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 바이러스 비상

CIH바이러스 대책 소홀, 피해 수천억 ... 백신프로그램 회사 매출 급증

26일 오전 전국 방방곡곡에서 비명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퍼졌다. 컴퓨터를 켜는 순간 「Operating system not found」라는 메시지와 함께 PC가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CIH라고 불리는 바이러스프로그램에 감염된 것이다.법무부, 서울시청, 제2건국추진위원회, 대덕연구단지 등 국내 주요 관공서를 비롯, 정보시스템을 다루는 민간기업과 바이러스프로그램 방역업무를 맡고 있는 정보통신부 정보보호과까지 바이러스프로그램의 피해범위는 광범했다.서울시청에서는 세금납부 기록이 유실됐고 서울지검에서는 구속영장과 재판· 수사기록이 없어졌다고 전해졌다. 외래환자 기록이 없어진 병원, 수출대금 결제를 해줄 수 없는 은행, 할부대금 납부기록을 날려 잔금 받을 길이 막인 자동차 대리점, 시험문제가 없어져 시험을 연기한 학교, 상품 샘플파일이 없어진 무역회사, 신입사원 채용자료가 없어져 인재를 놓치게 된 기업, 채권내용 파일이 깨져 채권회수가 막막해진 영업부서, 강의노트가 사라진 대학교수 등 CIH의 피해는 상당히 심각했다.정부는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은 PC는 전국적으로 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IH바이러스 프로그램으로 인한 직접적인 재산 피해는 컴퓨터 한대당 하드디스크와 바이오스교체에 들어가는 비용 20만원선. 30만대에 20만원을 곱하는 단순계산으로 피해규모는 6백억원. 그러나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의 손실과 이로 인한 업무 차질 그리고 신고되지 않은 피해 사례 등을 고려할 때 피해규모가 10배가 넘는 수천억원대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왜 피해가 컸나사실 CIH바이러스의 피해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난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피해를 경고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4월 26일 활동하는 CIH를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경고기사를 한번만 내보낸 것이 아니라 수차례 내보냈다. 4월6일,10일, 22일, 23일,24일,25일 등 일부 신문을 제외한 국내 주요 언론매체들은 「26일 컴퓨터 뇌사 주의」 「하드포맷 악성바이러스주의」, 「멜리사 능가하는 바이러스 온다」 등 CIH의 가공할 위력을 경고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25일에는 방송에서도 CIH의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런 보도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바이러스예방에 소홀해 재산 피해를 입었다.정부의 바이러스 대책에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적 재난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바이러스의 대책을 민간기업의 봉사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4월6일 언론의 CIH바이러스 경고도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의 보도자료에 의한 것이었다.정보통신부는 늦게나마 바이러스 대책을 세웠다. 안병엽차관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업계와 연계해 전담팀을 구성, 컴퓨터 바이러스 출현일에 대한 사전 경보와 바이러스 감염경로 및 조치방법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 고 밝혔다.또한 공공기관들도 백신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는 한편 올해는 다른 예산을 전용, 백신프로그램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널리 알려지기 전에 이미 광범하게 퍼져 있었던 것도 CIH의 피해가 컸던 이유중 하나다. CIH바이러스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4월인데 그 다음달인 7월 삼성전자가 배포한 사무자동화 소프트웨어 「훈민정음98」체험판 CD에도 감염돼 있을 정도로 CIH는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일반사용자뿐 아니라 전문 프로그래머의 컴퓨터까지 CIH에 감염돼 있었던 것이다.비록 CIH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컸지만 더 큰 재난을 맞기 전에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백신개발 업체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안철수바이러스 연구소의 황미경 팀장은 『26일 이후 백신구매가 두배이상 늘었다』며 『본격적인 매출증가는 5월부터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예방바이러스프로그램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프로그램의 감시창을 열어 놓는 것이다. 감시창이 열려있다는 것은 백신프로그램이 실행된 상태에서 바이러스 프로그램의 활동을 감시하는 것을 말한다.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나 하우리 등에서 공급하는 정품 백신프로그램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이다.3만원 정도하는 정품 백신프로그램 구입이 부담스러운 개인은 쉐어웨어라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지난달 26일 한반도를 강타한 CIH바이러스도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쉐어웨어판으로 걸러낼수 있었다. 하우리는 정품처럼 감시창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을 체험판으로 제공하고 있다.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도 현재 도스용만을 체험판으로 제공하고 감시창 기능이 있는 윈도95/98용은 정품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바꿔 윈도95/98용도 체험판으로 제공할 계획이다.컴퓨터를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들은 네트워크용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수백대의 컴퓨터가 연결된 네트워크의 관리는 보다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자 개개인이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해 항상 최신판으로 유지할 경우 바이러스프로그램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수백대의 컴퓨터에 최신 백신프로그램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하나 하나 확인해야 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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