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들' 주식 '관심집중'

노령화시대 여유자금 간접투자 정착 ... 자산 관리 웰스캐어 산업 유망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엄청난 활황세를 보이고 있고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통화지표이다. 99년 5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은행의 요구불 및 저축성 예금의 합계는 약 2백70조원인데 비해 투신사 수익증권의 잔고는 약 2백90조원이다. 제1금융권의 예금보다도 투신사 수익증권잔고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97년 말에는 예금액수가 1백63조원, 수익증권잔고는 85조원이었는데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시작된 98년10월말 예금 1백89조, 수익증권 1백90조로 거의 비슷해졌다가 역전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20조원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수익증권 잔고는 97년말 대비 2백조원 정도가 증가했는데 이 기간 동안의 총통화(M2)가 97년말 2백3조원에서 99년5월말 2백77조원으로 증가한 것을 보면 수익증권으로 몰려든 자금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총통화가 74조원 정도 증가하는 동안 투신사 수익증권잔고는 2백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절대규모로도 총통화잔고를 앞질러버렸다.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금융시장이 드디어 선진금융시장구조로 바뀌는 변혁의 순간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혁의 시발점은 역시 IMF 충격이었다.◆ IMF 충격후 선진금융시장구조 도래여유자금을 가지고 보다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많은 투자자들은 IMF 충격이후 IMF와 우리나라 정책당국이 의도적으로 유도한 고금리 구조하에서 커다란 이익을 볼 수 있었다. 12%정도였던 금리가 25%까지 오르면서 월 2%라는 고수익을 거의 위험 없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결국 경제가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국가 위험이 감소하고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이루려는 의지를 가진 정부의 경제정책이 맞물리면서 98년10월 이후 우리나라의 금리는 엄청난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97년말 24.3%까지 갔던 회사채 수익률은 98년6월말 16.6%로 떨어지더니 12월말에는 8.3%까지 하락했다. 최근 7%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금리는 향후 완만한 상승추세를 보이기는 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높은 수준으로 회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이 된다. 명목금리는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할 때 대략 8~10% 정도 범위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판단된다.이러한 현상을 토대로 보면 첫째, 은행예금을 통한 자산운용 규모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고 둘째, 상당기간 동안 자금이 유가증권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경제가 저성장기로 가면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이미 선진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의 경우 이 현상이 비교적 늦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동안은 은행은 망할 수 없다는 「은행불패」의 신화 덕분에 안전성면에서 우수한 은행에 머물러 있던 자금이 최근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불패의 신화가 깨지면서 급속히 은행권을 이탈하고 있는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초저금리의 은행예금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부각되면서 1천2백조엔에 달한다는 개인자산 중 많은 부분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현상황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과거 우리나라에서 개인자산관리에 있어서 특징적인 부분은 부동산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자금여유가 있는 계층은 부동산을 통한 자산관리를 선호했고 이러한 기대에 걸맞게 부동산은 엄청난 수익률을 올려 주었다. 그것이 잘못된 세제의 결과였든지 아니면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룩한 경제 덕분이었든지 개인적 입장에서는 부동산이라는 투자대상은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그 어떤 자산보다도 우월한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다.그러나 89년에 아파트 가격이 광란의 폭등을 보이면서 부동산 망국론이 등장하고 토지 공개념이 도입되고 토지초과이득세 등의 강력한 세제가 도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은 주춤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10여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부동산은 과거와 같은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저성장기조가 정착이 되면 더욱 뚜렷해지리라고 판단된다.◆ 미국 주식시장 베이비붐 세대 주도미국은 어떠한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활황에 절대적인 공헌을 하고 있는 그룹이 바로 2차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이다. 2차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55년께까지 태어난 이 세대의 숫자는 거의 미국 인구의 30%에 육박할 정도의 수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나이는 대략 50세 전후로 은퇴할 나이가 거의 다 되었거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은퇴를 한 상태이다. 이들은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부동산 보다는 주식쪽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에인젤클럽같은 사적 투자조직을 만들어서 벤처기업을 골라 투자할 정도로 모험적이고 실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일생 동안 축적한 자금의 양은 엄청난데 이러한 자금들이 상장기업뿐만이 아니라 비상장기업에까지 흘러들면서 90년초에만 해도 매우 어려웠던 미국경제가 정보통신산업쪽으로 급속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고 보면 경제의 발전이 개인의 자산관리 패턴과도 깊게 맞물려 있음을 볼 수 있다.우리나라도 6.25전쟁 이후 한때 엄청난 출산율 증가를 보이면서 인구가 증가했다. 6.25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대략 55년에서 6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서 지금 나이가 40세를 조금 넘었다. 그 이후 출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고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계속 연장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노령화현상이 지속되면서 개인들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도 과거에 비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젊은층은 축적된 자산이 별로 없어서 운용자금이 적지만 노년층은 자신이 일생 동안 축적한 여유자산이 있기 때문이다.저금리시대의 정착,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쏠림현상 지속, 노령화사회의 등장, 유가증권투자를 하되 투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운용하는 간접투자 현상의 정착…. 이 모든 요소들은 결국 향후 우리나라의 개인자산관리 패턴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상당한 정도 암시해 주고 있다. 개인자산관리의 대상이 부동산, 주식, 고정수익증권(채권 및 예금)이라는 세개의 커다란 범주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면 향후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과거에 비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고정수익증권쪽은 완만하게 줄어들면서 주식쪽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노령화시대에는 건강과 관련된 헬스캐어(Health-care)산업이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남의 돈을 관리해주고 운용해 주는 부분과 관련된 웰스캐어(Wealth-care)산업은 더욱 유망해지고 성장이 기대되는 부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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