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절반 시스템 가동중

나머지는 도입 준비 또는 검토중 ... 평가결과 보상은 아직 초보단계

경영자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들어 경영자 선까지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경영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공기업에까지 이런 추세가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이다.국내에서 경영자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가장 널리 활용하고 있는 것은 역시 외국계 회사다. 80년대 이후 국내무대에 본격 진출하면서 도입, 지금은 거의 모든 외국계 회사가 경영자에 대해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IMF 사태 이후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한 외국계 회사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를 보면 지난해 이후 경영자의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평가결과를 인사에 철저히 활용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LG, 80년대말 도입 …‘선두주자’ 자부국내 기업 가운데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역시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본지가 최근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도입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0%인 5개 그룹이 경영자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시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개 그룹도 내년에 도입하거나 구조조정이 끝나는대로 경영자 평가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인 것으로 분석됐다.먼저 삼성은 지난 97년부터 경영자를 대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시행중인 삼성은 경영진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그룹 수뇌부의 방침에 따라 20여개의 항목에 걸쳐 실적 등을 중심으로 점수를 매긴다.삼성의 경영진 평가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주가의 움직임을 상당히 중시한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만회하기가 힘들다. 이는 기본적으로 주가가 지금 당장의 경영실적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치까지 포함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LG는 공식적인 경영자 평가에 관해서는 선두주자임을 자부한다. 이미 10년전인 80년대 말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경영환경이 수시로 변하고 있음을 감안해 해마다 평가기준을 조금씩 바꾸고 있어 눈길을 끈다.수펙스(SUPEX)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SK는 지난해부터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경영진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한 평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경영자의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회사 전체의 실적에 평가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한화와 금호도 예외는 아니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한화는 각사별로 회사 특성에 맞는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경영자의 이모저모를 체크한다. 특히 한화는 이런 평가결과를 토대로 성과급제를 충실히 시행, 성적이 뛰어난 경영진에는 그만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금호는 아예 BSC(Business Score Card)를 마련해 놓고 경영자를 평가대상으로 삼는다. 95년에 이 시스템을 도입한 금호는 전계열사 사장단을 상대로 연말에 일괄적으로 평가를 해 정기인사 때 적극 반영한다.반면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 대우, 한진, 쌍용, 롯데 등은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지만 평가시스템 자체에 대해서는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는 도입해야 하는 제도라는데도 인식을 같이 한다. 다만 그룹내의 여러 가지 사정상 잠시 시행계획을 늦추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현대가 연봉제를 실시하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고, 대우는 구조조정이 끝나는대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 한진은 도입을 검토중이고, 쌍용은 평가시스템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 역시 공식적인 평가시스템은 아직 없지만 기존의 경영자 실적평가법을 토대로 새로운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10대 이하 그룹 가운데도 두산 등 연봉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경영자 평가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중견기업 이하 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는 아직 시행중인데가 별로 없다. 이는 이들 기업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은데다 오너가 인사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공기업 가운데도 경영자 평가시스템을 가동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미 한국가스공사 등이 경영자 평가작업을 하고 있고, 하반기부터는 금융감독원 등 몇몇 정부기관에서도 시행할 예정이다.하지만 이런 흐름의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영자 평가시스템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평가결과가 인사나 보상 등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병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영자 평가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해결돼야 할 점들이 많다』며 『무엇보다 경영자에게 전권을 주어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자 평가 도입 외국 사례외국에서는 경영자 평가시스템을 어느 정도 도입해 시행할까. 우선 미국은 철저한 계약사회를 반영하듯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자 평가가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다. 이미 60년대부터 회사마다 독특한 평가시스템을 개발해 시행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기업과는 달리 경영자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연봉제를 적용, 냉정하게 평가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일반 직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주급을 받는 블루칼라들은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그렇다고 모든 경영자가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중소 규모의 회사에서는 아직도 경영자 평가를 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또 대기업 가운데서도 오너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남의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벤처기업 역시 아직은 경영자 평가의 무풍지대로 꼽힌다.일본에서 경영자 평가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으로는 소니(SONY)가 꼽힌다. 소니는 지난 69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경영자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요즘 들어서는 소니 외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80년대를 지나면서 경영자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의 70% 이상이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본 기업들이 경영자 평가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제화의 진전, 업무의 다양화, 가치관의 변화,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더 나아가 이를 제대로 평가할 방법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일본의 고용패턴이 종신고용에서 탈피해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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