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등 노동집약형 산업 대다수

임금 싸고 원료조달 쉬워 진출 희망 ... 점차 중화학 공업도 확대

서해안공단조성계획이 가시화됨에 따라 입주를 희망하는 중소업체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기업들에 뒤떨어진 가격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임금이 싼 중국·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해온 국내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서해안공단에 진출이 예상되는 업종은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인 신발, 주방용품, 의류, 섬유, 완구, 가방, 가발, 원사, 원단, 악기, 자동차부품, 정밀기계, 인쇄기계, 금속공작기계, 일반가동기계, 염색, 도금 등이다. 특히 국내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저하품목인 TV조립, 라디오, 선풍기, 전자부품, 플라스틱, 합성고무가공, 기계부품 등이 진출유망업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원료조달이 용이한 음료, 식료품, 담배, 펄프 등의 업체 진출도 예상되고 있다.지난해 8월부터 입주신청의향서를 받아온 현대상사에 따르면 5월 현재 2백여개 업체가 입주신청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보면 섬유업종(44.8%)이 가장 많으며 의류업종(13.7%), 조립금속과 기계업종(6.9%) 등의 순이다. 8년간으로 잡혀있는 서해안공단 조성계획의 1단계이므로 생산설비이전이 용이하고 투자규모가 작은 노동집약형 업종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현대상사관계자는 『1단계는 경공업 중심으로 추진되겠지만 점진적으로 중화학 공업분야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계획중인 8백50개 업체의 입주유치는 쉽게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외국업체들의 신청이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서해안공단이 가시화됨에 따라 외국업체들의 입주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지금까지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들을 살펴보면 2백∼5천명 정도를 현지에서 고용할 계획이며, 투자규모는 1백만∼1천만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공장용지로 적게는 2천평에서 많게는 2만평을 사용할 계획이다. 전력은 1백∼1천5백 (KW/H)을 사용할 계획이며 하루평균 5∼1백t 가량의 용수를 사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고용인력에 대한 임금은 숙련공일 경우 월 90∼1백50달러, 비숙련공일 경우 월 50∼80 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다. 대다수의 업체들이 가능한 한 빨리 입주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서해안공단이 본격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 입주가 시작될 전망이다.조합차원에서 서해안공단의 입주를 모색하고 있는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은 서해안공단사업을 그동안 침체돼 있던 한국신발산업회생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합은 서해안공단을 선진국 수출의 핵심 생산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동남아 국가보다 생산거리가 단축되고 납기 및 관리가 수월하게 되어 가공비, 운송경비 등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또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진출하는 것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정서적으로도 동질성을 느낄 수 있어 높은 생산성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차원에서 신발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북경협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세제, 금융 등의 각종 규제완화와 지원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부산에 소재한 신발업체인 영창산업(주) 박수관사장은 『공단이 조성되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입주할 예정』이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까지도 생산하게 되면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장은 서해안공단이 조성되면 『30만에서 50만명으로 예상되는 현지 고용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파견되는 기술자 및 관리자로 인해 국내고용도 10만명 이상 창출될 것』이라 말했다. 또 IMF이후 외국에 싼값에 처분하던 약 20조원어치에 달하는 유휴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설명했다.◆ 외국기업과 공동 투자 고려하기도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신조무역(주)의 경우 서해안공단 진출계획이 매우 구체적이다. 서해안공단에서 가방을 생산해 일본 및 유럽에 수출할 계획이다. 예상되는 연간 수출량은 1천5백만달러. 국내에서 기술자와 관리자로 약 10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신조무역이 예상하는 평당 분양가는 중국 및 동남아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1천명 정도 예상되는 현지고용인에 대해 중식제공, 사내 의료시설, 목욕설비, 교통비, 성과급 등 구체적인 복지후생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외국기업과 공동투자로 서해안공단입주를 고려하는 업체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스웨터를 생산하는 (주)앞으로상사는 일본 기업과 공동투자 형태로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입주희망시기는 내년이후. 서해안공단에서 생산할 스웨터를 일본과 미국, 유럽에 수출할 계획이다. 약 1천명을 현지고용하고 국내에서 기술자와 관리직으로 15명 정도 파견할 계획이다.이미 북한과 임가공형태의 교역을 했던 업체들도 본격적인 완제품 생산을 위해 입주를 서둘러 계획하고 있다. 봉제 및 완구를 생산하는 (주)소예(경기도 성남시 소재)의 경우 지난 93년경 북한에 완구공장 설치를 추진했었고 지난 94년에는 임가공형태로 생산된 20만달러 어치의 봉제완구를 수입판매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서해안공단에 입주할 공장에서는 봉제완구뿐만 아니라 유모차도 생산할 계획이다. 예상 수출액은 연간 3천만달러. 3천평 면적의 공장부지에 2천명을 현지에서 고용할 계획이다.미국과 유럽의 수출 전진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서해안공단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주)화인토이는 봉제완구를 제조해 전량 수출하는 기업이다. 서해안공단 입주를 통해 약 1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5천명 정도를 현지고용하고 공장용지로 7천5백평을 사용할 계획이다. 넥타이, 스카프를 수출하는 진실크(서울 강서구 소재)의 김헌영사장은 서해안공단조성 5년후쯤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김사장은 『서해안공단 조성은 IMF이후 문제가 되어 온 유휴설비의 이전 등을 통해 국내의 구조조정이 원활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낮은 임금과 저렴한 운송경비로 인해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해, 기아 등 현지사정 악화로 수준높은 노동력 확보가 문제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지노동자에 대한 교육훈련이 상당한 수준까지 이루어진 후에야 입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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