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활황 덕보는 상품들

한국 증시의 중심축 여의도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증시가 폭발장세를 연출하면서 연일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굴지의 증권사 본사가 대거 입주해 있는 증권타운 부근은 근처만 가도 증시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그날 그날의 주가흐름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긴 하지만 증권사 직원들의 표정에서도 열풍의 한 단면을 체감할 수 있다.여의도의 봄은 우선 두둑해진 증권사 직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느껴진다. 요즘 증권가에서 억대 연봉자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들은 보통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손에 쥔다. 심지어 외국 증권사에는 2억원 이상을 받는 프로 펀드매니저들도 일부 있다는 후문이다. 증권사 영업점에 근무중인 계약직 투자상담사들의 월 급여수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들어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월수입이 1천만원 이상되는 상담사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특별상여금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최고 수백만~1천만원대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3월말 결산기를 맞아 교보 부국증권 등이 특별상여금을 지급했으며 대우증권 신영증권 등도 지급규모를 고심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번에 직원들을 상대로 연봉제 계약을 하면서 4백%의 상여금을 지급했다.여의도의 고급 술집들이 밤 늦게까지 흥청거리고 갈비집 등 비싼 음식점마다 저녁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잡기 힘든 것도 이런 돈바람의 위력이다. 특히 유흥업소의 경우 최근 밤 12시로 제한돼 있던 영업시간마저 풀린 상태라 새벽늦게까지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여의도 증권타운 부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5)는 『주식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고객이 늘기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늦게 오면 아예 룸을 잡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며 『몰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대부분의 업소가 새벽 5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IMF 사태 이후 뜸했던 밤 12시~1시 사이의 택시잡기 전쟁도 재연되고 있다.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밤 12시쯤에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택시를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집 방향이 좋지 않으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일도 예사다. 이에 따라 일단 합승해 영등포나 마포 등 주변지역으로 나간 다음 내려서 다시 택시를 잡는 해프닝까지 생겨나고 있다.식당가의 표정도 아주 밝기만 하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주로 분식집 등이 붐볐으나 최근 들어서는 갈비집 등 고가의 음식점들도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소에서는 IMF 사태 이후 내렸던 음식값을 10~20%쯤 슬그머니 올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여의도 한복판에서 한정식집을 하는 박모씨는 『올해 들어 지난해에 비해 월매출이 평균 50%쯤 올라 수지를 맞출 수 있게 됐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여의도를 출입하는 자동차 딜러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주가가 폭락한 이후 여의도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동차가 거의 팔리지 않아 드나들지 않다가 요즘 들어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고 있다. 여의도 지역의 판매량이 IMF 이전의 수치를 거의 회복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인 추모씨는 『요즘에는 일주일에 2~3일 정도 여의도에 들어간다』며 『EF 쏘나타 등 2천만원을 넘나드는 중형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할 때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소개했다.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이다. 매출이 오르기는 커녕 증시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업소도 적지 않다. 특히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경우 증시가 뜨기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표정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최모씨는 『여의도에는 빈 사무실이 여전히 많다』며 『아직 부동산에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들어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며 울상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포장마차를 하는 박모씨는 『손님들이 20% 가까이 주는 등 장사가 시원치 않다』며 『돈이 넉넉해지니까 잘 찾지 않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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