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벤처중 2개만 '갑부' 성공

언뜻 나스닥은 횡재를 할 수 있는 꿈의 주식시장으로 보인다.공개 첫날 공모가의 3배가 뛰었느니 6배가 뛰었느니 하는 보도때문이다. 사실 캘리포니아의 서니베일에서 네트워크장비를 공급하는 레드백네트워크와 같은 업체는 지난 5월 기업을 공개한뒤 주가가 4백46%나 올랐다.그러나 실제 나스닥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은 흔하지 않다.나스닥등록에 성공하더라도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밑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뉴욕타임즈에서도 나스닥 등록으로 인터넷기업가들이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하기도 했다.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원칙으로 꼽는 숫자가 있다. 벤처펀드로부터 투자를 받는10개의 벤처기업 가운데(물론 대다수의 기업은 벤처펀드의 투자를 받지 못한다) 2개만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크게 뛰는데성공한다. 3개는 투자가들의 수익률이 좋은 수준에서 유지해준다. 그러나 나머지는 모두 나스닥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하고 만다. 즉 절반 가량의 인터넷 기업들은 기업공개를 해도 별 재미를 못보고 실망하고 만다는 것이다.나스닥에서 재미를 못 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나스닥에기업을 공개한 반스앤드노블컴이다. 반스앤드노블컴은 미국의대표적인 초대형서점인 반스앤드노블이 아마존의 공세에 반격하기 위해 별도로 설립한 인터넷서점이다.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와 자사의 판매사이트와 연결시키는 등 아마존에 대한반격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듯했다. 온라인쇼핑몰 사이트 중에서는 4번째로 붐비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나스닥 투자자도 변덕스럽다’사실 반스앤드노블컴이 기업공개를 준비한 4월만해도 직원들은모두 갑부의 꿈을 꾸고 있었다.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늘 그렇듯 반스앤드노블컴도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급여의 일부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직원중에는 기업공개 첫날 5백%나 오른 더글로브콤처럼 되기를 비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반스앤드노블컴은 지분 15~20%를 공개해 1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여기서 마련한 자금으로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다. 반스앤드노블컴은 97년3월 인터넷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출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금을 마케팅에 투자해 왔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6천1백8만달러에불과했는데 손실 규모는 8천3백15만달러나 됐다. 이중 마케팅에 든 비용이 7천40만달러에 이른다. 그래도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한 투자로 보고 증권사들은 「보유(hold)」평가를 했다.그러나 기업공개 결과는 실망스런 수준이었다.반스앤드노블컴의 주가는 공개 첫날 잠깐 오르는가 싶더니 공모가보다도 훨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주가가 힘을 못쓰자 직원들은 실망하기 시작했고 기업을 공개한지 한달도 안돼 사표를 낸 직원이 6명이나 된다. 나스닥을 통한 1억달러 조달 계획도 무산됐다. 현재 반스앤드노블컴의 주가는 조금씩 올라 공모가보다 조금 웃도는 상태다.반스앤드노블은 그나마 체면은 유지하고 있다. 나스닥에는 공모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기업이 한두개가 아니다.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부동산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며 부동산중개를 하는 콤프스콤은 공모가가 15달러였지만 14.25달러로주식시장의 하루를 마쳤다. 지난달 말일 종가는 7.38달러로 공모가의 51%에 불과하다. 플로리다주의 노스팜비치에서 소매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인텔리전트라이프 코포레이션 역시 공모가는 13달러였지만 지난달 말 주가는 절반 수준인 6.56달러다. 온라인 의류판매 사이트인 패션몰의 공모가는 13달러였지만 7.19달러로 45%나 떨어진 상태이고 뉴욕시내 안내사이트인 DAG미디어는 공모가 6.5달러에 지난달 말 주가는 4.13달러로 37%가 떨어졌다.이밖에 메사추세츠주의 렉싱턴에 있는 교육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넥스테라 엔터프라이즈, IBM의 자회사로 캘리포니아주의레드우드에서 웹사이트관리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넷옵젝트,영국에서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타운페이지, 캘리포니아의 스튜디오시티에서 인터액티브 마케팅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네시스인터미디어, 메사추세츠주의 콩코드에서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원소스인포메이션서비스, 미국 동북부에서 인터넷접속서비스를제공하는 비즈니스온라인 등 역시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36%에서 27%가량 떨어진 상태다.올들어 미국 주식시장의 테마를 형성하는 인터넷기업들이 나스닥 등과 같은 주식시장에 기업공개를 통해 적지 않은 거액의자금을 마련한게 사실이다.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의 거부가태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느 골드러시와 마찬가지로 기업공개를 통해 황금맥을 찾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설사 인터넷벤처기업이 기업공개후 주가가 반짝 올랐다 해도 높은 수준의 주가가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도 아니다.시장조사업체인 콤스캔의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1백26개의 인터넷기업이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공모가보다 주가를높게 유지하는 기업은 73개사에 불과하다. 53개사는 첫날의 화려한 기록을 유지하지 못했고 17개사는 공모가보다도 낮은 상태다.◆ 침체기면 공개기업은 ‘희생물’물론 주식시장에서 공모가 이하의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나스닥시장 등록이 곧바로주가의 고속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나스닥을통해 거액을 거머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소수의 기업들은 주가가 급등하는데 대부분 힘을 쓰지 못하는것일까.나스닥시장 역시 여러 주식시장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일반적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가가 좌우되는 그렇고그런 주식시장일 뿐이다. 뉴욕타임즈는 『나스닥에서 백만장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혹독한 교훈은 주식시장이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의적인 곳』이라고 지적했다.웹접속과 전자우편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노 온라인이 공개한 5월말 공개첫날 주가는 13달러. 그러나 그후 주가는 계속 떨어져 8.875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주식시장에 주노 온라인이인수재료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순식간에 20달러대로 치솟았다. 나스닥의 투자가들 역시 변덕스러운 편이다.주식 시장이 침체기일 때 기업을 공개하기로 한 기업은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나스닥 등록후 주가관리에 성공하기위해서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인 베세머벤처파트너의 데이빗 코엔씨는 『기업공개에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기업의 가치나 실적보다는 기업공개시장 자체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하락기에 있으면 아무리 실적이 좋은 기업이라도 주식시장에서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상단 바로가기