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서방의 첫째 조건은 '힘'

우리가 토론해왔던 인도 성애(性愛)경전으로 돌아가자. 바짜야나 카마수트라의 마지막 장은 놀랍게도 창녀들에게 주는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技術)로서의 성을 논한다면 단연 주인공은 창녀들이 됨직하다. 전문가적 관점이라면 역시 직업인 이상 가는 전문가가 있겠는가.우리가 몇 회에 걸쳐 보았던 에페스의 풍속 역시 창녀들에 귀결되는 풍속이었다. 성적 유희를 생업으로 하는 창녀라는 존재는 해당시대 성풍속의 총화라 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성풍속을 논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대의 미술이나 문학 결혼제도가 아니라면 나머지 대부분은 창녀들에 대한 그리고 사창제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카마수트라가 창녀들에 대한 여러가지 권고들을 베풀고 있음도 마찬가지다. 감히 창녀들에게 그들의 직업생활과 관련해 조언을 베푼다는 것은 바짜야나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창녀라는 직업이 성립되는 구조다. 창녀는 언제나 기둥서방을 두고 있음도 천년을 넘어 성립되어온 구조다.독립적으로 직업을 수행해 나가는 창녀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것일 뿐이다. 이는 이 직업의 특성이다. 성애를 파는 직업의 특성상 언제나 보호막이 필요하다. 기둥서방은 굳이 따지자면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들이 매니저를 두고 있는 것과도 비슷한 논리라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체면이 필요하다. 창녀들이 기둥서방으로 둘 수 있는 남자들의 직업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바짜야나가 제시하는 기둥서방의 조건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경비라면 제1의 조건이 된다. 기둥서방인 이상 다소간의 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 기둥서방은 깡패나 갱단 출신이기 마련이다.법관이나 재판관도 「상납하고 보호받는」 기둥서방의 조건에 들어간다. 다음은 점치는 사람이다. 모함가나 군인도 좋은 기둥서방이 되고 개그맨이나 재담꾼도 기둥서방이 된다. 점술가나 개그맨이 기둥서방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손님이 없는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라는 말인지도 모를 일이다.술을 파는 사람이나 향료를 파는 사람 세탁업자 이발사도 기둥서방이 된다. 이런 남자들은 여자가 언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걸식승이 창녀의 기둥서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승려의 파계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면 창녀로 하여금 모든 육신의 죄를 한번씩 씻어내리라는 말인지도 모를 일이다.이들 직업의 분류를 보면 사실 오늘날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그녀들을 보호해주는 사람들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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