기진작에 따른 국내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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